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사우디가 원유값 인상…정유업계 "8월이 더 힘들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0.07.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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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사우디가 원유값 인상…정유업계 "8월이 더 힘들다"


이번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골칫거리다. 코로나19(COVID19)로 최악의 경영난을 맞고 있는 정유업계에 '2분기 바닥론'이 제기됐지만,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원유 판매가격을 올리며 정유사들의 부담이 큰 폭 커진다. 모처럼 정유업계 수익성이 좋아지는가 싶었지만 다시 악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9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아람코는 8월분 아시아 경질유 공식 판매가격(OSP, Official Selling Price)을 배럴당 1.2달러로 책정했다. 아람코의 아시아 OSP는 두바이유와 오만산 원유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정한다. 8월분 책정 가격이 1.2달러라는 것은 두바이유와 오만산 원유 평균 가격에 1.2달러를 더한 것이 아시아 공식 판매가격이라는 의미다.



OSP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올 들어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 2월 3.7달러였던 OSP는 5월 -7.3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두바이유 등의 평균 가격보다 오히려 7.3달러를 깎아줘 아시아권 정유사들에게 판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6월부터 반전이 벌어졌다. 아시아 OSP가 6월 -5.9달러에서 7월 0.2달러로 회복하는가 싶더니 8월에는 1.2달러로 껑충 뛰었다. 3개월 만에 8.5달러가 올랐다.



업계에서는 한동안 아시아 OSP 인하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판촉에 나섰던 아람코가 다시 '수익성 챙기기'에 나섰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OSP 인하로 점유율을 늘렸다는 판단이 선 아람코가 다시 가격을 끌어올리며 수익 끌어올리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올 2분기 바닥을 찍고 실적 개선을 기대했던 SK이노베이션 (103,800원 ▼2,400 -2.26%)과 GS칼텍스, 에쓰오일 (76,800원 ▲1,400 +1.86%), 현대오일뱅크 같은 정유업체들은 또 다시 울상이다.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평균 60%를 넘기 때문에 아람코 OSP 상승은 그만큼 원재료 비용 상승이 된다.

정유업계의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비용을 뺀 나머지 금액)도 8월 이후 다시 떨어질 전망이다. 내달분 가격을 미리 공시하는 OSP는 정제마진의 선행지표 성격이 강하다.


실제 6월 중순께 무려 14주 만에 플러스로 돌아선 정제마진은 이달 들어 다시 마이너스로 주저앉았다. 아람코가 7월분부터 OSP를 급격히 인상한 영향이 반영됐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빅4는 올 1분기에만 4조3000억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 2분기에도 대부분 적자가 예상되는데, 그나마 회복세가기대됐던 정제마진이 다시 하락하며 실적개선은 당분간 먼 이야기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부진을 하반기에 최대한 만회해 적자폭을 줄여야 하는데 이제 OSP 변수를 무시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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