[더벨]이트론, 디지털 뉴딜 수혜 '사업 확장 가속도'

더벨 박창현 기자 2020.07.1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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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댐' 향 수요 증가 기대, 후지쯔·히타치 총판 효과 '가시화'

더벨|이 기사는 07월16일(10:28)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트론 (271원 ▲62 +29.67%)의 과거는 찬란했다.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기술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코스닥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올해의 아시아 IT 1000대 기업', '신 소프트웨어 대상' 등 각종 훈장이 가슴에 달렸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벤처 IT기업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힘을 모았지만 완벽한 돌파구가 되지는 못했다. 결국 여러 번 손 바뀜이 이뤄졌고 비로소 2013년 이화전기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다만 이후에도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시장 대외 변수들 탓에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



내리막길을 걷던 이트론은 지난해부터 반전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룹 재무구조가 안정화되면서 기존 기술력과 영업력을 활용할 수 있는 신사업 영역을 찾았다. '서버 총판 사업'이 결과물이었다.

국내 서버 제조사들은 일정 부문 매출을 보장받는 공공부문 시장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들을 납품하는 시장이다 보니 수익성과 성장성에 한계가 분명했다. 그렇다고 곧바로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으로 뛰어들 수도 없었다. 글로벌 업체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찾은 복안이 바로 글로벌 서버업체와의 총판 계약이다. 가장 잘 알고 있는 서버 시장에서 글로벌 제조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윈-윈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다.


그렇게 확보한 파트너사가 바로 '후지쯔'였다. 초대용량 서버 트렌드에 맞는 강력한 컴퓨팅 역량과 스토리징 기술력 갖추고 있어 최적의 파트너로 손색이 없었다. 후지쯔의 기술력과 이트론의 영업력이 결합되자 시너지 효과가 곧바로 나왔다.

이는 사업 실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자체 서버 생산에 집중했을 때는 연간 매출이 84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총판 사업이 본격화된 지난해 매출이 289억원까지 늘었다. 1년 만에 실적이 4배 가까이 향상된 셈이다. 올해 1분기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수주 사업 진행이 어려운 가운데도 6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김명종 이트론 대표이사(사진)는 "안정된 재무구조를 토대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을 찾다가 서버 총판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디지털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사업 기회가 충분하다고 판단했고, 현재 실적 역시 뒷받침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트론은 올해도 새로운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먼저 LG히타찌와 손잡고 이번에는 스토리지 총판 사업에 나선다. 이미 양 사는 스토리지 파트너십 계약까지 체결한 상태다.

가상화 솔루션 총판 사업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가상화 솔루션은 네트워크상 사업자 포탈을 구축하고 여기에 다양한 기능을 부여해 업무 연속성과 유연성을 높이는 ICT 플랫폼을 말한다. 가상화 솔루션 구축을 위해서는 고성능 서버와 스토리지 설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업 시너지도 기대된다.

김 대표는 "솔루션 사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업을 아우를 수 있어 시너지 창출이 용이하다"며 "각 부문 기술력과 영업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정부가 58조원 규모의 디지털 뉴딜 사업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낙수 효과 수혜가 예상된다. 디지털 경제 기반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용량 서버와 스토리지 제품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뉴딜 사업 종합 계획에는 데이터댐과 지능형(AI) 정부 사업이 포함돼 있다.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디지털 경제 기반을 만들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다. 정부는 5G망 등을 통해 '데이터댐'에 정보를 저장하고 AI로 데이터를 분석해 의료와 치안, 환경, 에너지절감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정부는 향후 분야별 빅데이터 플랫폼을 30개까지 늘리고, 공공데이터 14만2000개를 신속 개방하는 한편 AI 학습용 데이터 1300종을 구축하는 등 데이터를 대폭 확충할 계획이다.

막대한 예산도 투입된다. 데이터댐은 2022년까지 8조5000억원, 2025년까지 18조1000억원의 대규모 사업비가 투입되고, 지능형(AI)정부에는 2022년까지 2조5000억원, 2025년까지 9조7000억원의 투자가 집행될 예정이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의 수집 가공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뉴딜의 특성상 대용량 서버 및 강력한 스토리징 기능을 요구하는 컴퓨팅 시장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트론은 글로벌 표준에 맞는 최신 아키텍처를 적용한 국산서버 및 스토리지를 자체 설계,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또 후지쯔와 HITACHI의 비즈니스 파트너로 고용량 서버 및 스토리지도 제공하고 있다. 이미 정부부처와 지자체 등 공공기관, 은행·증권사 등 금융기관, 병원, 게임업체 등 여러 민간기관이 이트론의 주요 고객사다.

이트론 관계자는 "서버 및 스토리지 사업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언택트 트렌드의 확산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정부의 디지털뉴딜 사업 중 서버와 스토리지 확대가 요구되는 디지털 댐, 인공지능, 집현전 사업 등에서 중장기적 실적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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