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고소인 "인간적인 사과 받고 싶었다"[전문]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백지수 기자 2020.07.1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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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가 13일 입장문을 통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입장문에서 A씨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낀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성추행 혐의로 박 전 시장을 고소했다. A씨는 비서 업무를 시작한 2017년부터 박 시장이 신체 접촉과 휴대전화 메시지로 부적절한 사진을 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래는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 A씨의 입장문 전문.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련했다. 너무 후회스럽다. 맞다.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다.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프다. 더 좋은 세상에서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존엄을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다. 용서하고 싶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


용기 내 고소장 접수하고 바로 조사받은 날, 제 존엄성 헤친 분께서 스스로 존엄을 내려놨다. 죽음 두 글자는 그토록 제가 입에 담지 못한 단어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너무 실망스럽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많은 분들께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다. 그러나 50만명 넘는 국민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낀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게 한다

진실의 왜곡,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이 고통의 일상과 안전을 회복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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