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증에 대하여[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2020.07.06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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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종식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일까요. 위험 불감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끝없이 쏟아지는 위협적인 소식에도 사람들은 불감증에 빠지고 심각한 위험인데도 별 게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맙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어쩌면 인류 멸망의 서곡일지도 모를 코로나19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만 해도 트럼프 등 많은 정치인은 하나의 감기일 뿐이라고 무시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심각하게 보지 않았습니다. 그들조차 미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8만~10만명에 이르면 사태가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미국은 이미 300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13만명이 죽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죽어나가야 이 사태가 끝날까요. 분명한 것은 아직 최악의 상황에 이르지 않았고 가을이나 겨울쯤 대유행이 온다는 것입니다. 사실 대유행은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릅니다. 방역을 잘한 국가로 평가받는 우리나라도 최근 추이를 보면 예외가 아닙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세계 감염 사례의 60%가 지난 6월 한 달간 발생했다고 발표한 사실에서도 단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물론 일부 전문가도 백신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우리를 구원해줄 것이며 빠르면 연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세계적 바이러스 전문가로 잘 알려진 네이선 울프는 최근 국내 언론사가 주최한 포럼에서 3년쯤 뒤에는 백신 개발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겸 한국바이오협회장은 앞으로 1년반 내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은 지극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기개발에 회의적인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다양한 변이와 백신의 안정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안정성을 담보한 백신이 개발돼 널리 보급되려면 2~3년은 걸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 의견입니다.
 
현실이 이렇다면 지금처럼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침체되는 상황이 2~3년은 더 간다는 관측도 가능합니다. 경제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2023년은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해외 유수 연구기관들이 이 같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사상 초유의 사태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자 세계 각국은 유동성을 풀어 경제 살리기에 나섰습니다. 미국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4차례에 걸쳐 무려 3조달러의 경기부양책을 가동 중입니다. 우리나라도 3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과 재난지원금 민생금융패키지 등을 통해 288조원을 풀게 됩니다.
 
지금 세계 각국의 유동성 살포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많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물경제는 아주 어려운 데도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은 과열양상을 보입니다. 증권시장과 부동산시장의 과열은 경제위기를 분식하고 착시를 일으킵니다.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고 자영업자들은 급격한 매출감소로 생계를 걱정하는 데 한쪽에서는 머니게임에 흥청망청합니다. 증시나 부동산시장만 보면 지금 상황은 경제위기가 아니라 초호황인 듯합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경제가 유동성만으로 버틸 수는 없습니다. 언제까지 경쟁력을 잃어 퇴출돼야 할 기업을 은행 지원으로 버티게 할 수도 없습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무한정 달러를 찍어내기만 하면 되는 기축통화국도 아닙니다.
 
인생은 늘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명쾌한 해결책 같은 것을 구할 때 현관문을 두드리는 것은 대개 나쁜 소식을 들고온 배달부입니다. 코로나19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연내 백신이 개발되고 내년부터는 경제가 예전으로 돌아가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현실을 부정하지 말고 눈앞에 닥친 위험을 똑바로 응시하고 얘기해야 합니다. 죽음을 앞두고 치료가 더이상 의미가 없어지고, 집에서조차 산소호흡기로 연명할 때가 되면 힘들더라도 환자와 가족들은 삶을 마무리하는 대화를 해야 하듯이 말입니다. 개인도 가계도 기업도 정부도 길고 힘든 싸움을 서로 솔직히 얘기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당신은 준비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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