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케이블서 삼시세끼 못봐요?"…시청자 볼모로 치고받자 중재 나선 정부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20.07.0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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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9일 CJ ENM·딜라이브 사용료 갈등 중재 시도...200만 가입자 '블랙아웃' 우려

tvN '삼시세끼 어촌편5' 방송 화면 캡처 © 뉴스1tvN '삼시세끼 어촌편5' 방송 화면 캡처 © 뉴스1


CJ ENM과 딜라이브가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여부를 두고 전면전에 나선 가운데 정부가 중재·조정에 나선다. 콘텐츠 사업자와 플랫폼 업체의 힘겨루기로 '블랙아웃'(송출 중단) 우려가 제기되자 시청자 보호를 위해 개입하기로 한 것이다.



7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9일 CJ ENM과 딜라이브 담당 임원들을 불러 갈등 중재를 시도한다. 국내 최대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인 CJ ENM과 케이블TV 업계 3위인 딜라이브는 지난 3월부터 채널 프로그램 사용료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용자(시청자)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행정절차법에 따라 양사 관계자를 불러 대면 회의를 진행한다"며 "양쪽의 입장을 듣고 이해관계를 파악해 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회의에서 양쪽의 프로그램 송출 수수료 분쟁의 중재를 시도하되, 방송법상 시정명령이 가능한 '정당한 사유없이 시청자의 이익을 현저하게 저해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도 면밀히 살필 방침이다.
"우리동네 케이블서 삼시세끼 못봐요?"…시청자 볼모로 치고받자 중재 나선 정부
CJ ENM은 지난 3월 딜라이브에 자사 콘텐츠 프로그램 사용료 20% 인상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자 지난 달 17일 '블랙아웃'을 경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사용료를 올려주지 않으면 tvN, 엠넷 등 자사 채널 13개의 송출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사용료를 꾸준히 인상한 지상파, 종합편성채널과 달리 딜라이브가 CJ 채널 수수료를 5년째 동결했다는 이유에서다.

딜라이브는 수도권 최대 복수유선종합방송사업자(MSO)여서 가입자가 200만명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상황이 악화하면 tvN과 엠넷 등 CJ ENM의 채널을 보지 못 하는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보다 못 한 정부가 최근 중재 의지를 밝히고 3자 대면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갈등 양상은 점입가경이다. CJ ENM은 전날 딜라이브가 가입자에게 채널공급 종료에 대한 안내공지를 하지 않고 있다며 "관계법령과 약관 미준수에 따른 모든 법적 책임은 딜라이브에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전달했다.

"우리동네 케이블서 삼시세끼 못봐요?"…시청자 볼모로 치고받자 중재 나선 정부
딜라이브는 그러자 자료를 내고 "시청자의 피해가 없도록 정부의 중재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데 자막공지를 강요했다"며 "CJ ENM에 시청자 보호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업계에선 이번 갈등이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PP(프로그램 제공업체)의 역전된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란 평가도 나온다. 지상파와 종편을 넘어서는 콘텐츠 경쟁력으로 협상력을 키운 PP와 유료방송 시장 재편 흐름에서 밀려 시장에 매물로 나온 SO의 위상이 갈등 구도에 녹아 있다는 것이다. 중소 SO로 구성된 전국개별SO발전연합회가 "대형 콘텐츠 사업자의 일방적인 요구가 개별SO를 또 다른 위기로 몰아넣지 않을까 두렵다"는 입장문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방송 시장 재편 흐름을 감안하면 채널 프로그램 사용료 갈등이 필연적으로 유료방송 시장을 석권한 IPTV와 PP의 분쟁으로 확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서둘러 중재에 나선 배경에도 시장 논리에만 맡겨서는 방송 생태계가 무너지고 볼모로 잡힌 시청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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