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사들이는 韓개미, 업계에선 "경쟁력 글쎄…"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반준환 기자, 주명호 기자 2020.07.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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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테슬라, 새 역사를 쓰다 (下)

편집자주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약진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때 테슬라의 생산 능력, 제품의 품질 등을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일단 현재 분위기는 테슬라의 '승리'다. 올들어 주가가 230% 급등한 테슬라는 최근 토요타를 제치고 세계 자동차 기업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랐다. 올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주식도 바로 테슬라다. 일각에선 테슬라의 이같은 질주가 '거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가장 뜨거운' 종목인 테슬라의 면면을 살펴본다.

올해만 3조 '직구'…삼성전자 근접한 '테슬라'
일론 머스크 / 사진제공=로이터일론 머스크 / 사진제공=로이터


"트렌드는 당신의 친구다."



노스먼트레이더의 스벤 헨리치 전략가는 최근 트위터에 나스닥100지수가 급등한 사진과 함께 이렇게 적었다. 나스닥100에는 테슬라, 엔비디아, 페이팔 등 올해 주가가 급등한 기술주들이 다수 포진돼 있다.

국내 투자자들도 성공적으로 트렌드에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올해만 3배로 불어난 테슬라를 대거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현재 자동차업체 중 세계 1위며, 삼성전자 시총에도 근접한 상황이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투자자들이 테슬라를 매수한 금액은 총 25억3000만달러(약 3조37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19억5000만달러 어치를 다시 팔아 순매수 규모는 5억8000만달러(6976억원)를 기록했다.

올 들어 주가가 급등하면서 추격 매수와 차익 실현이 빈번하게 이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테슬라 주가는 9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1394.28달러(167만원)로, 올해만 3배 이상이 뛰었다. 지난달 말 사상 최초로 1000달러를 돌파한 뒤 이번달에도 29%가 급등했다.

이에 따라 테슬라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됐다. 현재 예탁원이 보관하고 있는 해외 주식 1위는 테슬라로, 14억2500만달러다. 테슬라 지분 중 0.55%를 한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테슬라가 17위에 머물렀던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당시 1위는 아마존(6억4557만달러) 였다. 1억4588만달러에 불과했던 테슬라 주식 보관 규모는 반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다. 기관투자자 뿐 아니라 개인투자자들까지 테슬라 투자에 열을 올렸다.

투자자들이 몰리자 테슬라의 시총(2586억5400만달러)은 이달 들어 일본 도요타(1707억9700만달러)를 웃돌면서 자동차 업체 중 시총 1위를 기록했다. 테슬라가 상장된지 10년만에 정상으로 올라선 것이다. 한화로 계산하면 310조3848억원으로, 국내 시총 1위인 삼성전자(314조6075억원)에도 근접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특히 지난 3월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주식이 급락했을 때를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 '스마트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의 미국 주식 보관 잔액은 올 초 91억4971만달러에서 지난 3월 급락장에서 87억9447만달러로 줄었다가 회복기인 4월에는 120억4783만달러로 급증했다. 지난달 말에는 159억746만달러까지 늘었다. 개인투자자들도 해외주식도 간편하게 MTS(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로 매매할 수 있었다는 점도 매수를 부추졌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성장주들의 강세는 전세계 증시의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전통적인 기업 가치 평가 방식인 PER(주가수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그리고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적용하는 PSR(주가매출비율)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로 시작된 생활 패턴의 변화, 지속된 저성장, 저금리 환경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명확한 것은 꿈이 있고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자들은 환호한다는 것"이라며 "PDR(주가꿈비율)이 있다면 요즘 투자자들은 이 지표를 가장 선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인지 기자, 반준환 기자

韓 애널리스트들도 꽂힌 테슬라
테슬라에 대한 관심은 국내 증권사들도 남 못지 않다. 최근 국내 기관투자자는 물론 개인들도 해외주식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애플, 아마존을 제치고 한국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해외주식 원 톱으로 올라선 테슬라는 삼성전자 못지 않게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가운데 테슬라에 대한 목표주가를 제시한 곳은 없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투자의견을 제시하는 활동이 무축 활발하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의 경우 국내 증권사가 공식적인 투자의견을 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테슬라와 직접 컨택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대부분 미국에서 공개되는 정보나 뉴스를 활용해 투자를 분석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증권사나 미국 현지 애널리스트들은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다양하고 다양한 네트워크도 활용할 수 있다"며 "이에 반해 국내 애널리스트는 현대·기아차와 자동차 부품업체를 집중 분석해야 하고 다른 업무부담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테슬라의 사업변화나 실적이 발표될 때는 촉각을 세워 기민하게 대응하는 편이다. LG화학, 삼성SDI 등 주요 상장사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2차전지 부품업체에도 중요한 이슈가 되기 때문이다.

테슬라모델3 / 사진제공=로이터테슬라모델3 / 사진제공=로이터
테슬라를 직접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는 증권사도 최근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5월 자동차 산업 보고서 형태로 테슬라를 집중 분석했는데, 목표주가는 내지 않았으나 매수의견은 제시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테슬라는 수요에 기반한 질적 실적개선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 전개를 입증했다"며 "로보택시(Robo-taxi)에 기반한 모빌리티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하는 테슬라의 성장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비스, 에너지, 컴퓨팅 솔루션, 제조, 운영체제 공급 등 모빌리티 소속 기업과 협업 및 기술성과 확보가 향후 기업가치 평가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테슬라가 앞으로 10년 내에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자동차 회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국내 증권사에서 나왔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는 더 이상 유망주(스타트업)가 아니다"라며 "상하이 기가팩토리와 독일 공장을 통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2030년이 되면 연 200만대 생산, 영업이익 마진 8~9% 달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테슬라 주가 상승은 만연 유망주에서 벗어나 모빌리티 산업의 최고 혁신 기업이 될 가능성과 저금리에 따른 성장주 프리미엄을 반영한 것"이라며 "과거 애플과 아마존은 PER(주가수익비율)이 각각 100~150배, 740배에 달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테슬라 역시 이런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준환 기자, 정인지 기자

테슬라의 '약점' 자동차업계는 알고 있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세계 자동차 기업 중 시가총액 1위로 등극했지만 국내 자동차업계는 크게 긴장하지 않는 분위기다. 주식 시장을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는 테슬라의 '미래 기업 가치'는 인정하지만 전기차 시장 내 경쟁력은 별개로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전기차 관련 기술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품질·서비스 등 다양한 관점에서 경쟁력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전기차의 완성도가 가장 큰 차이로 꼽힌다. 차체 설계, 조립 품질 등 측면에서 테슬라의 차량 완성도는 기존 자동차업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초기 출시된 테슬라S부터 올해 미국에서 첫 인도가 시작된 SUV(다목적스포츠차량) 모델Y까지 지속적으로 품질 불량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월 테슬라 모델3의 국내 예약고객 인수식이 대표 사례다. 당시에 나온 차량 대부분에서 심한 단차가 발견되거나 단차를 맞추기 위한 재조립 흔적들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문제들은 애프터서비스(A/S) 등 장기적인 측면의 고객 만족도를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테슬라의 흥행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자동차업체의 고위 관계자는 "수십년간 이어온 완성차 제조 노하우를 테슬라가 쉽게 따라 잡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관련 기술력 역시 기존 업체들도 꾸준히 준비하고 있는 만큼 테슬라의 독주체제가 지속되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업계에선 기술력 역시 기존 완성차업체와 테슬라와의 격차가 크지 않다고 본다. 테슬라의 기술력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착시효과'라는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테슬라의 경우 선적용 후 업데이트 형식으로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식"이라며 "실제로는 다른 자동차업체와의 기술력 격차가 크지 않지만 적용 시점이 빨라 혁신성이 부각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완성차업체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신기술 개발 시 당장 적용보다는 검증 절차를 통한 안전성 확보에 집중한다. 이를 통해 사고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한 뒤 상용화에 나서기 때문에 기술 적용에 일정 시간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그럼에도 테슬라에 대판 기업 가치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전기차가 아닌 다른 미래산업으로의 확장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전기차 제조사로만 보면 현재의 평가가 나올 수 없다는 얘기다.

이보성 현대차 (237,000원 ▼7,000 -2.87%)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장은 "자동차업체가 아닌 우주항공 등 미래산업과 관련한 테슬라의 장기비전이 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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