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에 베팅하는 PE..산업 구조조정 첨병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황국상 기자 2020.07.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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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한항공에 1조 2000억원의 자금을 신규 지원하기로 결정한 지난 4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사옥의 모습.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한항공에 1조 2000억원의 자금을 신규 지원하기로 결정한 지난 4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사옥의 모습.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PEF(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대한항공의 기내식과 기내면세점 사업 인수자로 떠오르자 M&A(인수합병) 시장에선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알짜 사업부라는 평가가 있지만, 코로나19(COVID-19)로 전세계 하늘길이 막힌 상황에서 항공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진대제 펀드'로 유명한 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역시 두산솔루스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두산솔루스 역시 이익 창출 능력이 뛰어난 기업인 반면 인수 뒤에도 꾸준히 설비 투자를 해야 하는 업종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무작정 편안한 투자는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두 사례 모두 대한항공과 두산그룹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 차원의 매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 PE(프라이빗에쿼티)가 코로나19 이후를 염두에 둔 '포스트 코로나' 투자를 과감하게 결정한 점이 눈에 띈다. 앞으로 국내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PE가 유동성 공급자, 더 나아가 민간 주도의 산업 재편을 이끄는 첨병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항공은 기내식 및 기내면세품 판매 사업 매각을 위해 한앤컴퍼니에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하고 거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업부 분리 등 행정 절차만 남은 상황으로, 주요 협의는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파악된다.



또 두산은 두산솔루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스카이레이크를 선정하고 거래를 진행 중이다. 아직 확실하게 거래가 종결된 단계는 아니고, 가격 등 구체적인 거래 조건을 협상하고 있다.

더욱 주목받는 거래는 대한항공의 기내식 및 기내면세점 사업이다. 한앤컴퍼니는 그동안 시멘트, 자동차 부품, 해운 등에 주로 투자한 PE로, 항공 기내식과 기내면세점 사업에 대한 투자는 비교적 생소하다. 또 항공의 경우 경기 민감도가 높고 규제 산업이라는 점에서 PE가 선호하는 분야가 아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항공 산업이 침체된 시기라는 점에서 한앤컴퍼니의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알짜 사업이라 하더라도 기내식과 기내면세점 역시 비행기 운항이 되지 않으면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항공사와 기내식·기내면세점 회사가 다를 경우 기내에서 보다 적극적인 영업이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포스트코로나에 베팅하는 PE..산업 구조조정 첨병
이 때문에 한앤컴퍼니의 대한한공 기내식·기내면세점 인수는 코로나19 시대 이후를 대비한 투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항공 산업이 정상화 될 경우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위기 상황인 지금이 국내 1위 사업자인 대한항공의 알짜 사업부를 인수할 수 있는 적기라는 판단을 했다는 해석이다.


또 한앤컴퍼니가 2019년 3조8000억원의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설립 이래 최대 규모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했는데, 코로나19로 M&A 시장이 위축되면서 적극적인 투자 집행이 어려워졌다. 1조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 집행이 가능한 매물은 PE 입장에선 매력적인 요소다.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로 자본시장에서 사모펀드에 대한 불신이 거세진 가운데 최근 M&A 시장에서 PE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진다. 주요 그룹사가 적극적인 투자를 주저하는 상황에서 유동성이 필요한 기업에 PE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국내 주요 PE는 몇 차례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거래에서 경영 성과를 입증하는 등 위상이 높아졌다. 특히 산업은행 등 정책자금을 앞세운 구조조정이 아니라 PE를 통한 민간 자본 주도의 산업 재편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시장 일각에선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영향으로 대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PE가 주요 그룹의 구조조정 매물을 인수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PE가 인수할 경우 기업가치 상승을 통한 투자 수익 극대화에 집중하는 만큼 경영 효율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노조(노동조합)와 관계 조율이나 직원 고용 보장 등 협의 과정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PE 역시 선뜻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주요 그룹의 매물이 여럿 나와있는 가운데, 한앤컴퍼니와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등 주요 PE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M&A 시장의 활로를 뚫어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기내식·기내면세점 사업은 알짜 중 알짜로, 한앤컴퍼니는 향후 항공 산업 정상화를 염두에 두고 투자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룹 구조조정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알짜 사업부를 매물로 내놓은 대한항공의 판단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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