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부터 치료까지 '내 강아지를 위한 모든 것'…반려플랫폼 펫피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김상희 기자 2020.07.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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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플랫폼B-usiness review]

산책부터 치료까지 '내 강아지를 위한 모든 것'…반려플랫폼 펫피


올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소비인구 약 1000만, 규모 6조원대로 급성장한 가운데 리워드형 반려견 산책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펫피(Petp)가 출시 5개월 만에 회원 가입 5만명을 넘기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반려견 매트로 유명한 디팡이 선보인 펫피는 이용자가 반려견과 산책을 하면 포인트를 쌓을 수 있고, 이 포인트를 반려견에 필요한 용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반려견과의 산책 인증사진을 공유하는 등 사실상 애견인 커뮤니티 기능도 있다.



출시한지 얼마 안됐지만 애플리케이션은 활성화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iOS의 경우 DAU(Daily Active User·일 방문고객) 비율이 30%를 상회하고, 그중 실제 산책하는 회원의 비율이 85%에 달한다.

이동준 펫피 대표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디팡의 반려견 매트나 펫피의 반려견 산책은 방식만 다를 뿐이지 반려인들에게 제공하는 고객가치가 동일하다"며 "핵심가치는 '내 새끼'라는 사랑으로 반려견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는 케어(care·돌봄)"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디팡 매트를 통해 슬개골 탈구를 방지하고, 펫피를 통해 매일 산책을 하며 건강해진다"며 "앞으로 펫피가 애견유치원, 보험, 병원 등 오프라인 케어 시스템과 확장 연계한다면 반려인과 반려견에게 제대로된 고객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펫피를 개발한 이 대표는 업계에선 잘 알려진 이노베이터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한국과 미국, 중국 등에서 신사업 전문가로 지난 20년간 다양한 혁신에 도전해 왔다. 지금은 '국민네비'가 된 티맵을 기획했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LG전자와 바이두, 데카르타(현재 우버) 등의 신규사업을 추진했다. 국내에선 GS홈쇼핑, 핀테크 스타트업 등에서 다양한 신규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이 대표는 "펫피는 Pet(펫)과 People(피플)의 합성어이자 Pet Platform(펫 플랫폼)의 줄임말"이라며 "반려인이 펫피 하나만 있으면 반려견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펫피 비즈니스모델에 관한 주요 문답.

이동준 펫피 대표 /사진=김상희 기자이동준 펫피 대표 /사진=김상희 기자
-펫피는 반려견 매트 등 반려용품 제조업체 디팡의 신사업으로 출발했다. '거실엔 디팡 깔고, 휴대폰엔 펫피 깔자'고 홍보도 하는데, 기존사업(디팡)과 신사업(펫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가.

▶업의 본질에 충실했다. 반려견을 위해 매트를 사주고, 계단을 사주고, 빈백을 사주는 것은 행위의 결과다. 그 구매 행동의 원인이 중요한데 바로 사랑이다. 반려견을 보호하고, 가족처럼 케어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도록 치료해주는 모든 것이 사랑이다.

디팡은 PCC 전략, 즉 △슬개골 탈구나 고관절 탈구 등 실내에서 발생하는 사고로부터 'Protection'(보호) △심신이 건강할 수 있도록 산책과 호텔링, 훈련 등 전문가 서비스로 'Care'(돌봄) △아파서 힘들 때 'Cure'(치료) 등을 전개하는 전략을 폈다. 그 산출물이 펫피라는 앱이 됐다.

기존사업과 신사업은 공존해야 한다. 기존사업을 '레거시'(legacy·유산)로 폄하해선 안되고, 신사업도 innovation(이노베이션), venture(벤처)라 부르며 무책임한 혁신으로 양해받을 수는 없다. 모두 현실에서 고객에게 냉정하게 평가받는 사업인 만큼 기존사업과 신사업은 치열하게 협의하고, 필요하면 논쟁하고, 협력하고, 레버리지(leverage) 하고, 전략적으로 얼라인(align·조정) 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체를 이끄는 오너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디팡과 펫피는 이러한 면에서 기존사업과 신사업의 관계 설정에 매우 모범적인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반려인과 반려견에게 제대로 된 고객가치를 제공하겠다는 목표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고객가치를 추구하는가.

▶아마존의 '고객에 대한 집착'(Customer Obsession), 음식점에 가면 볼 수 있는 '고객은 왕'은 모두 같은 말인데 성공은 고객이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필요한 것을 가장 빠르게 제공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를 잘하고 난 다음에 더 잘할 것을 찾는 탐색 과정이 전략이다.

펫피를 개발하던 초기에는 O2O(Online to Offline) 등 엄청난 플랫폼을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앱을 출시하고 한 전시회에서 약 5000명 반려인들의 스마트폰에 펫피 앱을 직접 설치해주고, 회원가입도 해주고, 앱을 설명하면서 받은 엄청난 피드백이 현재 펫피의 전략과 로드맵이 됐다.

'What is right for the customer is right for the business!'(고객에게 맞는 것은 비즈니스에 맞는 것이다!)

고객가치는 고객이 느끼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우리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고객에게 제공해 받아들이게 한다고 해서 그들이 가치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거창하게 사업계획을 세웠는데 사업이 잘 안되고 고객이 늘지 않으면 고객과 시장에 문제가 있다는 '창조자'로서의 시각에서 나온 변명이 '케즘'(Chasm·초기 급성장 단계 이후에 찾아오는 일시적 수요 정체)이다.

산책부터 치료까지 '내 강아지를 위한 모든 것'…반려플랫폼 펫피
-고객의 목소리에 어떻게 귀기울이고 있는가.

▶'고객 집착'(Customer Obsession)을 위해서 24시간 고객에 귀를 기울이며 배우고 있다. 주말엔 내가 직접 운영하는 디팡 매장에서, 전시회에서는 제품 판매원으로 고객과 만난다. 주중에는 CS(Customer Satisfaction·고객만족) 응대를 직접한다. 앱 평가 리뷰에 진심을 담아 일일이 답변하면서 배워간다. 핑계를 대지 않고 있다.

나는 유수의 대기업에서 신사업 개발 경험을 쌓았고, 실리콘벨리에서 혁신을 배웠다. 그러나 이제는 고객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새벽에 쉴새 없이 울리는 카카오톡을 통해 고객과 직접 소통한다.

얼마 전에는 내 어머니 또래의 여성 고객과 긴 통화를 하면서 펫피 회원가입을 해드렸다. 펫피가 회원과의 첫 만남부터 얼마나 불편한 앱인지 다시 한번 느꼈다. 이를 개선하고자 한다. 개선과 혁신은 고객의 목소리에 집착하면서 바꿀 수 있는 요소들을 내부에서 충분히 테스트·검증한 후에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는 수준에서 적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펫피가 최근 보험사, 금융권, 통신사 등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며 다양한 기업들과는 어떻게 사업적·기술적 제휴를 추진할 계획인가.

▶반려산업은 아직 초기시장이다.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라고 불리는 핵심고객을 공략하는 것이 펫피의 핵심적인 위닝전략(winning strategy)이다.

지난 몇 년간 많은 기업들이 반려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자체 전략을 수립하고, 그 실행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성공한 사업(기존사업)의 성공방정식과 전략을 고수했다. 이로 인해 앱이나 새로운 상품을 시장에 정착시킬 때 KPI(Key Performance Indicator·핵심성과지표)가 기준이 되다 보니 게임 앱 에이전시를 활용한 CPI(Cost Per Installation·앱설치당보상) 방식의 고비용 구조 마케팅을 전개했다.

고객을 찾아가는, 그야말로 니치마켓(niche market·틈새시장)을 찾아야 하는데 매스마켓(mass market)용 마케팅을 한 것이다. 산업의 성숙도와 좀더 밀접한 방식의 마케팅과 고객가치가 필요하다.

펫피는 반려동물과의 생활에 가장 핵심인 산책을 타깃으로 만든 앱이다. 시장 규모는 작지만 '찐 고객'(핵심고객·key customer)에게 필요한 핵심 서비스인 산책을 중심으로 만들었다. △산책의 습관화 △커뮤니티를 통한 동기부여, 정보교류, 소통 △반려견과 함께 적립한 포인트를 통한 꼭 필요한 반려용품 구매 △친구 추천 등의 기능이 있다.

회원수는 비교적 작지만 소위 '마이크로 인플루언서'(micro influencer)가 모여 있는 앱이 됐다. 회원들 중 상당수가 국내 최대 애견 커뮤니티 강사모(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 정회원이다.

이젠 하방전개가 필요하다. 그리고 고객들에게 필요한 핵심 서비스(고객가치)를 전문회사와 협력해 제공하고자 한다. 산책이라는 핵심 서비스 외에 고객의 UX(User Experience·사용자 경험)를 풍성하게 하고자 한다.

보험 업계에선 반려견 보험과 관련해 현재 단순 가입자 모집과 단체 가입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고 있는데 펫피에서 API(오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연계를 통해 보험 가입을 가능케 할 수 있다. 은행권은 반려견 적금을, 신용카드사는 반려견 카드를 만들 수 있다. 펫피의 포인트가 적금에서는 이자로, 카드에서는 포인트로 사용될 수 있다.

통신사도 언제까지 영화 티켓이나 패밀리 레스토랑 할인권으로 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다. 반려인 시장이 중요해진 만큼 반려인들에게 필요한 멤버십 서비스를 펫피와 함께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표의 반려동물 시장에서의 혁신 노력 경험은 어떠한가.

▶용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좋은 투자자와 팀을 만나야 하는데 그 노력을 열심히 했다. 2년째 매장에서 손님들을 맞으며 내 자신이 좀더 준비된 반려인이 되고자 했다.

사업의 장밋빛 미래만 보는 투자자가 아니라, 나처럼 하이테크나 모바일 분야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 고민하고, 이해하고, 팔을 걷어 붙여 일할 수 있는 투자자를 만났다. 이를 위해 3년을 준비했다. 팀원들의 역량도 뛰어나지만 열정과 함께 하는 팀워크도 훌륭하다. 그것이 감사하다.

애자일(agile·민첩한) 방식을 서비스 운영과 전략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애자일은 개발방법론에만 국한된게 아니다.

펫피는 서포터즈를 운영하면서 받는 고객 피드백, 앱 리뷰, 블로그, CS, 전시회에서 나오는 고객 피드백을 우선적으로 '펫피EVENT'에서 테스트한다. 실패와 성공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객관적 검증 기준을 통과한 이벤트만을 펫피EVENT 내에서 정례화하고, 이를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성공한 서비스, 즉 고객의 선택을 받은,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토대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앞으로 펫피를 반려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 싶다. 고객의 콘텍스트(context)에 맞는 서비스를 펫피 안에 하나씩 정성 들여 적용하고자 한다.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과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으로 고객 UX와 고객가치를 깊이 있게 확장할 계획이다.

다만 내가 플랫폼을 만든다고 플랫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핵심 UX를 통해 고객 활동과 참여를 확보하고, 그 이후 부가적인 기능을 점진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다.

디팡은 이 기능 저 기능을 늘리기보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본질적 가치를 담아서 기본 SKU(Stock Keeping Unit·재고관리단위)를 만들고, 점차 SKU를 늘려나갔는데 그런 부분에서 많이 배웠다.

사람들이 모이고, 커뮤니티가 되고, 그 커뮤니티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 그 기업들의 상품과 서비스가 당장 돈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가치에 부합하는지에 따라 그 우선순위를 정하고, API처럼 참여하기 쉬운 구조로 기술적인 설계와 구축을 통해 플랫폼화가 된다고 생각한다.

펫피가 어떤 플랫폼으로 성장할지는 나도 모른다. 그것은 오롯이 고객들이 판단하고 끌어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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