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공동정책 합의' 샌더스 지지자 끌어들일까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20.07.0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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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주장했던 '메디케어포올' 논란 의식해 삭제…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전환 완료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오른쪽)이 지난 3월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11회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만난 모습. 이들은 시작에 앞서 악수 대신 팔꿈치 부딪히기로 인사를 나눴다. 이후 샌더스는 대선 후보에서 사퇴했고 바이든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사진=AFP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오른쪽)이 지난 3월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11회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만난 모습. 이들은 시작에 앞서 악수 대신 팔꿈치 부딪히기로 인사를 나눴다. 이후 샌더스는 대선 후보에서 사퇴했고 바이든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사진=AFP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진영의 '공동 정책 권고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론지지율상 바이든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앞서고 있다고는 하지만 샌더스 의원같은 열성 지지자가 없는 바이든이 정책연대로 샌더스 지지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AFP통신 등에 따르면 110쪽짜리 권고안에는 △기후변화 대응 △인종차별 철폐 △저렴한 의료서비스의 확대 △코로나19로 타격입은 경제 재건 등에 대한 제안이 담겼다. 하지만 오는 11월 온건파 부동층 유권자들 사이에서 분열을 조장할 수 있는 단일 급여 의료시스템(single-payer health care system), 그린뉴딜 환경정책,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폐지 등 내용은 포함하지 않았다.



단일 급여 의료시스템은 한국의 의료보험제도와 같은 맥락이다. 샌더스 의원은 기존 민간 의료보험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미국인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새로운 정부 의료보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메디케어포올(Medicare for all)'을 주장했으나, 중산층 세금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에서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지금 미국은 개인이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회사가 일정 부분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개인이 부담해 병원과 약국에 진료비를 지불한다. 하지만 '메디케어포올'이 도입되면 기업과 개인이 부담하던 금액을 정부가 대신 의료계에 지불하게 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미국의 높은 코로나19 검사비용과 치료비용은 주목받고 있다.



권고안은 다음달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강에 일부 채택될 예정이다.

바이든과 샌더스 진영은 권고안 마련을 위해 기후변화, 형사사법 개혁, 경제, 교육, 보건 의료, 이민 등 6개 이슈 분과를 중심으로 지난 5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TF에는 존 케리 전 국무장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의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 등 바이든과 샌더스를 오랫동안 지지해온 저명 인사들이 포함됐다.


케리 전 장관과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은 TF의 기후변화 분과를 맡았는데, 이는 바이든이 젊고 진보적인 유권자들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TF는 미국이 재생에너지 전환 등 주요 환경기준을 2035년까지 충족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제시한 2050년보다 더 나아간 내용이다.

아울러 메디케어포올 대신 건보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이 나열됐다.

건강보험 분과를 이끄는 민주당의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은 "우리는 여전히 메디케어포올이 맞는다고 믿으며, 그것을 위해 싸울 것"이라며 "하지만 바이든은 오바마케어(Affordable Care Act)에 이미 관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경선 기간 희망자에 대한 공공선택권을 추가한 '오바마 케어'를 강조하면서, 메디케어 포올은 비용이 과하다는 이유에서 반대 의사를 표명했었다.

권고안에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수압파쇄법(프래킹)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하지 않았다. 셰일업계의 바이든에 대한 표심을 우려해서다. 프래킹은 셰일가스를 분리해내는 공법으로, 토양오염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기후변화 대책인 그린뉴딜도 빠졌다.

샌더스 의원은 성명에서 "바이든과 나, 지지자들은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일부에서 강한 견해차를 보이지만, 미 현대사에서 가장 위험한 대통령인 트럼프를 이기기 위해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는 "(샌더스가) 우리 당을 통합하고 다가올 몇 세대에 걸쳐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주기 위해 함께 하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9일 펜실베이니아에서 경제 공약을 설명한다. 이는 샌더스, 워런 의원과 상의를 거쳐 나온 것이라고 AP는 전했다.

여기서 바이든은 미국 제조업과 노동정책을 강조하고, 코로나19를 다룰 의약품의 정부 구매를 단계적으로 증가시키는 데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제이크 설리번 선임보좌관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조달, 인프라, 연구개발에 대한 최대 규모의 공공투자가 될 것이며, 이는 계획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번 공동 정책 권고안은 수십차례의 줌 화상회의를 거쳐 나왔다. 참석자들은 하루 3~4시간의 회의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회의 내용 중 일부가 언론에 미리 노출되지 않아 참석자들이 보다 솔직한 의견을 낼 수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AFP 통신은 "이번 노력은 '통합 태스크포스(unity TF)'로 불렸는데, 2016년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패한 샌더스 지지자 상당수가 클린턴에게 투표하기보다는 투표장에 가지 않고 자택에 머물렀던 재앙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평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와 같은 주요 접전주에서 이겼고 대선 승리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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