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달콤함에 취한 신세계L&B… '제주소주'는 아직 '쓴맛'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0.07.1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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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업계 30년 넘게 몸담은 우창균 대표, 신세계L&B 실적 승승장구하지만 제주소주 연이은 매각설

신세계L&B 와인앤모어 청담점/사진제공=신세계L&B신세계L&B 와인앤모어 청담점/사진제공=신세계L&B


신세계그룹 내 주류 사업을 맡은 우창균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신세계L&B와 제주소주 대표를 겸임중인 우 대표의 사업 성과가 엇갈리고 있어서다. '홈술' 와인이 각광받으면서 신세계L&B는 쑥쑥 커가는 반면, 제주소주는 그룹 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우창균 신세계L&B대표 겸 제주소주 대표/사진=신세계그룹우창균 신세계L&B대표 겸 제주소주 대표/사진=신세계그룹
우 대표는 두산그룹 동양맥주부터 시작해 인터브루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등을 거치며 30년 넘게 주류회사에 몸담아온 주류 전문가다. 우 대표는 롯데 '처음처럼' 마케팅을 주도하면서 처음처럼을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양대산맥으로 만드는데 큰 공을 세웠다.

우 대표는 2019년 신세계그룹 정기 임원 인사때 유일한 외부영입 CEO(최고경영자)로 주목받기도 했다. 우 대표의 과제는 신세계L&B 수익성 개선과 제주소주를 본 궤도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신세계L&B와 제주소주 모두 이마트가 지분율 100%를 갖고 있다. 일단 신세계 L&B는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홈술' 열풍과 초저가 와인 등을 만들어내면서 주류 시장에 안착했다. 지난해 신세계L&B 매출액 1072억원으로 와인 수입사 중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넘겼고, 영업이익도 32억원으로 전년대비 28% 증가했다.

신세계L&B는 이마트와 이마트24, 신세계면세점, 신세계조선호텔 등 내부 계열사 매출이 늘면서 전체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신세계그룹 내부 거래로만 지난해 729억원, 전체 매출의 68%를 올렸다.

/사진제공=제주소주 SNS 화면/사진제공=제주소주 SNS 화면
반면 소주는 업종 특성상 내부거래만으로 한계가 있다. 제주소주 지난해 매출액 48억원 중 이마트, 이마트24 등을 통한 내부거래액은 2억원에 불과하다.


소주사업은 가정용 시장보다 유흥시장 판매 비중이 높아, 식당·유흥업소 등에서 많이 찾아야 한다. 그만큼 판촉 경쟁도 치열하다. 문제는 제주소주의 '푸른밤 소주'가 수도권뿐 아니라 심지어 제주지역에서조차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그 사이 제주소주 영업난은 심화됐다. 지난해 141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해 전년대비 영업적자폭이 14억원 늘었다. 지난 6월 이마트가 제주소주에 100억원을 출자하는 등 총 6번 자금 수혈(670억원)을 했지만 뚜렷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부츠, 삐에로쇼핑 등 수익성이 나지 않은 사업을 정리 중인 신세계가 제주소주도 매각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세계그룹도 제주소주 매각설을 전면 부인하진 않는 분위기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올해 그룹 차원에서 효율성을 강화하는 기조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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