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소리 들었던 공적마스크…오늘부터 ‘자유시대'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김남이 기자, 이민하 기자, 최태범 기자 2020.07.12 06:00
글자크기

[MT리포트] 아듀! 공적마스크 (上)

편집자주 코로나19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는 'K-방역'의 한 축을 담당했던 공적마스크 제도가 11일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국내 마스크 수급 안정화와 코로나 확산 방지에 크게 기여했지만 도입 초기에는 혼란도 많았다. 지난 몇개월간 우리 국민들과 함께 호흡했던 공적마스크 제도의 공과 과, 시사점 등을 살펴봤다.

"공산주의냐" 소리 들었던 공적마스크…그 후 9억장 풀렸다
‘공산주의’ 소리 들었던 공적마스크…오늘부터 ‘자유시대'


'지구 3바퀴 반'



지난 3월부터 정부가 공급한 공적마스크는 9억5195만장. 일렬로 붙이면 지구를 3바퀴 반 이상(15만2254㎞) 돌 수 있는 거리다. 가로, 세로 각 16㎝의 넓이로 계산하면 축구장 3411개를 가득 채울 수 있다.

‘코로나 19’ 확산 후 마스크 대란이 일자 정부는 과감하게 지난 3월 9일부터 마스크 수출 금지, 1인당 구매제한(5부제)을 도입했다. ‘공적마스크’ 도입 후 여러 비판이 일었지만 공적공급제도 종료를 앞둔 지금 정부의 방침이 ‘코로나19’ 방역에 큰 역할을 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 착용은 가장 중요한 방역 조치인데 초반에 시장 기능에만 맡기는 것은 공급이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했다"며 "공적마스크는 이런 역할을 충실히 해줘서 방역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마스크 대란에…정부, 수출 금지·'5부제' 극약 처방

‘공산주의’ 소리 들었던 공적마스크…오늘부터 ‘자유시대'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마스크 5부제가 시작된 지난 3월 9일부터 지난 4일까지 총 7억727만장의 마스크가 국민을 대상으로 공급됐다. 학교, 의료기관 등 공공기관에 제공된 마스크까지 더하면 공적마스크는 총 9억5195만장이 풀렸다.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2월부터 사회 곳곳에서 ‘마스크 대란’이 일었다. 마스크를 구할 수가 없어 마트에 새벽부터 줄을 선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마스크 판매를 빙자한 사기 사건도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마스크의 수출을 중단하고, 사실상 생산된 모든 마스크를 정부가 구매해 국민에게 공급하는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내놨다. 핵심은 일주일에 국민 1명에게 마스크를 2장만 공급한다는 ‘마스크 5부제’였다.

일부에서는 사실상 마스크 배급제라며 자유시장 체제에 반한다는 비판을 내놨다. 또 약국에 가중되는 업무량, 1장당 1500원이라는 비싼 가격 등이 문제가 됐다. 실제 마스크 5부제 도입 직후 약국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은 변함이 없었다.

◆마스크 주간 생산량 6552만장에서 1억장으로…비말차단 마스크 개발·생산

‘공산주의’ 소리 들었던 공적마스크…오늘부터 ‘자유시대'
마스크 생산량 증대되면서 수급 상황은 빠르게 안정화됐다. 2월 넷째 주 6552만장(1주일 기준)이었던 국내 생산량은 한 달 뒤인 3월 넷째 주 7963만장으로 21.5% 늘었다. 꾸준히 늘어난 생산량은 6월 중순 주간 생산량 1억장을 넘어섰다.

수요도 꾸준히 안정화가 됐다. 3월 둘째 주 3583만장이었던 수요(공공기관 수요 제외)는 4월 넷째 주 2959만장으로 17.4% 줄었다. 정부는 수급이 안정되면 1인 구매량을 4월 27일 3장으로, 6월 18일 10장으로 늘렸다.

특히 비말차단용 마스크 개발과 생산은 마스크 수급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됐다. 6월부터 생산이 시작된 비말차단용마스크는 7월 첫 주 생산량이 3474만장으로 늘었다.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지자 마스크 가격도 떨어졌다. 2월 말 오프라인 시장에서 평균 2751원이었던 KF94 보건용 마스크 가격은 3월 들어서며 약 1800원 떨어졌다. 온라인 가격은 2월 말 평균 4221원에서 현재 2100원으로 떨어졌다.

◆12일부터 마스크 자유 시대…정부, 1.5억장 비축 "비상 상황시 다시 공적 개입"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7월 11일자로 마스크 공적공급제도를 종료한다"며 "12일부터는 약국, 마트, 온라인 등 다양한 판매처에서 보건용 마스크를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이 처장은 "정부를 믿고 불편을 감수하며 협조해준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마스크는 이제 ‘공적 공급’에서 ‘시장 공급’ 체계로 바뀐다. 시장이 스스로 가격을 결정한다. 다양한 마스크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수출 허용량이 당일 생산량의 30%에서 ‘월별 총량제’(월 평균 생산량의 50%)로 바뀐다. 외교부는 이미 국산 마스크의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을 파악하고 있다. 외교부는 고성능 마스크를 원하는 일부 국가에서 국산 마스크가 경쟁력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렇다고 정부가 마스크 수급에서 완전히 손을 놓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마스크 가격과 품절률 등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불공정 거래를 지속적으로 단속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스크 공급이 다시 불안정해질 상황을 대비해 1억5000만장을 비축했고, 상황 발생시 바로 다시 공적개입을 실시할 것"이라며 "계속 모니터링하며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했다.

이강준 기자, 김남이 기자

믿고 쓰는 'KF마스크', 물량 풀릴 때마다 수출 '껑충'
‘공산주의’ 소리 들었던 공적마스크…오늘부터 ‘자유시대'
한국산 보건용 마스크(이하 KF마스크)가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잇는 'K방역' 대표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1200만명을 넘어서는 등 2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품질을 검증 받은 KF마스크를 찾는 해외 바이어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10일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지난달 마스크 등 방직용 섬유제품군 수출액은 전월(5월)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6340만달러(잠정치)로 집계됐다. 미국 수출액이 2290만달러로 3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미국 수출액은 1월 65만달러에서 35배가량 불어났다.

그동안 KF마스크 수출은 정부의 조치에 따라 크게 요동쳤다. 수출 제한 조치 전인 2월에는 수출액이 1억5450만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1억3290만달러가 중국의 '마스크 싹슬이' 물량이었다. 정부는 3월부터 하루 생산량의 10% 이내로 수출을 제한했다가 지난달 18일부터 하루 생산량의 30%로 완화했다.

◆해외 수출량 '하루 30%'→'월 50%'로 완화

업계에서는 정부의 수출 제한조치가 완화되는 이달부터 수출 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수출은 월 총생산량의 50%까지 허용된다. 업체들은 해외 인증 획득과 생산설비를 확충하면서 하반기 해외 수출을 늘려갈 계획이다.

웰킵스는 해외 수출 물량 확대에 대비해 유럽인증(CE) 획득을 추진 중이다.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은 획득한 상태다. 지난달에는 현대씨스퀘어와 KF마스크 등 K방역 용품 수출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웰킵스 관계자는 "국내 마스크 수요가 급증했던 3~4월에는 공장을 하루 3교대로 가동했지만, 현재는 2교대 수준으로 운영하면서 20~30% 정도 생산여력을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내수에 집중했던 업체들도 하나둘 수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그동안 내수 시장 우선 공급원칙에 따라 해외 수출을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시장 상황에 따라 해외 수출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웰크론 관계자는 "앞서 공적 공급물량이 완화되는 것을 대비해 내부적으로 수출 전략을 준비해왔다"며 "해외 인증을 받고, 생산설비도 추가로 확충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인증 부담 줄여야…美 FDA·유럽 CE·中 KN 인증 등

KF마스크 수출을 위한 대표적인 해외 인증은 미국 FDA나 유럽 CE 인증이다. 미국 FDA는 N95가 가장 잘 알려진 등급이다. 기능에 따라 허가 등급은 9개로 나뉜다. 유럽 CE 인증은 'FFP1, FFP2, FFP3' 세 개로 인증 표기가 달라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미국, 유럽 인증 등 국가별 각 시험법에 맞는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한다"며 "기능적인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해외 인증을 위해 제품을 크게 변경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력과 비용 등이 부족한 중소업체들에는 해외 인증 절차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한 중소 마스크 생산업체 대표는 "아무래도 미국, 유럽 인증을 받는 게 수출에 유리할텐데 중소업체들은 그런 경험들이 적다"며 "K-방역 육성 측면에서 정부가 인증 절차를 일괄 지원해주면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민하 기자, 최태범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