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미투 의혹'에…"여성계 출신 민주당 의원들은 뭐하나"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2020.07.1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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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10일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망 소식과 함께 전해진 성추행 피소 사실에 "여성운동가 출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왜 침묵하고 있느냐"는 비판 여론도 10일 이어지고 있다.

'비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판 여론이 이어지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여성계 출신 의원들이 그간 피해자 증언 보호, 성범죄 피해자 2차 가해 방지 법안을 입법하는 등의 정책을 주장해왔던 만큼 이들의 입장에 관심이 쏠린다.



'1세대 시민운동가' 고인과 30여년 인연들…비판보단 애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앞줄 오른쪽부터), 이학영 의원, 남인순 의원이 10일이 새벽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운구차를 기다리고 있다. 박 시장은 가족의 실종신고 후 7시간 여에 걸친 수색 끝에 삼청각 인근 산 속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진=뉴스1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앞줄 오른쪽부터), 이학영 의원, 남인순 의원이 10일이 새벽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박원순 서울시장 운구차를 기다리고 있다. 박 시장은 가족의 실종신고 후 7시간 여에 걸친 수색 끝에 삼청각 인근 산 속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진=뉴스1
이날 민주당 여성계 의원들은 대부분 박 시장에 대해 애도하는 반응을 나타냈다. 대부분 '1세대 시민운동가'로 꼽히는 박 시장과 시민단체 활동 시절부터 인연이 있는 이들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출신의 3선 남인순 의원은 이날 새벽 박 시장 빈소가 차려지기 전부터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가 있었다.

남 의원의 경우 민주당 내에서 박원순계로도 꼽힌다. 이날 남 의원 외에도 서울시에서 박 시장을 보좌했거나 시민사회계 출신들로 구성된 민주당 내 박원순계 의원 10여명이 빈소를 지켰다.

성범죄 피해 여성 지원 단체인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출신 재선 정춘숙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생전 인연을 밝히며 애도를 나타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10일 페이스북 /사진=페이스북 캡처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10일 페이스북 /사진=페이스북 캡처
정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힌 흰 국화 흑백사진과 함께 "1992년부터 함께 여러가지 일을 했다. 뭐라 말할 수가 없다. 그저 눈물 뿐"이라며 "박 시장님, 내 선배님, 명복을 빈다"고 적었다.

정 의원의 경우 2017년 대선 국면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지지했지만 이듬해 안 전 지사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에는 "재판부는 성폭력 피해자의 처절한 아픔에 공감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입장문을 냈다. 다만 이번에는 박 시장의 피소나 피해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정의기억연대 출신 윤미향 의원은 의원실 페이스북 페이지에 "고(故) 박원순 서울특별시장님의 명복을 빈다"는 짧은 메시지로 고인을 애도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내다 3선 도전에 성공한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이날까지 애도를 포함한 아무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성폭력 전문 연구소 '울림' 소장 출신으로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발을 들인 권인숙 의원도 아직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피해자 편 안 드나" vs "그래도 지켜봐야" 엇갈린 여론
이들의 반응에 일각에서는 "그래도 여성계 의원들은 피해자 편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이날 피해자 입장을 고려해 조문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민주당 의원들의 입장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들 의원들을 지지해 온 여성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인간 대 인간으로 오랜 인연을 가져온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입장을 요구하는 반응도 적잖다.

특히 남 의원의 경우 빈소를 일찍부터 지켰다는 데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적잖다. 남 의원의 경우 앞서 민주당 내에서 불거진 4·15 총선 영입인사 2호 원종건씨 관련 미투 국면에서 "'피해 호소인'들의 용기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일이 다시 회자되고도 있다. 이와 관련 남 의원에게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민주당 지지자라는 여성 김모씨(38)는 "미투에 극단적 선택으로 대응하는 것 자체가 피해자한테 가해자가 2차 가해 하는 것 아니냐"며 "시민 사회에서 오래 친분을 쌓아오던 사람의 부고에 애도를 나타낼 수는 있다지만 그런 걸 제일 알 사람들이 추모 표시와는 별개로 입장도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트위터리안(@a******)도 "민주당 여성운동 출신 의원들은 왜 침묵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부 누리꾼은 "박 시장과 관계를 생각하면 입장이 난처할 것 같기도 하다"면서도 "이들이 조문 가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박 시장 빈소에서 박 시장의 성추행 피소에 대해 질문한 기자에게 "후레자식"이라고 읊조리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인 가운데 이들이 당에서 입장을 밝히기 쉽지 않겠다는 반응도 적잖다.

한 여초 커뮤니티 누리꾼은 "정치인들이 박 시장을 조문하는 것 자체가 비판의 여지도 있겠지만 이번 사건은 남성 위주의 정치 문화에서 비롯된 일 아니겠느냐"며 "여성 정치인들까지 검열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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