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명 항체 형성' 美모더나 백신, 연내 출시 가능할까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0.07.1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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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1상서 전원 항체 형성…"2·3상 약효 평가 지켜봐야, 참가자 모집 속도 관건"

[케임브리지=AP/뉴시스]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가 18일(현지시간) 코로나 19 백신 1차 임상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18일 매서추세츠주 모더나 본사의 모습. 2020.05.19[케임브리지=AP/뉴시스]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가 18일(현지시간) 코로나 19 백신 1차 임상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18일 매서추세츠주 모더나 본사의 모습. 2020.05.19


미국 바이오 기업 모더나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임상 1상에서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중화항체'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모더나는 이르면 연내 백신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 전문가들은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 1상 결과보다는 약효를 평가하는 임상 2·3상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연내 백신 상용화를 위해서는 참가자 모집 속도 단축이 관건이라고 봤다.

모더나 백신 2회 접종자 중화항체 형성
15일 외신 등에 따르면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mRNA-1273'의 임상 1상 결과가 의학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공개됐다. 18~55세 건강한 성인 45명을 대상으로 백신을 투여한 결과 전원에게서 항체가 생겼다. 이중 백신을 28일 간격으로 두 번 투여받은 참가자 42명에게는 중화항체가 형성됐다.



약물을 2차 투여받거나 고용량을 투여받은 참가자들의 절반 이상은 피로감, 두통, 오한, 근육통 등의 증세를 보였으나 심각한 수준의 부작용은 없었다.

모더나는 참가자 600명과 3만명을 대상으로 각각 임상 2상과 3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 8일 임상 2상 환자모집을 완료하고, 오는 27일부터 임상 3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르면 연내 허가를 받고, 올해 말까지 최대 1억회분, 내년 말까지 독일과 미국에서 12억회분을 생산할 계획이다.



"과도한 기대 금물…참가자 모집 속도 중요"
의학계 전문가들은 이번 임상 1상 결과를 고무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임상 1상은 안전성과 용량을 확인하는 시험인 만큼 과도한 해석과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임상 1상은 안전성 확인을 위해 비교적 적은 인원인 45명을 대상으로만 진행됐다. 또 아직 중화항체가 어느 정도 형성돼야 실제 예방 효과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중화항체가 체내에서 얼마나 유지되는지도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결과가 고무적인 것은 사실이나 백신의 실제 감염예방효과를 임상 3상을 통해 입증할 때까지는 섣부른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연내 mRNA-1273 상용화 가능성도 임상 2상과 3상 결과, 참가자 모집 속도 등에 달렸다. mRNA-1273은 지난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은 덕분에 임상에만 성공한다면 비교적 빠르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임상정보사이트에 따르면 모더나는 임상 2상과 임상 3상 종료 시점을 각각 2021년 8월과 2022년 10월로 잡았다. 이는 참가자를 모집하기 위해 설정한 기간으로 만약 계획보다 일찍 목표 참가자 수를 확보하면 빠르게 임상을 진행할 수 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참가자 3만명을 대상으로 동시에 임상을 진행한다면 임상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임상을 서두르고 있는 만큼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됐는지, 백신을 맞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신주권 위해 국내 개발 필요"
국내 업체들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제넥신 (7,280원 ▼100 -1.36%),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 (111,200원 ▼300 -0.27%), 신라젠 (4,595원 ▼15 -0.33%), 한미사이언스 (33,350원 ▼400 -1.19%) 등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 업체 관계자는 "모더나가 대규모 임상에 들어가기 전에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 현재 국내 백신 개발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만약 모더나가 백신을 개발한다면 국내 업체들은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 업체 중 가장 속도가 빠른 기업은 제넥신이다. 회사는 지난달 코로나19 백신 'GX-19' 임상 1·2a상 첫 대상자 투여를 완료했다. 임상 1·2a상 중 1상을 3개월 내로 마무리한 후 올해 하반기에 다국가 임상 2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제넥신이 개발 중인 GX-19은 DNA백신으로, 일반 백신과 달리 바이러스가 아닌 항원을 만들 수 있는 DNA를 인체에 투여해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바이러스를 직접 넣지 않기 때문에 기존 백신과 비교해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바이러스 변이에 효과를 내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9월 임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GC녹십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뿐 아니라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와 '사스' 등 모든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에 효과를 낼 수 있는 백신 개발을 시작했다. 현재 후보물질 발굴 중이다.

신라젠은 지난 4월 캐나다에서 코로나19 백신 동물실험을 시작했다. 한미사이언스는 바이오 벤처 바이오앱과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계획이다. 또 이와 별도로 주사제를 먹는 약(경구용)으로 바꾸는 기술인 '오라스커버리'를 적용한 경구용 코로나19 백신도 개발하고 있다.

정부도 국내 업체들의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한 약 2000억원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백신, 항체치료제, 혈장치료제 등 3대 플랫폼 기술 개발 기업에 임상 1~3상 단계별 예산을 지원한다. 이외에 백신과 치료제 후보물질 발굴과 효능·독성평가 등 전임상 단계 자금도 지원할 방침이다.

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백신 임상시험 조기진입 등을 위한 가이드라인인 '코로나19 백신 개발 시 고려사항'을 마련했다. 임상시험계획(IND) 신속심의체계도 구축했다.

정부는 무엇보다 백신주권 확보 등을 위해 국내 기업들이 끝까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메르스나 사스가 유행할 당시 국내 기업들은 백신·치료제를 개발하다가 다른 나라에서 백신·치료제가 나오면 개발을 중단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다른 나라가 먼저 개발하는 것과 관계없이 우리의 독자적인 백신과 치료제는 개발돼야 한다"며 "정부가 상당 부분 비용을 부담하고 개발 후 일정 부분 이익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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