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실적보다 느낌·리딩 따라…주린이 '위험한 단타'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한정수 기자, 조준영 기자 2020.07.10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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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뭐하는 종목이냐고요? 몰라요" 단타족의 하루

업종·실적보다 느낌·리딩 따라…주린이 '위험한 단타'


"9시30분쯤 HTS(홈트레이딩시스템)에서 상승률 높은 종목들을 훑어보기 시작합니다. 상승률이 8∼12% 되는 종목들 중 거래량이 많은 종목 서너개를 골라 100만∼200만원어치씩 사요.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그날 안에 파는 겁니다. 저는 5% 이상 오르면 무조건 팔고 마이너스로 내려가도 무조건 팔아요. 이렇게 해서 꽤 벌고 있습니다. 뭐하는 회사들인지 아냐고요? 몰라요, 돈만 벌면 되죠 뭐."



올해 들어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는 직장인 김모씨(32)의 말이다. 최근 김씨처럼 단타 매매를 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단타'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면 단타 매매 기법과 단타 매매 경험담 등이 쏟아져 나온다.



김씨는 500만원 안팎의 투자금으로 1주일 만에 100만원에 가까운 돈을 벌었다고 했다. 보통 상승률과 거래량만 보고 하루에 세 종목 정도만 사는데 이 중 두 종목에서는 반드시 수익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짧은 기간만 보유했다가 팔기 때문에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7일 오전 10시 당시 수익률 10%를 기록 중이던 한 제약회사 주식을 100만원어치 매입했는데 불과 30여분 만에 수익률이 10%포인트 가까이 뛰어오르는 일도 있었다.

그는 "나중에 그 종목이 페스트 테마주로 분류돼 급상승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단타를 할 때 뭐하는 회사인지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이 같은 수익률이 유지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 딜링룸. 기사 내용과 사진은 무관함. /사진제공=KB국민은행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 딜링룸. 기사 내용과 사진은 무관함. /사진제공=KB국민은행
물론 전문가들은 이같은 단타 매매는 위험하다고 우려한다. 특히 주식 시장에 처음 진입한 초보 투자자들에겐 더 위험한 행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가의 장기적 추세 예측보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 내의 상승과 하락에 베팅하는 게 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만큼 단타로 꾸준히 수익률을 낸다는 것은 사실상 운의 영역이라는 의견까지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두번 단타 매매로 수익을 내는 것과 3개월 이상 꾸준하게 그 수익률을 이어가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어떤 종목이 얼마나 오를지 내릴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만큼 주식 시장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단타 투자를 추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보자들에게는 분할 매수, 우량주 장기 투자 등 뻔하지만 이미 검증된 건전한 전략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리딩방'으로 알려진 오픈 채팅방과 일부 유튜브 채널 등이 단타 매매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채널에서 단타로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퍼지면서 초보 투자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리딩방은 주식 투자 요령을 알려주는 곳을 일컫는다. 현재 금융당국은 적게는 몇백명에서 많게는 몇천명씩 모여있는 리딩방이 수천개 이상 존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리딩방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 중이다. 리딩방이 주가 조작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리딩방 운영진이 회원들에게 추천할 종목을 미리 사 둔 뒤 회원들에게 매수를 권유하는 방법으로 주가를 올려 차익을 얻는 경우가 있어 금감원이 전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역대 최고치 경신한 '빚투'…신용융자 13조 육박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코로나19(COVID-19) 2차확산 우려에도 빚을 내 투자하는 일명 '빚투'가 13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4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우려에 융자잔고가 6조원대까지 떨어진 이후 3개월만에 2배 가량 늘었다.

신용융자 잔고는 개인이 주식을 사기 위해 해당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 빌린 금액이다. 주식 신용거래는 일정 보증금율(40~45%)을 맞추면 증권사에서 나머지 금액을 빌려 주식을 사는 거래방법을 말한다.

주가 상승기에는 융자를 레버리지 삼아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빚을 내 산 주식의 주가가 하락해 대출받은 개인이 만기일(통상 3개월)까지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매도하는 '반대매매'를 통해 돈을 회수한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12조703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4월2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증시폭락장에 신용잔고가 6조8780억원까지 떨어졌지만 이날 이후 3개월 넘게 잔고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지난 2018년 6월 12조6479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2년여 만이다.

같은 기간동안 융자잔고 증가 상위 60종목을 살펴보면 대부분 수백~수천% 빚투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수익률까지 최대 170%까지 치솟는 등 빚투를 통해 고수익도 실현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균 주가상승률은 37.49%에 달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2158.88)보다 12.27포인트(0.57%) 오른 2171.15에 개장했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14.84포인트(0.69%) 오른 2173.72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765.96)보다 4.50포인트(0.59%) 오른 770.46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95.5원)보다 3.0원 내린 1192.5원에 출발했다. 2020.07.09.   dadazon@newsis.com[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2158.88)보다 12.27포인트(0.57%) 오른 2171.15에 개장했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14.84포인트(0.69%) 오른 2173.72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765.96)보다 4.50포인트(0.59%) 오른 770.46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95.5원)보다 3.0원 내린 1192.5원에 출발했다. 2020.07.09. [email protected]
60종목 중 주가가 4월 대비 하락한 종목은 7개에 불과했다. 기간을 최근 한 달로 좁힐 경우 하락종목은 20개로 늘어났지만 평균수익률을 살펴보면 상승종목들이 두드러졌다.

한 달간 주가가 상승한 종목 30개의 수익률은 19.24%인 반면 하락종목들의 손실률은 -4.86%에 불과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코스피시장에서 유니온머티리얼의 신용융자잔고는 지난 4월2일 대비 1017.83%나 증가했다.

이 종목의 수익률은 173.31%로 잔고증가 상위 60종목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어 신성이엔지의 잔고증가율은 1115.39%였고 △태평양물산, 914.22% △대웅 931.81% △SK 727.51%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의 주가상승률도 20~90%대를 기록하며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코로나 재확산 우려에도 여전히 개인투자자들이 든든한 증시버팀목이 되면서 지난 3월 같은 폭락장이 재현될 가능성은 적다.

다만 증시가 추가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면서 지수움직임과 별도로 개별 종목이 상승세를 보이는 종목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게 변수다. 종목별 편차가 커지면서 무분별한 빚투로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증시는 여전히 높은 변동성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무리한 빚투는 지양하길 권고하고 있다"며 "2분기 실적시즌이 온만큼 상반기 코로나 여파에도 선방한 종목 중심으로 신중한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개인 매수랠리 기대감..."주식에 45조원 더 쏠 수 있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를 견인하는 '큰손'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시장은 앞으로 개인이 얼마나 주식시장에 돈을 더 쏟아부을 수 있을지에 주목한다.

금융자산 내 주식 비중 증가 추세를 예상할 때 개인이 올 상반기 순매수 규모를 상회하는 자금을 추가로 베팅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연초 이후 이날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각각 33조1191억원, 7조9135억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 개인이 국내 증시에서 41조326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7조7666억원, 14조2426억원 순매도했다.

시장전문가들은 개인의 이같은 순매수 행진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개인이 주가를 견인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며 "금리 수준이 사상 최저치로 낮아진 상황에서 주식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업종·실적보다 느낌·리딩 따라…주린이 '위험한 단타'
김 연구원은 "최근 채권 및 예금 금리는 1% 내외 수준에 불과한데, 이런 상황에서 채권에 투자해봐야 상승여력이 제한적이고 정기예금에 가입해 이자를 받아도 세금을 감안하면 수익이 크지 않다"며 "갈수록 규제가 강화되는 부동산도 적절한 투자대상이 되기 어려워 대안은 주식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3000조원을 넘어선 M2(총통화)를 보면 개인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에 더 유입될 확률은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시장의 관심은 가능한 추가 순매수 규모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장세는 지난 3월 증시 급락에 따른 저점 매수세 유입이 (상승) 트리거였지만 그 바탕에는 저금리 지속 현상이 있었다"며 "금리가 낮아지면 그만큼 주식 시장에 들어가기 위한 기회비용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가계/비영리단체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은 2010년 이후 꾸준히 하락했고, 지난해 말 기준 이 비중은 15%"라며 "올해 금융자산 증가율이 8%로 유지되고 주식 비중이 16%를 회복한다면 개인은 45조원 가량 추가 순매수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코스피가 2200포인트 대에서 저항이 심한 상황인데, 개인의 추가 매수 여력은 지수 하단의 지지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이번 상승장에서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한 개인투자자 중 상당수가 수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경험은 개인이 계속 증시에 머무르며 투자를 계속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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