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반도체 반도체" 했던 이유…누구도 예상 못한 '+2조'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0.07.0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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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반도체 반도체" 했던 이유…누구도 예상 못한 '+2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위기대응이 시장을 놀래킨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의 밑거름이 됐다."

7일 삼성전자가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자 시장에서 이런 반응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이날 2분기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8조1000억원의 실적을 내놨다. 시장 전망치(6조5369억원)를 1조6000억원 가까이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다.

잠정실적 발표가 가까워지면서 일부에서 7조원대 영업이익 전망도 나왔지만 8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도 시장 전망치를 3000억원 이상 웃도는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 합계가 시장 전망치를 총 2조원가량 넘어선 셈이다. 말 그대로 반년새 예상 이상의 '플러스 α(알파) 수익'만 2조원이다.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7%, 올 1분기보다 25.6% 늘었다. 이 기간 매출은 지난해 2분기보다 7.4% 줄었다. 수익성을 보여주는 영업이익률은 15.6%로 지난해 2분기(11.8%), 올 1분기(11.7%)를 훌쩍 넘어섰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장사를 그만큼 잘했다는 얘기다.



이재용 "반도체 반도체" 했던 이유…누구도 예상 못한 '+2조'
깜짝 영업이익의 배경은 반도체 부문 선전으로 요약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업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5조원대 중반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2를 차지한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강의 등이 늘면서 서버용 D램 수요가 실적을 뒷받침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서버용 D램 고정거래가격(32GB 모듈 기준)은 지난해 4분기 평균 106달러, 올 1분기 115달러, 올 2분기 143달러를 기록했다. PC용 D램 가격도 올 6월 3.31달러로 지난 3월 2.94달러보다 12.6% 올랐다.

반도체업계 한 인사는 "올 들어 이어진 수요 회복세가 D램 시장의 절반을 장악한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으로 고스란히 연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TV·가전 부문도 시장 우려에 비해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매출 감소에서 드러나듯 1분기보다는 부진하지만 북미·유럽 등 주요 시장의 판매가 재개된 데다 마케팅비 절감 등 비용을 효율화하면서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5월 초까지만 해도 5000만대를 밑돌 것으로 보였던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5500만대선까지 반등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일부 전문가는 IM(IT&모바일) 부문 영업이익 추정치를 1조원대 후반까지 본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모바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가동률 하락으로 고정비 부담이 커지면서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회성 이익 효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당초 약정한 스마트폰용 OLED 패널 물량을 주문하지 못하게 되면서 지난해 2분기에 이어 올해도 1조원 가까운 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9일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해 연구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9일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를 방문해 연구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올 하반기 실적 전망은 불확실하다. 아직까지는 상반기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실적의 주축인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우려가 고개를 든다.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되고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조짐을 보이면서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내년 이후로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불안 요소다.

재계에서 이 부회장의 거취에 주목하는 것도 이런 여건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올 들어 지난 6일 수원사업장 방문까지 13차례의 공개 현장경영 행보를 이어가면서 위기 대응의 선봉에 섰다. 이 중 6차례의 현장 행보가 삼성전자 실적의 열쇠를 쥔 반도체 사업 점검이었다.

재계 한 인사는 "글로벌 반도체업계에서 삼성의 총수가 한달에 한번꼴로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사업을 챙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부회장의 최근 행보가 실적 개선에 미친 영향이 적잖았다"며 "경영권 승계 의혹을 둘러싼 검찰의 기소 여부 등 사법 논란에 대해 업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재계 인사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파기환송심이 남아있지만 이 부회장이 추가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글로벌 경영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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