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코로나19로 제2의 조선인 학살 일어날 수도"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0.07.1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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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사진제공=민음사, News1 DB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사진제공=민음사, News1 DB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위기를 우려하며 이로 인해 간토대지진 때와 같은 조선인 학살 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라카미는 12일 마이니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라디오 방송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후 라디오에서 사람들이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이성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위화감이 느껴진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 간토대지진 때처럼 조선인 학살과 같은 사건을 또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라며 "그런 배타적 움직임을 진정시키는 것이 미디어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간토대지진은 지난 1923년 도쿄 등 혼슈 동부 지방을 강타한 규모 7.9의 대지진으로 당시 약 10만5000명의 희생자를 냈다. 이 때 일본에는 재일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약탈을 일삼으며 사람들을 습격한다는 유언비어가 퍼져 약 6000명에 이르는 재일조선인이 학살당했다.



무라카미는 "내가 살던 1960~1970년대의 학원 분쟁 시대에는 말이 혼자 전진하고, 강한 말이 점점 활보하는 시대였다"며 "이런 상황은 무섭고 싫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결국 시간이 지나면 말은 사라지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런 상황을 겪어 봤으니 경고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며 "오른쪽도 왼쪽도 다 똑같다"고 경계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SNS 사용 방식을 언급하며 "SNS상의 짧은 문장으로는 말하고 싶은 것을 전할 수 없다"며 "나는 그런 방식을 피하고 싶고, 그렇지 않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무라카미는 2018년부터 '무라카미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오는 18일 단편 소설집인 '1인칭 단수'를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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