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시장 뜨거운데 건설사 회사채 '미매각' 속출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0.07.1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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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송파구 일대의 아파트 모습.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7일 서울 송파구 일대의 아파트 모습.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회사채시장에서 건설 기업들이 외면받고 있다. 신용등급이 대부분 A 이상으로 기초체력은 튼튼한 편이지만, 코로나19(COVID-19)에 이어 계속되는 부동산 규제 강화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분양시장이 호황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저금리 시대에 건설사 회사채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좋은 투자처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대우건설 (3,675원 0.00%)(A-, 안정적), HDC현대산업개발 (17,690원 ▼100 -0.56%)(A+, 부정적)이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모두 미매각이 발생했다. 대우건설은 1000억원 모집에 550억원만 매수 주문이 들어왔고, HDC현대산업개발은 3000억원 모집에 110억원 조달에 그쳤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재무상황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지난달에도 GS건설 (15,150원 ▲230 +1.54%)(A, 긍정적)이 1000억원 모집 중 790억만 조달했다. 지난 5월에 한화건설(A-, 긍정적)이 실시한 수요예측에는 매수 주문이 아예 들어오지 않아 전량 미매각 사태가 일어났다. 같은달 KCC (246,000원 ▼2,000 -0.81%)(AA-, 안정적)도 1500억원 중 900억원만 주문이 들어왔다. 조달된 900억원 중에서도 채권시장안정펀드가 400억원을 차지했다.



모두 신용등급이 A 이상인데도 불구하고, 대량 미매각이 발생한 것은 건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으로 풀이된다. 건설업체들이 그동안 해외 비중을 낮춰 와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국내 부동산 규제 강화 등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적자 요인이었던 해외 플랜트 건설은 비중이 크게 줄고, 국내 주택건축 경기 호조로 건설사들의 펀더멘탈은 개선 중"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해외 사업 비중이 큰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국내 아파트는 대부분 분양률이 100%에 달하고 있고, 주택 건설 역시 코로나19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안정적인 실적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시장이 건설업종을 기피하는 것은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정책이 수시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7·10 대책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상대적으로 선호가 떨어지는 지역의 분양시장 수요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각종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이 유지된다면 분양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정부 규제 강화에 따른 건설회사 주택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유통시장과 다르게 분양시장은 호황인 상황"이라며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낮은 분양가격, 자금 분납 구조 등으로 분양 시장에 대한 관심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 1분기 1분기 분양아파트 초기 분양률은 서울 100%, 경기 99.6%, 전국 92.4%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저금리시대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는 건설사 회사채에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예를 들어 대우건설은 이번 수요예측에서 3년물에 2.5%~3.8%의 금리밴드를 제시했다. 같은 신용등급인 대한제당은 지난 4월 3년물 사채를 3.059%에 발행 성공했다.

김 연구원은 "통상 분양 이후 입주까지 2년 6개월~3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분양물량이 앞으로 3년 정도까지 실적에반영되면서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만기 3년 이내 채권에 투자한다면 발행금리가 높게 형성되고 있는 건설업체회사채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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