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그룹 유준원 대표 등 20명 기소…"자본시장 공정성 크게 훼손"(종합)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0.07.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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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 대출 의혹을 받고 있는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가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김형근 부장검사)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등 혐의로 유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사진=뉴스1특혜 대출 의혹을 받고 있는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가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김형근 부장검사)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등 혐의로 유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사진=뉴스1


상상인그룹 관련 자본시장 공정성 훼손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45) 등 관련자 20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무자본 무자본 인수·합병(M&A)을 통한 불공정 거래 사건에서 제도권에 있는 금융기관 대표가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김형근)는 이날 유 대표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미공개중요정보이용,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검사 출신 박수종 변호사(50)도 자본시장법상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시세조종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외에도 상상인그룹의 임직원 3명과 전환사채(CB) 발행사 대표 7명, 시세조종 공범 등 관련자 18명이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유준원, '호재성 허위 외관' 만든 뒤 주식팔아…개미투자자들은 눈물
유 대표의 가장 주된 혐의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다. 유 대표는 2015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9개 코스닥 상장사 대표와 공모해 불법 대출상품을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유 대표 등은 상장사들에게 사실상 고리 담보대출업을 하면서, 외관상으로는 상장사들이 전환사채 발행에 성공해 투자금을 유치한 것처럼 허위 공시하는 방법으로 투자자들을 기망할 수 있는 대출상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공시상으로는 상장사가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인수인으로 저축은행이 아닌 별도의 페이퍼컴퍼니를 내세워 정상적 투자회사가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것처럼 △담보가 제공되지 않은 것처럼 △실제 자금이 전부 유입된 것처럼 각각 허위공시했다. 유 대표는 이같은 방법으로 호재성 허위 외관을 만든 뒤 개인보유 주식을 처분해 시세차익을 실현했고, 개미투자자들은 이어진 주가 급락으로 피해를 보게됐다.

상상인그룹 유준원 대표 등 20명 기소…"자본시장 공정성 크게 훼손"(종합)
검찰은 이같은 범죄행위가 자본시장의 신뢰성을 정면으로 훼손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일반 투자자들로 하여금 상장사가 신용으로 신규자금 조달에 성공한 것처럼 믿게끔 만들었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또 과거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일명 '선수'로 알려져 있는 인수합병 전문브로커 김모씨를 통해 미공개 정보를 미리 취득, 이를 이용해 '단타' 주식매매로 이익을 취한 혐의도 받는다. 이를테면 2016년 2월 김씨를 통해 미리 알게 된 코스닥 상장사 '모다'의 주식을 사들여 1억1200만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이는 전문 시세조종꾼과 금융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자본시장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유 대표에게는 지난해 3~5월 증권사 인수 등 상상인 확장 과정에 그룹 지주사의 자사주를 매입해 반복적으로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운 혐의도 적용됐다.

박수종도 '개인이익' 실현…"공모관계는 소명 못해"
상상인그룹 유준원 대표 등 20명 기소…"자본시장 공정성 크게 훼손"(종합)
박 변호사는 2018년 3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대량보유한 상상인 주식의 가치 하락을 막기위해 시세조종을 한 혐의를 받는다. 박 변호사는 고위험 장외 파생상품인 CFD(Contract For Difference)나 Equity Swap을 통한 거래로 주식매매를 함으로써 상장사에 수백억원대 손실을 야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CFD 등은 투자자가 아닌 증권사가 주식을 소유하고 투자자는 주가 변동에 따른 차액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의 최대 10배 규모까지 주식매매가 가능하다. 거래구조상 투자자가 외부로 드러나지 않아 시세조종에 이용돼도 적발이 쉽지 않다.

특히 박 변호사는 주식매매 과정에서 차명으로 지배한 상장사 2개 등 4개사의 자금 813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같은 정황을 포착하고 박 변호사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또 박 변호사는 2015년 12월~2019년 9월간 7개 차명법인과 30개 차명계좌를 이용해 배후에서 상상인 주식 최대 14.25%를 보유하고도 금융당국에 대한 보고의무를 어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검찰은 유 대표와 박 변호사 사이의 공모관계는 소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유준원 대표와 박수종 변호사가 공모해 시세조종을 한 혐의로 금감원 수사의뢰를 받았다"면서도 "수사결과 공모 사실은 확인되지 않아 각자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 별개로 시세조종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설명했다.

범죄수익 '88억' 몰수·추징 예정…제기된 '검찰유착' 의혹은 수사못해
검찰은 조만간 이 사건과 관련해 범죄수익환수 작업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검찰에 따르면 10개 업체에서 이뤄진 사기적 부정거래 금액은 87억 상당으로 추정된다. 또 유 대표 등이 미공개정보 이용으로 1억2000만원 가량의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케이스마다 실현된 이익을 계산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환수액에 따라서 3~5배의 벌금도 함께 부과할 계획"이라 설명했다.

다만 검찰은 시세조종 혐의에 해당하는 범죄수익은 특정하기 어려울 것이라 밝혔다.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 범행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를 소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은 일각에서 제기된 검찰유착과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뉴스타파 등은 유 대표가 2012년 당시 스포츠서울 주가조작 사건에서 검찰이 계산한 부당이득금 110억원 중 가장 많은 20억원을 챙겼지만 기소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이었던 김형준 전 부장검사와 친분이 있었던 박 변호사가 유 대표를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은 언론에서 제기됐던 검사와의 유착 의혹 부분은 이번에 수사를 진행한 부분과 기간이 겹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직접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자료나 근거, 그 상당성도 확인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7개월간 수사…검찰 "관련 범죄 근절 기대"
/사진=뉴스1/사진=뉴스1
검찰은 지난해 11월 상상인저축은행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유 대표 등은 수 차례 조사를 받았다. 유 대표와 박 변호사는 지난달 20일 구속됐다. 당시 법원은 "주요 범죄혐의 사실이 소명되고, 소명된 범죄사실에 의하면 피의자들의 행위는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크게 훼손한 것으로 사안이 중대하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무자본 무자본 인수·합병을 통한 불공정 거래 사건에서 제도권에 있는 금융기관 대표가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에 무자본 인수·합병은 사채시장을 통해 음성적으로 조성돼 왔다.

검찰은 무자본 인수·합병 불법자금을 제도권 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이 주도적으로 공급하는 실태를 파악해 그 자금원 차단에 중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또 금융감독 당국과의 패스트트랙 절차를 활용,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중 부정거래 부분은 금융위원회, 시세조종 부분은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와 협업해 수사했다고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본시장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는건 위법하다는 것을 선언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유사한 무자본 인수합병 사기적 금전거래가 근절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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