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후덕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그나마 한국 올해 성장률에 대해서 OECD는 –1.2%, IMF(국제통화기금)는 –2.1%, 한국은행은 –0.2%, 우리 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는 0.1%로 보고 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양호하다. 하지만 이 모든 전망은 올 하반기 2차 유행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그렇게 보면 현 코로나19 위기에서는 한 국가의 방역 실력이 곧 경제 실력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적극 협조하고 있는 국민과 수개월째 헌신하고 있는 의료진에게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주요 국가들이 전에 보지 못했던 수준의 경기부양책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미국은 원화로 2,500조원 규모(GDP 대비10.4%)의 코로나19 경기부양법을 발효했고 일본은 2600조원 규모(GDP 대비41.2%), 독일은 1030조원(GDP대비18.9%), 태국은 97조2000억원(GDP 대비16.7%) 등 대규모 예산과 금융 지원을 동원한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매뉴얼이 없는 위기인 만큼 세계 각국은 선입견에 갇히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재정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재정운영 과제는 얼마나 쓰느냐보다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가 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는 모든 영역의 기존 생존양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당장 새로운 국가재정 공식을 요구하고 있고 이제 단순하게 채무비율로만 재정건전성과 나라경제 미래를 논할 수 없다. 세상은 급변하는데 과거의 매뉴얼과 기준에 매달려서는 곤란하다. 일례로 코로나19 위기로 OECD 평균 채무비율(GDP 대비)이 126%에 달하는데 우리는 3차 추경까지 포함해도 43.5%다. 그러나 이것으로 누가 잘했다 못했다 평가하는 것도 이제 과거형 잣대다. 그래서 국민을 대리해 재정지출을 결정하는 국회가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를 가지고 건강하게 토론하고 논쟁하는 최종 협의의 장이 되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로 촉발된 전환기 시대는 이제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동시에 고용안정화도 달성하는 정책 상상력과 추진력을 요구한다. 전국민 고용보험, 전국민 기본소득 지급,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뉴딜, 그린뉴딜 등 이미 기존에 없던 경제·재정 문법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빠르게 정책으로 정제되고 있다. 국회의 어깨가 무겁다. 매뉴얼이 없는 전환기 시대, 과거 문법과 선입견에 묶이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