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못난이' 완판하더니…햇감자 5980→1980원, 어떻게?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7.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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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혁신 선언 이마트 '초저가' 햇 수미감자 출시…데이터 분석·물류비용 절감 통해 가격 인하

이마트가 오는 16일부터 일주일 간 갓 수확한 '햇 수미감자' 800톤(t)을 판매한다. /사진=이마트이마트가 오는 16일부터 일주일 간 갓 수확한 '햇 수미감자' 800톤(t)을 판매한다. /사진=이마트


유통 구조 혁신에 나선 이마트가 '초저가' 상품을 끊임 없이 쏟아내고 있다. 이번에는 각종 비용을 절감해 가격 군더더기를 덜어낸 초저가 햇감자를 선보인다.

13일 이마트는 오는 16일부터 일주일 간 올해 첫 수확한 800톤(t) 물량의 '햇 수미감자'를 1980원(2㎏)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이마트 감자 평균 판매가격이 2㎏에 5980원인 것과 비교하면 약 66% 저렴한 가격이다. 갓 수확한 신선한 햇감자라면 비쌀 법도 한데, 어떻게 가격이 낮아진걸까.



초저가 감자 비결①
신선하고 맛난 '못난이' 모셔라
지난해 12월 SBS '맛남의 광장'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못난이 감자 30t의 판매를 부탁하는 장면. /사진=SBS지난해 12월 SBS '맛남의 광장'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못난이 감자 30t의 판매를 부탁하는 장면. /사진=SBS
이번 수미감자의 가격을 기존 시중가보다 1/3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던 비결로 이마트는 모양과 사이즈가 아닌 신선도와 맛에 초점을 둔 선별 작업을 꼽는다. 이마트는 기존 감자 선별작업을 70g-100g, 100g-200g, 200g-300g, 300g-400g 등 4가지 사이즈로 나눠 진행해 인건비·작업비가 상당했지만 이번 수미감자는 70g-400g 한 가지 규격으로만 운영, 선별 비용을 크게 줄였단 설명이다.

신선식품 성패를 가르는 요소로 균일하고 예쁜 모양이 강조돼 온 만큼, 위험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지난해 '못난이 감자' 열풍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SBS '맛남의 광장'에 출연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부탁으로 강원도 농가의 못난이 감자 30t의 판매를 맡았다.



지난해 12월 SBS 예능프로그램 '맛남의 광장'을 통해 이마트에서 판매된 '못난이 감자'가 판매되는 모습. /사진=이마트지난해 12월 SBS 예능프로그램 '맛남의 광장'을 통해 이마트에서 판매된 '못난이 감자'가 판매되는 모습. /사진=이마트
당시 정 부회장은 백 대표와 전화 통화에서 "한 번 힘써보겠다. 안 팔리며 제가 다 먹죠. 뭐"라며 900g을 780원에 판매했는데 단 이틀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모양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신선식품의 본질이 맛과 가격에 있다는 게 이마트가 내린 결론이다.

초저가 감자 비결②
감자 데이터 분석 "장마·폭염 피해라"
이마트가 선별작업 비용을 줄이기 위해 포장박스 대신 애형 포대 '톤백'을 사용해 감자를 담은 모습. /사진=이마트이마트가 선별작업 비용을 줄이기 위해 포장박스 대신 애형 포대 '톤백'을 사용해 감자를 담은 모습. /사진=이마트
생산비용 감축도 가격 인하를 이끌었다. 과거 감자 매입 데이터를 분석, 올해 무더위와 장마 시기를 고려해 파종·수확시기를 조절해 비용을 크게 절감했다. 장마나 폭염 속에서 신선도가 낮아져 선별 비용이 급증하는데, 올해 장마 시기를 분석해 신선도와 가격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단 것이다.

실제 이마트는 감자 수확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지난해보다 12일 가량 앞당긴 2월 말 파종했다. 이 결과 올해 장마시기를 피해 지난달 20일부터 수확할 수 있었다. 비가 많이 내렸던 지난달 25~27일을 피해 미리 감자를 거둬 신선도도 유지할 수 있었다.


초저가 감자 비결③
'톤백' 쓰고 '풀셋 매입'
이마트가 톤백에 담긴 감자를 옮기는 모습. /사진=이마트이마트가 톤백에 담긴 감자를 옮기는 모습. /사진=이마트
초저가 햇감자의 또 다른 비결은 포장·매입 방식 변경을 통한 비용 절감이다. 이마트는 대형 포대인 '톤백'을 활용, 종이박스 포장단계를 삭제해 부자재 비용과 작업비를 줄였다. 이번 이마트 수미감자 톤백은 400㎏ 용량으로 20㎏짜리 박스 20개를 대체했다. 감자를 나눠 담는 작업은 물론, 재질이 질긴 톤백은 사람이 아닌 포크레인으로도 한 번에 옮길 수 있어 인건비가 크게 줄었다.

이마트는 풀셋(FULL-SET) 매입으로 물류 단계도 줄였다. 풀셋 매입은 신선도와 맛의 차이는 없지만 불규칙한 모양으로 외면 받던 못난이 상품까지 통째로 매입하는 방식이다. 모양 대신 신선도와 가격에 초점을 두기 시작하며 굳이 예쁜 감자만 걸러낸 필요가 사라지며 감자를 한 번에 통째로 매입하게 된 것이다.

곽대환 이마트 채소팀장은 "풀셋 매입을 통해 물류, 선별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여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신선도는 극대화하고 가격은 최소화하는 대형마트 업의 본질에 맞게 다양한 상품에 유통 혁신을 접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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