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장사'시대 끝난 은행들…조직개편 키워드는?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0.07.1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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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우리은행 조직개편 키워드는 '비이자이익'…정중동 속 강화 기반 다져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시중은행들이 정중동인 가운데 비이자이익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연이은 사모펀드 사태로 운신의 폭이 좁아졌지만 수익성을 끌어 올리기 위해선 비이자이익을 소홀히 할 수 없어서다. 초저금리 시대에 ‘이자 장사’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우리은행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고객 자산관리(WM)의 전문성을 높이고, 은행 자본시장 영업을 강화하는 두 가지 축으로 개편을 단행했다.



하나·우리은행이 조직 정비에 나선 건 ‘권토중래’로 설명된다. DLF(파생결합펀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폭풍을 고스란히 맞아 사모펀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수수료 등을 통한 비이자이익 확대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하나은행은 기존에 있던 사업단을 그룹으로, 셀을 부서로 승격시키는 방향으로 관련 조직을 키웠다. 우선 자산관리 역량을 키우고자 자산관리그룹을 신설해 자산관리사업단, IPS본부를 편입했다. 기존 리테일그룹 안에 있던 조직을 분리, 강화했다.



자금시장사업단은 자금시장그룹이 됐다. 자금부, 트레이딩부, 자금시장영업부 등이 속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조직을 구분 짓는 가장 큰 개념인 그룹이 된 것”이라며 “비이자이익이 핵심 수익원으로 부상한 만큼 자금 운용의 성과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투자금융부 안에 있던 프로젝트금융셀은 별도의 부서인 프로젝트금융부로 격상했다. IB(투자은행) 분야를 강화하려는 조치다. 하나은행은 이를 통해 ‘한국형 뉴딜 시장’에서 영업력을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사업을 위해 신규 부서를 만든 셈이다.

우리은행은 자산관리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자산관리그룹 안에 투자상품전략단을 신설했다. 펀드, 신탁 등 투자상품을 판매할 때 검증을 더욱 깐깐하게 하고 불완전판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영업점 상담지원, 교육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투자위험을 좀더 세심하게 관리하려는 목적이다. 또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상품 판매, 서비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자산관리그룹장 직속으로 PCIB(개인과 기업 등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통합적 금융솔루션)를 추진하기로 했다. 부행장급인 그룹장의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6년 만에 증권운용부를 부활시켰다. 자금시장그룹 내 증권운용부는 자기자본을 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부서다. 현재 운용하는 유가증권은 채권 위주지만 주식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시중은행들은 코로나19(COVID-19)가 기름 부은 초저금리 기조 속에서 전년보다 순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더욱이 핵심 이익기반인 이자이익의 정체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이 때문에 비이자이익에 신경 쓰는 것이다. 한 금융지주 재무 담당자는 “비은행 부문의 실적이 전체 금융그룹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도 변화를 주문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금융발전심의회에서 “초저금리 시대에 금융회사의 전통적인 수익 모델이 통용될지 의문”이라며 “예대마진 등으로 돈 버는 방식이 아예 달라질 수 있기에 생존방식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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