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4대그룹 총수에 거는 기대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0.07.1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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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4대 그룹 총수. 사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4대 그룹 총수. 사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세상의 변화는 생각지 못한 곳에서 왔다.

핵무기에 의한 전쟁이나 엄청난 신기술의 출현이 아닌 아주 작은 바이러스의 침공으로부터다.



그 작은 바이러스는 세상을 멈추게 했고, 세계 경제 변화의 시발점이 됐다. 변화의 폭은 크고, 시간은 길어질 듯하다. 전세계 부(富)의 지각변동은 이런 시기에 나타난다.

역사적으로 국가 통치자들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부를 쌓은 것으로 조사(2015년 시사주간지 타임 ‘세기의 부자’ 조사)된 미국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6위, 3720억달러)와 석유왕 존 D. 록펠러(7위, 3410억달러)도 시대변화의 산물이었다. (1~5위 만사 무사 말리왕, 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 로마 황제, 중국 북송 신종 황제, 악바르 1세 인도 무굴제국 황제,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



1830년대에 태어난 미국의 두 경제 거목은 산업혁명의 큰 물결에서 ‘산업의 뼈대’인 철과 ‘산업의 혈액’인 석유를 독점하며 세기의 부자반열에 올랐다. 카네기는 미국 철강시장의 65%를 지배하는 US스틸을, 록펠러는 미국 내 정유소의 95%를 차지하는 스탠더드오일을 세워 부를 일궜다.

이들은 반트러스트법(독점금지법)으로 자신들의 독점기업이 해체되는 길을 걸었고, 그 뒤 자선사업에 힘을 쏟으면서 냉혹한 기업인에서 자선사업가로 탈바꿈하는 기회도 가졌다. 이런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자동차와 전기의 출현, 발전 등 산업화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순응한 결과다.

이들이 태어난 지 180여년이 지난 2020년 이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견줄만한 부자로 치자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2020년 3월 포브스 기준: 약 1130억 달러)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멀린다게이츠재단 이사장(약 980억 달러) 정도다. 이들은 산업혁명의 뒤를 이어 찾아온 정보혁명(3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잘 올라탄 경우다.


빅2인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최대 부호였던 부동산 그룹 완다의 왕젠린 회장이 지고, IT 분야 텐센트홀딩스의 마화텅 회장, 알리바바의 마윈 창업자 등이 급부상한 것도 인터넷비즈니스에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우리에게도 큰 변화의 기회가 오고 있다. 우리나라 4대 그룹(삼성, 현대차, SK, LG)을 보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시대에 주목받는 전기·전자 업종과 관련이 깊다.

카네기와 록펠러의 철강과 석유가 ‘산업의 뼈대와 혈액’이라면, 4차 산업혁명기의 반도체와 배터리는 ‘산업의 두뇌와 심장’이다. 또 이를 모두 결합한 ‘종합예술’이 전기자동차(수소전기차 포함)다.

최근 전기차 부품 수요기업인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부품: 반도체, 배터리)과 구광모 LG 회장(배터리), 최태원 SK 그룹 회장(반도체, 배터리)을 차례로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경제계를 이끄는 이들이 선량한 관리자로서 임박한 4차 산업혁명기에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선의의 경쟁을 해나간다며 한국 경제계는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1960년~1970년대에 태어난 이들은 전쟁을 겪었던 선대와는 달리 한국 경제의 성장기에 자랐고, 도약기에 미국 등지에서 청년기를 보내며 공부해 글로벌스탠다드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가 중심의 계획경제의 틀에서 벗어나 기업 스스로 성장하는 과정을 배운 이들은 이제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단절하고, 새로운 출발선 위에 서 있다.

우리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 비해 산업화의 열차에는 늦게 올라탔지만,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수소에너지 등으로 4차 산업혁명기에는 앞설 수 있는 기회 앞에 놓여있다.

4대 그룹 총수들이 협력업체들과 상생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우리 모두가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길로 한국 경제를 이끌 수 있도록 이념에 빠진 갈등과 반목보다는 미래지향적 사고로 협력하고 힘을 모을 때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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