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권 소송과 관련된 프로퍼빌롱잉즈 제품과 LF 제품을 무작위로 섞어 놓은 사진 /사진=프로퍼빌롱잉즈 제공
"LF가 주력 상품 베껴…뺏기기 싫어 소송"
2017년 창업한 홍 대표는 패션·생활 제품을 만드는 디자이너다. '프로퍼 케이스'는 2018년 6월8일 처음 출시돼 판매했다.
홍 대표는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쇼핑 채널을 통해 상품을 판매했다. 상품은 몇개월 간 네이버 쇼핑 상위에 들었다. 디자인권은 같은 해 11월 출원돼 지난해 3월 등록을 마쳤다. 함께 일하는 김상은씨(30)는 "보통 출원, 등록 후 판매가 권장되지만 빠르게 변하는 시장 상황을 감안해 판매가 먼저여도 디자인권은 보호된다"고 설명했다.
2018년 12월 LF는 디자인이 유사한 '질스튜어트 에어팟 케이스'를 내놓았다. 홍 대표는 "당시 LF 직원이 우리 케이스를 구매했다"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판매가 시작됐다"고 알렸다. 김씨는 "상품 출시 후 매출이 상승 곡선을 그려왔는데 12월에 뚝 떨어졌다"고 했다.
프로퍼빌롱잉즈 케이스(왼쪽)와 LF의 케이스(오른쪽) 정면 비교 사진 /사진=프로퍼빌롱잉즈
LF를 대상으로 건 민사소송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됐다. 홍 대표 요구는 'LF가 문제의 제품 판매를 중단할 것' '생산을 멈추고 제작 설비를 파기할 것' 등이다. 이와 함께 5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자진 소 취하하라"는 LF, "직접 통고와 큰 압박 느껴"
LF는 소송 제기 후 질스튜어트 판매를 멈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LF 측은 홍 대표에게 직접 통고문을 보냈다. 'LF 제품이 프로퍼 케이스 디자인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내용, '협조 하에 법적 분쟁 없이 끝내고 싶다'는 의견의 한편에는 '소송을 자친 취하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LF측이 보낸 통고문/사진제공=프로퍼빌롱잉즈
김씨는 "LF가 소장 접수를 인지하고 나서 우리 측에 보인 태도로 인해 큰 압박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 지위를 이용해 소 취하를 노린 압박으로밖에 해석 안 된다"고 강조했다.
LF '디자인권 무효소송' 냈지만 홍 대표 손 들어준 특허심판원
소 취하가 없자 LF 측은 특허청 특허심판원에 '프로퍼 에어팟 케이스' 디자인 등록에 대한 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심판원은 지난달 프로퍼 케이스의 디자인권이 인정되고 용이하게 만들어질 수 없다며 LF 측의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홍 대표는 "LF 측은 재판장에서 '프로퍼 케이스도 다른 제품을 모방했다' '디자인이 너무 평이하다'는 주장을 반복한다"며 "해당 디자인을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이 주장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거니와 너무나 굴욕적"이라고 했다.
이어 "LF 측은 내 케이스도 이전의 제품들을 베낀 것이라며 비슷한 디자인 사례를 법원에 제출했다"며 "하지만 우리 출시 전에 디자인권을 다툴만한 제품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소송에 패하면 디자이너로서의 삶에 큰 회의감이 들 것"이라면서도 "합의 의사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주장에 LF 관계자는 "통고문은 '우리는 도용한 게 아니다'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을 입증, 설명하려고 한 것"이라며 "압박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소송중인 사건으로 시비가 가려지지 않았다"며 "이어폰 케이스 자체에 많은 디자인이 있기 때문에 이 디자인이 범용적으로 쓰일 수 있는 부분임을 심사받아보고자 무효심판을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