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배터리 순례…'K모빌리티 드림팀' 마지막 퍼즐 완성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안정준 기자 2020.07.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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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배터리 순례…'K모빌리티 드림팀' 마지막 퍼즐 완성


현대차그룹 '배터리 탐방'의 종착역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끄는 SK이노베이션 충남 서산공장이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7일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을 방문해 최태원 회장과 만났다. 이로써 지난 5월 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시작으로 구광모 LG그룹 회장에 이은 배터리업체 릴레이 탐방은 최 회장과의 회동으로 마무리됐다.



7일 현대차그룹과 SK (154,400원 ▼2,400 -1.53%)그룹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오전 SK이노베이션 (103,700원 ▼2,500 -2.35%) 서산 배터리공장을 방문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 김걸 기획조정실 사장, 서보신 상품담당 사장,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이 동행했다.

정 수석부회장 일행을 최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장동현 SK(주) 사장,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대표 등이 맞이했다.



정 수석부회장과 최 회장이 논의한 기술과 협력 방안은 △고에너지밀도, 급속충전, 리튬-메탈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전력반도체와 경량 신소재, 배터리 대여·교환 등 서비스 플랫폼(BaaS, Battery as a Service)△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 확충 등 크게 3가지였다.

배터리 매개로 '모빌리티' 공감
차세대 배터리 기술 논의는 양사가 이미 추진 중인 '배터리 동맹' 틀 위에서 진행됐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적용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1차 배터리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을 선정했고, 수소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도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양 총수는 이 같은 협력 효과를 추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에서 차세대 배터리 기술 협력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논의된 내용 중 핵심은 '리튬-메탈 배터리' 기술이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음극재인 흑연 또는 실리콘을 리튬 매탈로 대체해 에너지 밀도를 기존의 두 배 가량인 1000wh/L 이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주행거리 확대 및 차량 경량화에 따른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두 총수의 논의 범위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서 그치지 않았다. 논의는 배터리와 함께 미래차 기술의 핵심 기반 기술인 전력반도체 및 경량 신소재는 물론, 배터리 서비스 플랫폼과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까지 아울렸다. 만남의 연결고리는 '전기차 배터리'였지만, 이를 매개로 한 궁극적 지향점은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시장이었던 셈이다.

이와 관련, 정 수석부회장은 "미래 배터리,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현대차그룹은 인간중심의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열고 인류를 위한 혁신과 진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도 '모빌리티'에 방점을 뒀다. 그는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이번 협력으로 양 그룹은 물론 한국경제에도 새로운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양 그룹이 추진해온 사업의 방향성을 감안하면 배터리를 매개로 한 '모빌리티 공감대 형성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이 재계 평이다.

현대차그룹은 순수전기차(EV)는 물론, 수소전기차와 개인비행체(PAV)까지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른바 '미래 모빌리티 3각 편대다.

SK그룹은 세계 10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SK이노베이션을 계열사로 뒀다.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 핵심 주자로 자리매김 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계열사 SK실트론은 지난해 미국 듀폰으로부터 전기 자동차 차세대 전력 반도체용 SiC(실리콘카바이드) 웨이퍼 사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SK종합화학은 차량 전체의 무게를 줄여 에너지 효율을 올릴 수 있는 차세대 경량 소재를 개발 중이며 SK에너지는 전기·수소차 충전 거점으로 진화 가능한 주유소를 전국에 갖췄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왼쪽)과 최태원 SK 회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회 한ㆍ중 기업인 및 전직 정부고위인사 대화에서 브레이크타임에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왼쪽)과 최태원 SK 회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회 한ㆍ중 기업인 및 전직 정부고위인사 대화에서 브레이크타임에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
'K배터리 얼라이언스' 구축
이번 양 총수 간 만남은 정 수석부회장의 국내 배터리 3사 릴레이 총수 회동의 마침표였다는 의미도 있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 격전을 앞두고 병참을 확보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배터리 공급은 말 그대로 병목 현상을 겪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를 구하지 못해 고심하는 공급자 중심 시장이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삼성SDI로서도 현대차그룹은 최고의 고객이다. 정 수석부회장의 행보를 놓고 K배터리 얼라이언스(동맹)가 구축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이 국내 행보에 이어 해외 파트너십 확보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며 "특히 전기차와 함께 또 다른 큰 축인 수소전기차의 경우 차량 판매는 물론 충전인프라 구축 면에서 해외 파트너십 확대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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