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자살률이 내려갔다 [日산지석]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20.07.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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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고령화 등 문제를 앞서 겪고 있는 일본 사회의 모습을 '타산지석' 삼기 위해 시작한 연재물입니다.

바이러스 코로나19로 인해 각국은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자연히 실업률도 올라갔습니다. 보통 실업률 상승은 개인의 경제력 문제로 이어져 자살률 증가라는 어두운 결과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사진=AFP/사진=AFP


코로나 이후 자살률이 내려갔다 [日산지석]
그런데 일본에서는 4월과 5월 자살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가량 줄었습니다. 일본 역시 이 때 실업률이 2월 2.4%→4월 2.6%→5월 2.9%로 증가했지만 극단적 선택은 오히려 감소한 것입니다.



이에 대한 현지 관련 기관의 한 분석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일본의 자살 문제는 한국에도 익히 알려진 일이지만,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우리나라가 더 많습니다.(2018년 기준 26.6명, 일본은 16.5명)

전쟁 때 자살률은 줄어든다
한국 중앙자살예방센터의 '2020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카드사태, 금융위기 등이 있을 때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경제난이 부른 비극입니다. 이른바 'IMF 사태'가 있던 직후인 1998년, 일본에서도 금융위기 여파로 자살자가 3만명을 넘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서도 일본에서는 실직, 소기업의 경영난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홋카이도, 효고현 등 각지의 자살예방상담센터 상담 건수는 3월부터 급증했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자살률이 내려간 데 대해,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의 독립행정법인 경제산업연구소(RIETI)의 후지 가즈히코 연구원은 최근 글에서 '전쟁 때 자살이 감소한다'는 사실과 비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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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이 만든 유대감
후지 연구원은 전쟁 때에는 세계 공통적으로 자살률이 낮아지는데, 이는 함께 대항할 '적'이 있을 때 연대 의식과 일종의 활력이 생기기 때문으로 여겨진다고 말합니다. 소속감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도 전쟁과 같은 큰일로 인식됐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지난 5월 책 '신 자살론'을 함께 쓴 사카모토 도시오 난잔대학교 교수는 자살률을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사회적 '체면'을 꼽습니다.

일본에서는 아시아 금융위기 때 중장년 남성의 자살률이 치솟았다가 2003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사카모토 교수는 그 배경에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로 남녀의 기존 역할에 변화가 생긴 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집안 경제를 남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이 줄어 실직으로 인한 스트레스, 자괴감, 소외감도 감소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사회 안에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면서 생활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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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을 개인의 잘못으로만 보지 말고…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일본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습니다.(1인당 10만엔, 110만원)

후지 연구원은 주변에 실업자가 많아 이에 대한 공적지원이 있다면 실업자들이 불행감을 덜 받는다는 점은 이미 밝혀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직을 자신의 잘못으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사회적인 이유로 인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후지 연구원은 이어 코로나19 상황에서 보듯 실업률과 자살률이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니 "사회가 실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자살 문제를 개선시키는) 열쇠"라고 주장합니다. 적절한 지원 아래 실직자들이 사회에 소속돼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겁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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