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원순 딸 "조문행렬 아버지가 기뻐할 것, 시민이 시장"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0.07.1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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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영결식 엄수…"애도가 성찰 배제하진 않아" "포스트 코로나 개척" 공동장례위원장들 조사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에서 유가족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에서 유가족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13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치러지면서 유족과, 장례위원 뿐 아니라 일반 시민까지 고인이 9년 간 시장으로 몸 담았던 서울시청사로 모였다. 코로나19(COVID-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영결식은 제한된 인원의 참석 하에 시청 실내에서 치러졌다. 지지자들은 밤새 내리고 있는 비에도 시청 앞에서 고인을 애도했다.

"내가 장례위원장 노릇 할 줄 꿈에도 몰랐다"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이날 시청사 다목적홀에서 열린 영결식엔 유족과 함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행정1부시장) 등 공동장례위원장 3명과 민주당 지도부, 시민사회 대표 등 모두 합쳐 100여명의 제한된 인원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고인의 갑작스런 고인의 비보에 애통한 심경을 피력했다.

백낙청 교수는 이날 조사에서 "내가 당신의 장례위원장 노릇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당신의 엄청난 업적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권과 언론계 뿐 아니라 시민 사회도 부족한 점이 아직 너무나 많다"며 "애도가 성찰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박원순이란 타인에 대한 종합적 탐구나 공인으로서 행적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애도가 끝난 뒤에나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을 것이며 마땅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백 교수는 고인에 대해 "내가 항상 놀라고 탄복한 것은 끊일줄 모르고 샘솟는 당신의 창의적 발상과 발상이 발상에 머물지 않고 현실이 되게 만드는 당신의 헌신성"이라며 "당신의 당선이 시민후보의 자격으로 이뤄진 것 자체가 획기적인 사건이었고 세월호 유족들에게 기억과 진상규명 운동의 공간을 열어준 것도 당신이었다"고 평가했다.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에서 박 시장의 위패가 들어가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에서 박 시장의 위패가 들어가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시민운동가 박원순은 참여연대와 아름다운 가게로 대변되지만 넓게 보면 한국사회 시민운동의 상징"이라며 "87년 민주화 이후 인권변호사 박원순은 척박한 시민운동의 길을 닦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친구 박원순은 저와 함께 40년을 같이 살아왔는데 장례위원장으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 전혀 실감이 나지가 않다"며 "너무나 애석하고, 참담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서 권한대행은 "2011년 10월 27일부터 3,180일간 박원순 시장께서 올곧게 지켜온 시민의 길은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을 변화시키는 표준이 됐다"며 "이제 서울은 선진국이 부러워하는 나라, 선진국이 배워가는 도시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 여정을 함께한 7만5000명 서울시와 자치구 공무원, 투자출연기관 직원들은 시장님께서 늘 강조하셨던 '함께 가는 길은 길이 되고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이어 ”'시민이 시장', '사람존중도시'라는 서울시정의 대전제, 고통 받는 이들의 삶을 회복하고자 했던 박원순 시장님의 꿈을 미완의 과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꿈으로 흔들림 없이 계승해 나가겠다"며 "'모두의안녕(安寧)‘을 위해 앞으로 계속 전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서 권한대행은 코로나19(COVID-19) 사태와 관련, "특히 코로나19로부터 시민을 반드시 지키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표준도시'로의 길을 개척하라(는 것이) 시장님의 마지막 요청사항이었다"고도 했다.

박다인씨, "박원순은 없다. 시민이 시장이다"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에서 부인 강난희 여사가 슬픔에 잠겨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영결식에서 부인 강난희 여사가 슬픔에 잠겨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고인의 딸 박다인씨는 유족대표로 나서 "아버지 가시는 길에 추모와 애도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 감사하다"며 "갑작스런 이별에 누구보다 황망했을 서울시 직원에게도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다인씨는 "화려한 양복뿐 아니라 평범한 작업복을 입은 끝없는 진심어린 조문에 아버지가 이렇게 부르는 거 같았다. '오세요 시민 여러분, 나에게는 시민이 최고의 시장입니다', 그 시민들의 모습을 아버지가 정말로 기뻐하시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특별시장 박원순은 더 이상 없다. 우리 모두의 꿈 한명 한명의 꿈이 존중받고 실현되는 더 좋은 서울특별시, 대한민국을 만들어주시길 바란다. 다시 시민이 시장이다"고 했다.

9일 실종됐던 박 시장이 10일 자정 무렵 성북구 삼청각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후 고인에 대해 사상 초유의 서울특별시장(葬)이 열렸다. 우산을 쓴 시민들이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청사 앞에서 긴 줄을 이루며 대기했다. 유리창 너머 실내를 살펴보기 위해 청사 벽 앞에 서 있는 시민들도 많았다.

장례위는 영결식이 끝난 뒤 서울 추모공원으로 출발해 고인의 시신을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한 후 고향이자 선산이 있는 경남 창녕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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