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이 간' 박원순 시장 마지막에…극단 치닫는 여론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2020.07.1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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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실종 신고 7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64)의 마지막을 두고 여론이 극단으로 갈렸다. 박 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에 대한 비판부터 박 시장을 고소한 전직 비서 비방까지 위험 수위의 말들이 온라인상에서 이어지고 있다.

박 시장은 10일 새벽 0시1분쯤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전날 오후 5시17분 이후 약 7시간 만으로 박 시장의 시신은 서울대병원 영안실에 안치됐다.



갑작스러운 박 시장의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새벽 사건 현장과 병원을 찾은 지지자들은 "일어나라 박원순", "사랑한다 박원순",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라" 등을 외치며 오열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종 당시 언론보도를 통해 박 시장의 전직 비서 A씨에 대한 성추행 피소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 여론도 일었다. 박 시장이 1993년 국내 첫 성희롱 소송 사건의 변호인으로 활약하는 등 평소 인권활동에 힘 써왔던 터라 충격을 더했다.



지난해 2월 박 시장은 미투(Me too) 운동 관련해서도 "많은 여성이 저항 주체로 독립운동에 참여했고,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이뤘다"며 "민주화 운동과 촛불집회뿐 아니라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미투 운동으로 이어져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때문에 별다른 유언을 남기지 않고 떠난 박 시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온라인에서 일고 있다. 박 시장의 선택이 고소인 A씨가 받을 심적 부담 등은 전혀 고려치 않은 이기적 행동이었다는 지적이다. 성추행 사건은 박 시장의 죽음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다.

누리꾼들은 "이런 식으로 가면 인정하는 것밖에 안된다", "자신의 명예만 끝까지 지키려한 이기적 선택", "피해자는 박 시장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는 자책감을 안고 살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른 측에선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은 결론난 것이 아니라며 고인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민주화와 시민운동에서 큰 족적을 남긴 박 시장의 삶을 의혹만으로 매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야권에서 A씨를 이용해 박 시장을 극단으로 내몰았다는 '음모론'과 '2차 가해' 등이 이뤄지기도 했다. 일부 박 시장 지지자들은 "죽음이 성추행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성추행이 아니라 무고한게 억울한 것", "진보 대권주자들을 압박하는 보이지 않는 세력은 누굴까", "배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A씨의 2차 피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류영재 대구지법 판사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 특히 음모론을 퍼뜨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 시장은 딸에게 남긴 말 이외의 유서 등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기관장' 5일장으로 진행하며, 직원과 시민들을 위해서 시청 청사 앞에 분향소를 차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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