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 구급업무는 위험직무" 판결 끌어낸 변호사들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0.07.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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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대한민국 법무대상/공익상]법무법인 화우 박상훈 변호사

박상훈 변호사/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박상훈 변호사/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 재심에서 인정이 안 되면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갈 생각이었죠. 그런데 재심에서 곧바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결과도 좋았지만 과정도 아주 단축이돼서 기뻤죠."

지난달 23일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법무법인 화우 사무실에서 만난 박상훈 변호사는 고(故) 강연희 소방경 사건을 맡았을 당시를 이같이 회상했다. 박 변호사는 강 소방경의 위험직무순직 인정을 이끌어내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이 한국사내변호사회와 공동으로 주최하고 네이버법률(법률N미디어)과 공동으로 주관한 '제3회 대한민국 법무대상'에서 공익상을 수상했다.

강 소방경은 2018년 4월 구급업무를 수행하던 중 취객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 뇌출혈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인사혁신처 산하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유족이 청구한 위험직무순직 급여 지급을 불승인했다. 망인의 사망이 순직에는 해당하지만 '위험직무순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이었다.



공무원재해보상법상 위험직무순직공무원은 '생명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재해를 입고 그 재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한 공무원'을 말한다.

법무법인 화우와 재단법인 화우공익재단은 유족들을 대리해 재심 청구에 나섰다. 박 변호사와 박찬근 변호사, 홍유진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사건을 맡을 당시부터 끝까지 가보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이유는 '소방공무원'이기 때문이었다. 당시 소방공무원은 국가직 전환이 되기 전이었다. 위험에 쉽게 노출되지만 대우는 열악했다.



위험직무순직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구급업무가 실질적으로 위험직무에 해당한다는 점 △강 소방경이 폭언과 폭행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 등을 입증해야만 했다. 특히 뇌동맥류를 기저질환으로 갖고 있던 강 소방경이 주취자의 폭언과 폭행으로 숨진 것임을 소명해야 했다. 대법원 판례 중에 비슷한 사례가 있었으나 정확하게 들어맞는 건 없었다.

박 변호사를 비롯한 화우의 변호사들은 처음에는 인정받을 확률을 '반반'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이어갈수록 '인정 받을 수 있다'는 확신에 이르렀다.

폭행과 폭언으로 강 소방경의 뇌동맥류 질환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주취자에게 폭행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30년은 더 살 수 있었을 것이란 취지다. 박 변호사는 "급격환 악화의 경우에도 인과관계를 인정한다는 법리가 있었다"며 "그 법리를 행정법원 단계든 대법원 단계든 언젠가는 분명히 인정받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구급업무가 '위험직무'라는 점을 실질적으로 인정받게된 배경에는 '소방공무원 765명의 탄원서'와 '162명의 진술서'가 있었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이 사건을 계기로 소방공무원들의 구급업무가 실질적으로 위험직무라는 것을 증명하게 됐다"면서 "소방공무원들께서 자발적으로 나서주신 덕분에 구급업무가 상시적으로 고도의 위험성에 노출됐음을 증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박 변호사는 2007년 변호사가 된 이후로 공익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그는 공익활동을 '저축'에 비유한다. 박 변호사는 "저축을 할 때 일단은 쓰고 남은 돈을 저축하려고하면 결국 저축을 못한다"면서 "공익활동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시간이 남으면 공익활동을 하겠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미리 공익적인 일에 에너지의 10%를 투자한다는 생각을 해야한다"며 "그것이 본인의 개인적인 보람이나 로펌의 존재이유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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