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시설 화재로 큰 피해" 시인…공격 배후 있나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7.0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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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원자력청 "지난 2일 화재로 신형 우라늄 농축기 개발 늦어질 것…더 크고 첨단화된 설비로 대체"

이란 나탄즈 핵시설 화재 현장. /사진=AFP이란 나탄즈 핵시설 화재 현장. /사진=AFP


이란 정부가 최근 나탄즈 핵시설 단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신형 원심분리기의 개발에 차질이 생겼다고 시인했다. 앞서 '핵시설 활동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5일(현지시간)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원자력청 대변인은 이란 국영 IRNA통신에 "지난 2일 새벽 나탄즈 핵시설 화재로 인해 중기적으로 신형 우라늄 농축기 개발과 확장이 늦어질 수 있게 됐다"면서 "이번 사고로 중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었고 개발이 몇 달정도 지연될 수는 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은 파손된 시설을 더 크고 첨단화된 설비를 갖춘 원심분리기로 대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나탄즈 핵시설의 모습. /사진=AFP이란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나탄즈 핵시설의 모습. /사진=AFP
나탄즈 핵시설은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약 250km 떨어진 이란 최대 우라늄 농축 시설이다. 지난 2일 이 곳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일부 이란 관리들은 사이버 공격 가능성 등을 제기하고 있다. 화재 직후 이란 당국은 가스 탱크의 폭발로 인한 단순 화재에 무게를 두고 발표했으나, 주요 외신들은 이번 화재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의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관계자는 뉴욕타임스(NYT)에 "조사당국은 크루즈미사일이나 드론 공격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누군가가 폭탄을 건물 안으로 가지고 들어갔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단 이스라엘은 이번 사고와 무관하다고 언급했다.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이란에서 발생한 의문의 사건마다 이스라엘이 반드시 배후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완곡하게 밝혔다.

이란과 P5+1(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는 2015년 7월 이란핵협정(JCPOA)를 타결했다. 이란이 핵무기에 쓰일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서방은 이란 제재를 해제키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그러나 이란이 비밀리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며 중동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며 2018년 5월 JCPOA를 파기하고 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후 이란도 지난해 11월 나탄즈 핵시설에서 가동중인 첨단 원심분리기를 두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하는 등 핵활동을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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