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된 '규제지역' 효과 없다…'사람'을 잡아야[우보세]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20.07.0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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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어딜까. 대책 발표 직전부터 들썩거렸던 경기도 김포는 0.90% 올라 3위고 파주(0.45%) 광주(0.44%)도 '톱10' 안에 들었다. 예상치 못한 1위는 충남 계룡이다. 2주간 무려 1.49% 뛰었다.

이들 지역은 2가지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는 물론 올해 내내 집값 이슈로 주목 받은 적이 없었던 곳, 그래서 6·17 대책에서도 규제지역 지정을 피했다. 결국 이들 지역의 집값 급등은 한 마디로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부푸는 '풍선효과'다.



김포, 파주 등 비규제지역 집값이 급등할 것이란 걸 정부도 모르지 않았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규제지역을 선정할 때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6·17 당시(김포, 파주가) 조건에 해당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규제지역 지정을 위한 기본 요건은 직전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해당지역 시·도 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해야 한다. 파주는 최근 집값이 급등하긴 했지만 3개월 평균으론 집값이 마이너스(-)여서 지정할 수가 없었다. 운 좋게도(?) 경기도 물가상승률이 최근 3개월 마이너스(-)여서 노무현 정부 수준의 '역대급'으로 규제지역을 넓혔음에도 정량요건에 미달한 지역까지 억지로 끼워 넣을 순 없었다는 얘기다.



알고도 막지 못했다는게 부동산 정책의 핵심 수단인 '규제지역 제도'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기계적인 '정량요건' 때문에 집값이 오른 다음에야 '뒷북' 지정한다면 정부는 부동산 투기세력을 영원히 이길 수 없다.

지난해 12·16 대책으로 서울 강남 고가 주택을 잡으니 수원과 강북이 올랐고, 올해 2·20대책으로 수원을 잡으니 이번엔 경기도 전역이 들썩거렸다. 6·17 대책 이후엔 생각지도 않은 충남 계룡이 전국 상승률 1위다. "차라리 서울이 싸 보인다"며 '역풍선'까지 나타났다.

끝없는 풍선효과에 "아예 전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하라"거나 "무능한 정부는 시장에 손 떼라"는 극단적인 주장마저 나온다.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논리지만 근본 원인을 차분히 따져봐야 한다.


규제가 조금이라도 덜한 지역으로 부동자금이 재빠르게 움직이는 게 문제다. 시중에 풀린 부동자금이 무려 1130조원에 달한다. 기준금리가 0.50%로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초저금리 시대인데 18년 전 도입된 '규제지역' 제도를 고수하고 이으니 '답'이 안 나오는 것이다.

정부는 투기과열 지구를 2002년, 조정대상지역을 2016년 도입했다. 전국을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3가지 규제지역과 그 외 비규제지역으로 나눠 규제지역에만 대출·청약·전매·세제 규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차고 넘치는 유동성은 규제지역이라는 '울타리'를 손쉽게 넘어 버린다. 정부 정책은 마치 "바다 위에 칸막이를 설치"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졌다.

부동산 시장에 과도하게 쏠린 투기자금을 막으려면 결국 '특정 지역'이 아니라 '사람' 중심의 규제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 됐다. 거주 할 목적이 아닌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을 규제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서울에서 10채를 갖고 있든, 강원도에서 10채를 갖고 있든,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집을 내다 팔도록 해야 한다. '집은 사는(Buy) 곳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란 김현미 장관의 논리가 지역별로 다를 순 없다.

부동산으로 향하는 돈의 '기대수익률'을 떨어뜨려야 한다. 이들의 '기대수익률'을 떨어뜨리면 부동산에 쏟아 부은 돈이 자연스럽게 다른 곳을 향한다. 최근 김현미 장관이 언급한 '다주택자 세부담 강화'(보유세)와 '차익환수'(양도세)가 수익률을 떨어 뜨리는 근본 해결책이다.

대출규제 역시 '지역' 아닌 '사람'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은 규제지역의 LTV(담보인정비율)를 일괄 40~50%로 죈다. 심지어 21번째 대책의 핵심인 갭투자(전세금 끼고 주택매매) 전세대출 규제도 규제지역으로 한정해 버렸다. 은행은 심사능력을 키워 사람별로 빚 갚을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 적정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 기왕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엄격 적용할 필요가 있다.

22번째 부동산 대책이 임박했다. 근본적인 정책 전환 없이는 이번에도 '뒷북'이 될 수 있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다주택자의 부동산 기대수익률을 과감하게 낮추는 전환이 필요하다.

권화순 건설부동산부 차장 / 사진제공=권화순권화순 건설부동산부 차장 / 사진제공=권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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