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걸 싸게 만들면 됩니다"…이재용이 13년전 경쟁사 보며 한말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20.07.1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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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프로젝트프리즘' 1년 기념 현장점검…"리더십 중요" 거듭 강조

"저걸 싸게 만들면 됩니다"…이재용이 13년전 경쟁사 보며 한말


#1. "저걸 싸게 만들면 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07년 독일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에서 18mm 두께의 경쟁사 TV를 보고 이같이 말했다. LCD(액정표시장치) TV 두께가 15cm였던 당시 한 경쟁사가 IFA에서 공개한 18mm 두께의 LED(발광다이오드) TV는 현장에 있던 삼성전자 임원진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당시 LCD TV 담당 임원이었던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CE부문장)은 전시장을 찾은 이 부회장에게 "상품화되지 않은 전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저걸 싸게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09년 LED TV를 출시해 전 세계 TV의 트렌드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2. "아닌 것 같은데요."



2012년 김 사장이 막 TV사업부장에 오른 어느 날, 업무책상에서 버튼이 7~8개 있는 흰 리모컨이 발견됐다. 리모컨당 버튼 50~80개가 있던 시절이었다. 이 리모컨은 영화 마니아인 이건희 회장을 위해 특별 제작된 제품으로 이 부회장이 올려둔 것이었다. '소비자 경험을 바꾸라'는 무언의 지시였던 것이다.

김 사장은 4년여 뒤 버튼 10개 이내의 리모컨을 개발했다. 그간 이 부회장으로부터 "아닌 것 같은데요"라는 '퇴짜'를 3번 받은 후였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이 30년 묵은 숙제를 풀었다"고 대서특필했다.

"저걸 싸게 만들면 됩니다"…이재용이 13년전 경쟁사 보며 한말
김 사장이 15일 '프로젝트 프리즘' 발표 1주년을 기념해 현장점검 자리에서 소개한 이 부회장과의 일화다. 그는 이날 한종희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 부사장, 강봉구 한국총괄 부사장 등 임원들과 삼성디지털플라자 강남본점 현장을 찾았다.


김 사장은 "코로나19(COVID-19) 이후 경기불황이 가시화되는 4분기와 내년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면서 불확실한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의 존재라고 밝혔다. 새로운 리소스와 투자, 인재 영입을 책임질 총수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지금 일어나는 현상은 억눌린 상태에서 풀리는 비정상적인 현상"이라며 "세계 경기, 소비자심리, 실업률 영향받는 건 4분기일 것"이라며 "내년 전망도 어둡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내년부터 자국 보호가 강해질 것이고 국가 간 무역 마찰로도 나타날 수 있다"면서 "삼성전자는 90% 이상이 해외 매출인데 이런 경향이 심해지면 큰 위기"라고 우려했다.

"저걸 싸게 만들면 됩니다"…이재용이 13년전 경쟁사 보며 한말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 현실화가 굉장히 빨라져 삼성전자가 감당하지 못하는 속도로 갈지 모른다"면서 "우리가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과 소비자가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데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게 리더"라고 거듭 역설했다.

김 사장은 "전문경영인은 큰 변화를 만들 수 없는데다 빅 트렌드를 보기 어렵고 불확실한 시대에 필요한 투자를 하기 어렵다"면서 "코로나 때문에 트렌드 속도가 굉장히 빠른데 큰 의사결정이나 인재 영입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큰 숲을 보고 방향을 제시해 주는 리더 역할은 이 부회장이 하는 것"이라며 "검찰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결정을 고맙게 생각하며 어려운 시절을 이겨낼 수 있도록 잘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이날 '프로젝트 프리즘' 1년을 성공적으로 평가했다. '프로젝트 프리즘'이란 마치 프리즘처럼 밀레니얼 세대를 포함한 다양한 소비 트렌드에 맞는 '맞춤형 가전' 시대를 만들어가겠다는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의 가전사업 비전을 뜻한다. 올 상반기 비스포크를 필두로 한 냉장고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성장했으며 세탁기와 건조기 역시 그랑데AI(인공지능) 출시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35%, 60% 매출 신장을 이뤘다.

김 사장은 "비스포크는 혼수가전의 대명사가 돼버렸고, "'가전을 나답게'라는 말에 소비자 반응이 좋았다"며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마케팅으로 바뀐 게 큰 변화"라고 말했다. 한편 사내서 논의되고 있는 재택근무에 대해선 "검토중이지만 결정된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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