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은 상장 후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되고 이후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공모가 대비 최고 5.5배나 올라 고평가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기관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줍줍’한 반면, 코로나19 경제위기 속에서도 2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반대로 ‘손절’했다. 특히 기관 가운데 연기금, 보험, 투신은 SK바이오팜 상장일부터 8일까지 5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하고 삼성전자에 대해선 같은 기간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SK바이오팜이 장중 최대 -3.4% 떨어지던 날에도 연기금, 보험, 투신은 순매수를 기록하며 또다시 '줍줍'했다. 이날 세 기관합계 순매수는 약 83억원이었다. 반면 이날 모든 기관이 삼성전자에 매도 우위를 보이며 기관합계 -1895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로써 기관은 삼성전자 2분기 잠정 실적 발표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순매도로 일관했다. 4일간 기관합계 순매도는 -6111억원에 달했다.
SK바이오팜이 상장한 2일부터 10일까지 기관 순매수 1위 종목이 SK바이오팜인데, 특히 연기금과 투신, 보험이 주요 매수 주체였다. 연기금과 보험은 상장일부터 7거래일 내내 순매수를 유지하며 순매수 1위를 기록했고, 보험은 딱 하루만 제외하고 연속 순매수를 보였다. 개인은 9일까지 순매수를 유지하다 10일엔 -65억원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SK바이오팜처럼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이가 많으면 주가는 오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고성장 기업의 주가는 강세를 띤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Tesla)다. 테슬라는 코로나19 경제위기 속에서 올해에만 주가가 269% 급등하며 이제 테슬라는 연판매대수가 30배나 더 많은 일본 토요타를 제치고 글로벌 자동차 업체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SK바이오팜이나 테슬라의 기업가치는 전통적인 가치 평가 방식인 PER(주가수익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또한 이익은 나지 않으나 매출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적용하는 PSR(주가매출비율)로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적절한 평가 방식은 무엇일까?
삼성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전통적인 가치 평가 방식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종목들의 주가 강세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새로운 지표인 PDR(주가꿈비율)을 언급했다. PDR은 글자 그대로 매출이나 순이익, 현금흐름 등과 같은 재무적 수치가 아닌 계량화가 어려운 미래의 '꿈'(dream)을 기초로 기업가치를 산정한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 전통적인 기업가치 평가 방식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기업들이 계속 출현하는데, 애널리스트가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되자 궁여지책으로 꺼낸 해명이 아닐까 싶다. SK바이오팜은 지금 ‘꿈’(dream)에 근거해 주가가 오르는 상황이다.
과거에도 주식시장이 호황인 시기엔 어김없이 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전통적인 가치 평가 방식으로 설명이 안 되는 기업들이 출현할 때마다 그 가치를 정당화해 줄 수 있는 새로운 평가방식들이 고안돼 왔다. 최초 배당할인모형에서 시작한 기업가치 평가 모델은 이후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 기업들이 늘자 순이익이나 현금흐름, 순자산을 기초로 한 PER이나 FCF(잉여현금흐름), PBR 등이 새롭게 고안됐고, 또 손실이 나지만 매출 성장이 빠른 기업이 늘어나면서 새롭게 PSR이 제시됐다. 그리고 지금은 그 어떤 평가 방식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기업들이 나타나면서 미래의 ‘꿈’에 기댈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SK바이오팜 상장 이후 고평가 논란에도 계속 ‘줍줍’을 하고 반대로 시총 1위인 삼성전자에 대해선 ‘손절’을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로 투자자들이 ‘꿈’을 좇고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