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40년 친구' 스톤을 사면 대신 감형한 이유는?

뉴스1 제공 2020.07.1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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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개월 형량 외에 2년 보호관찰 및 벌금 모두 없애
내용은 사면(pardon)이지만 형식은 감형(commut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사진>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사진>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러시아 스캔들’ 관련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수감 직전에 '자유의 몸'이 된 로저 스톤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적 권한인 사면권을 이용해 40년 지기 친구이자 비선 참모로 활약했던 스톤에 대해 40개월 징역형뿐 아니라 2년간의 보호관찰과 2만달러(2413만원)의 벌금형도 면해줬다.



◇ '형량 외에 보호관찰·벌금 모두 없애' =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행정명령에서 스톤에게 선고된 "형 전체"와 "2년 간의 감독조건부 석방을 감형(commute)"하며 "또 부과된 2만달러의 벌금도 면제한다(remit)"고 밝혔다.

스톤은 러시아 내통 혐의와 관련해 의회에서의 허위 진술과 증인 매수, 공무집행 방해 등 7개 혐의가 인정돼 3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오는 14일부터 복역할 예정이었다.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과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정치적 후폭풍을 고려해 사면을 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지난 수개월 간 전했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백악관은 지난 10일 감형 결정을 발표한 뒤 "스톤은 좌파와 언론에 있는 좌파 동맹들이 대통령을 깎아내리기 위해 만들어 낸 '러시아 사기'의 피해자"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통제 불능의 로버트 뮬러 검사가 트럼프의 대선 운동이 러시아 크렘린궁과 결탁했다는 '환상'을 입증하지 못하자 그 실패를 보상하기 위해 스톤을 기소한 것"이라고 감형 배경을 설명했다.


‘러시아 스캔들’ 관련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수감 직전에 '자유의 몸'이 된 로저 스톤 <자료사진> © AFP=뉴스1‘러시아 스캔들’ 관련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수감 직전에 '자유의 몸'이 된 로저 스톤 <자료사진> © AFP=뉴스1
◇ 감형 같지 않은 감형 =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론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권한을 쓰기로 걸정했으면서 40년 넘게 공적·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스톤에 대해 형벌을 완전히 면제해주기 보다 감형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감형의 범위는 사실상 사면에 해당하지만 형식은 분명 감형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사면권 행사 방법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의 사면 권한은 연방헌법 2조 2항에 규정돼 있고, 사면의 종류나 세부적 절차 등은 판례와 하위 법령에 있다.

미국의 판례법에선 사면(clemency)의 종류로 좁은 의미의 사면(pardon)과 감형, 집행 연기, 벌금이나 몰수의 면제 등을 두고 있다. 이중 사면은 법적 책임을 공적으로 무효화시키는 것으로 잃어버린 자격이나 권리도 찾게 된다. 반면, 감형은 처벌을 일부 혹은 전부를 완화시켜주는 것이다.

이날 스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사면하지 않고, 감형한 이유데 해선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공정한 재판을 받지 않았다고 믿고 있고,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백악관도 "스톤은 모든 미국인과 마찬가지로 공정한 재판을 받고 법정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가질 자격이 있다"며 "대통령은 그런 노력을 방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다른 해석도 나온다. 수정헌법 제 5조에 따라 미국인들은 스스로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자기부죄거부(self-incrimination)의 권리를 갖지만, 사면된 사람은 더 이상 법적 위험에 처해 있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만약 스톤이 사면을 받았고, 이후에 다른 건으로 불려가는 경우에, 자신이 갖고 있던 비밀을 누설하도록 추궁받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로렌스 트라이브 하버드대 법학교수는 올 초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법무부와 의회가 사면받은 개인에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죄가 될 수 있는 증언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훨씬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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