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개념' 바꾸자는 북한…"적대시 정책 철회가 먼저"

뉴스1 제공 2020.07.1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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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제재 해제, 의제 아냐…'적대시 철회 대 협상 재개'로"
하노이 방식 버린 北 "대화는 미국 태도 변화 먼저 보고 결정"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당 제1부부장.© News1 이지원 디자이너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당 제1부부장.©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연내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대화 선결 조건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또 대북 제재 해제는 더 이상 협상 주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는데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미 대화 문턱을 한층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제1부부장은 10일 담화에서 북미 협상 관련 "나는 '비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북미) 협상의 기본 주제가 이제는 '적대시 철회 대 조미 협상 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미국은 대화 준비가 돼 있다며 북측에 '권한 있는 협상 대표' 임명을 촉구한 데 대해 김 제1부부장이 북측의 대화 재개 조건을 밝힌 것이다.

우선 김 제1부부장은 기존의 '비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의 대화 틀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내심 하노이에서와 같은 협상 조건으로라도 되돌아가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지금에 와서 하노이의 회담 탁에 올랐던 일부 제재 해제와 우리 핵 개발의 중추신경인 영변 지구와 같은 대규모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를 다시 흥정해보려는 어리석은 꿈을 품지 않기 바란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의 순서와 단계를 놓고 진행된 지난 2019년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결과적으로 원하던 성과를 얻지 못하자 '비핵화 조치 대 대북 제재 해제'의 기존 협상 틀을 바꾸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특히 "우리는 제재 해제 문제를 미국과의 협상 의제에서 완전 줴던져버렸다"며 대북 제재 해제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하노이 회담 때는 '인민 생활 향상을 도모'하고자 '거래조건이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대 모험'을 하려고 했지만 이제부터는 '우리 식대로, 우리 힘으로 살아나갈 것'이라는 것이다. "제재를 가해온다고 우리가 못 사는 것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 미국에 끌려다니겠는가"라며 제재 속에서의 경제난 극복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김 제1부부장이 '대북 제재 해제' 대신 새로 내세운 대화 틀은 '적대시 철회 대 조미 협상 재개'다.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먼저 철회해야 북미 협상 테이블에 나오겠다는 것이다.

김 제1부부장은 그러면서 협상 재개는 "회담 탁 위에서 무엇을 어떻게 더 빼앗아 먹겠는가만을 생각하는 미국과는 당장 마주 앉을 필요가 없으며 미국의 중대한 태도 변화를 먼저 보고 결심해도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의 선제적 조치를 요구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미국의 대북 적대적 행동은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이나 평화협정, 주한미군 문제부터 이날 김 제1부부장이 언급한 '대북제재 행정명령 1년 연장', '북한 인권 실태 해결 주장',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 지정', '테러지원국 지정' 등을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제1부부장은 대화 조건을 밝히면서 동시에 이 같은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분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지적하며 북한은 여기에 대응해 장기전을 준비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에 대한 체질적 거부감이 '토질병'으로 되어버린 미국이 지금의 대선 '위기'를 넘긴다 해도 그 이후 우리를 향해 할 수많은 적대적 행동들을 예견해야 한다"며 "앞으로 끊임없이 계속 이어질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에 대처할 수 있는 우리의 대응 능력 제고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이에 대해 "결국 미국 행정부 관료, 의회, 여론 등 구조적 환경을 고려했을 때 단기간 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라며 "비핵화 조건으로 미국의 동시적 불가역적 중대조치를 제시하는 등 장기적 대응 의도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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