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판매사, 옵티머스 사기펀드 사태 후속조치 고민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황국상 기자 2020.07.0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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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당국·판매사 회의, NH증권 주도 가교운용사(배드뱅크) 설립 방안 등 '만지작'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판매사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발된 가운데 검찰이 대대적인 강제수사에 나섰다.  25일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검사 오현철)는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최근 옵티머스운용 임직원 등을 사기 혐의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 지난 24일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옵티머스자산운용을 비롯해 14개 장소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본사의 모습. 2020.6.25/뉴스1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판매사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발된 가운데 검찰이 대대적인 강제수사에 나섰다. 25일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검사 오현철)는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최근 옵티머스운용 임직원 등을 사기 혐의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 지난 24일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옵티머스자산운용을 비롯해 14개 장소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본사의 모습. 2020.6.25/뉴스1


5000억원대 사기 펀드 의혹이 불거진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사후 처리를 두고 당국과 판매사 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옵티머스 펀드 최다 판매사인 NH투자증권 주도로 자산회수를 위한 가교 운용사를 설립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어느 쪽도 명확치 않다는 게 문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옵티머스운용 관리인으로 지정된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관계자 등 2명과 주요 판매사들은 지난 주말 회의를 열어 옵티머스 관련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 관리인들은 판매사들이 나서서 사후 처리를 도와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옵티머스측에 행정업무를 처리할 사람이 남아 있지 않은 데다 자금 상태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옵티머스운용에는 현재 직원이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옵티머스 임직원은 총 12명이었지만 이 중 김재현 대표, 송상희·윤석호(변호사) 이사 등 3명이 구속될 위기에 처해 있다.



나머지 임직원들도 일괄 사표를 제출, 사표 수리가 완료됐다. 금융위원회가 사후 관리를 위해 옵티머스 관리인으로 금감원 1명, 예보 1명을 선임했지만 추후 자산동결과 실사, 회수 등 행정절차를 처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당장 펀드자산 회수를 위한 실사작업도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펀드에 어떤 자산이 얼마인지를 파악해야 추후 절차를 진행할텐데 옵티머스 측은 현재 이를 실행할 자금도, 인력도 없다.

라임 사태 당시 펀드 실사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이 이번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실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실사에 소요되는 비용은 판매사들이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실사 이후 단계다. 옵티머스가 끌어모은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펀드 자산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회수해 현금화시켜 투자자들에게 돌려줄지에 대한 문제다. 가교 운용사를 설립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것이다.

라임 사태의 경우 삼일이 펀드자산 실사를 진행한 후 20개 판매사들이 공동 출자해 가교 운용사를 만들어 자산회수 작업을 진행키로 했다.

라임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신한금융투자 등 신한지주 계열사가 24%, 그 다음으로 많은 규모를 팔았던 우리은행이 20%를 출자하는 식이다. 라임 가교 운용사에는 외부 전문인력을 위주로 전직 라임운용 직원들이 일부 가세했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펀드사기 의혹을 받는 윤모 변호사와 송모 운용이사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0.7.6/뉴스1(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한 펀드사기 의혹을 받는 윤모 변호사와 송모 운용이사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0.7.6/뉴스1
라임 수순을 따른다면 현재 옵티머스 펀드의 미환매(환매중단 및 만기 미도래 포함) 금액의 86% 비중을 차지하는 NH투자증권이 최대 출자자가 돼 가교 운용사를 설립하게 된다.

이 경우 NH투자증권이 자사 직원을 파견하거나 신설 가교 운용사 전담 직원을 새로 뽑는 등 수순을 밟아야 한다.

옵티머스운용이 보유한 펀드를 NH아문디자산운용이나 NH농협리츠운용 등 NH투자증권 계열 운용사로 이관해 관리하는 방식도 현 시점에서 논의되는 카드 중 하나다.

하지만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라임 사태에서는 신한금융투자 등 판매사 임직원들의 공모 혐의가 명확해 판매사에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었다.

반면 옵티머스 사태에서는 NH투자증권 등 판매사들이 옵티머스 일당의 고의적 서류 위조 등에 속아 넘어갔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 책임을 부담시키는 데 대한 당위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더구나 NH투자증권 계열의 두 운용사는 NH투자증권 지분이 전혀 없는, 농협금융지주가 직접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여서 NH투자증권이 최다 판매사라는 이유로 책임을 부담시키는 게 무리다.

아예 옵티머스를 청산시켜 투자자가 옵티머스 측 주모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손해배상을 받는 방식도 있다.

이미 옵티머스가 영업 정지 처분을 받은 데다 직원도 전무한 상황인 만큼 아예 청산절차를 밟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이미 옵티머스 측이 수천억원대 자금을 빼돌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당국 쪽에서는 NH투자증권 주도의 가교 운용사가 현실화되는 것을 희망하는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펀드는 20여개 판매사가 나눠 팔았기 때문에 가교운용사를 설립할 수 있었다"면서 "옵티머스 펀드의 경우에는 NH투자증권 단일 판매사인 셈이기 때문에 NH투자증권의 결정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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