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 프로듀서(왼쪽부터), 온앤오프 효진, 와이엇 © News1 권현진 기자
온앤오프와 황현의 인연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에서 프로듀싱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은 황현은 연습생이었던 멤버들을 만났고, 시간을 갖고 각자의 매력을 파악한 뒤 함께 음악 작업을 시작했다. 첫 번째 미니앨범 '온앤오프'(ON/OFF)를 통해 회사의 니즈를 파악한 그는, 미니 2집 '유 컴플리트 미'(YOU COMPLETE ME)부터 유니크한 음악을 선보이며 온앤오프만의 색깔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명곡은 많았지만 '한 방'은 없었던 온앤오프에게 보이그룹 서바이벌 '로드 투 킹덤'는 중요한 기회였다. 그러나 대면식에서 이들의 성적은 5위, 하위권이었다. 이를 계기로 독기를 '풀 충전'한 온앤오프와 황현은 '로드 투 킹덤'에 '올인'했다. 덕분에 이들은 다크한 콘셉트의 '에브리바디'(Everybody), 클래시컬하게 편곡한 'The 사랑하게 될 거야', 청량하게 재탄생한 '잇츠 레이닝'(It's Raining), 박진감 넘치는 '신세계'(New World) 등 다채로운 음악을 바탕으로 한 무대를 선보이며 호평받았다. 황현과 온앤오프의 '케미'는 이 프로젝트로 빛을 발했고, 덕분에 '온앤오프의 재발견'이 이뤄졌다.
온앤오프의 와이엇과 효진 및 음악 프로듀서 황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엠넷 '로드 투 킹덤' 방송 화면 캡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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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경연에서는 비의 '잇츠 레이닝'(It's Raining)으로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하지만 원곡자 비의 색이 짙은 곡이라 처음엔 고민도 많았을 듯하다.
▶(효진) 너무 좋은 곡이지만, 처음 이 노래로 무대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어떡하지' 싶었다. 심지어 유는 이 노래를 몰랐다.
▶(와이엇) 편곡하기가 정말 어려운 곡이었다. 현이 형도 어려움을 느꼈을 거다.
▶(황현) '잇츠 레이닝'도 중간에 편곡을 바꿨다. 처음엔 '에브리바디'와 비슷한 결의 편곡이었다. 그런데 이션이 청량하게 가자고 제안하고, 영오도 신나게 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해서 이를 바탕으로 곡을 디벨롭했다. 이전 경연과는 다른, 다 같이 춤추는 흥겨운 무대를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았다.
▶(와이엇) 특히 이 곡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가 랩이다. 현이 형이 랩을 쓸 때 비 선배님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해보면 어떠냐고 하셨다. 나도 평소 비 선배님을 무척 존경하고, 덕분에 이 자리까지 와서 그런 마음을 담은 랩을 하는 게 영광이었다.
-'잇츠 레이닝' 무대의 이미지 트레이닝 콘셉트도 신선했다.
▶(와이엇) 원래 곡 중간에 섹시 댄스를 추는 부분이 있었는데, 경연 3일을 남기고 콘셉트가 급히 수정됐다.
▶(효진) 그게 나 때문이다. '잇츠 레이닝' 노래를 들었을 때 흐름상 더 좋은 게 나올 거 같은 거다. 그래서 영오쌤에게 '이 부분은 다른 걸로 채우면 어떨까요'라고 물었는데, 마침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셨다. 그때부터 다시 회의를 시작했다. 그래서 의견을 나누는데 나로 인해 시간을 빼앗기는 게 너무 미안하더라. 그래서 고민하다가 '이미지 트레이닝' 콘셉트를 제안했다. 곡을 리와인드 해 처음으로 가서 다시 신나게 무대를 하면 어떨까 싶었다.
▶(황현) 그렇게 바꾼 게 신의 한 수였다.
-그 부분에서 황현이 직접 내레이션을 하지 않았나. 이 내레이션이 음원에도 들어가 놀랍다는 반응도 있었다.
▶(황현) 고민이 많았는데… 그 부분을 빼면 무대를 안 본 사람들은 노래가 급변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넣은 거다. 나를 희생했다.(웃음) 반면 'The 사랑하게 될 거야' 도입부에 와이엇 내레이션이 너무 좋았음에도 음원에 넣지 않은 이유는, 그 부분이 좋으니 동영상을 더 많이 봐달라는 의도였다. 와이엇에게도 사전에 연락을 해서 양해를 구했다.
황현 프로듀서 © News1 권현진 기자
▶(황현) 김영오한테 속아서 올라간 거다.(웃음) '잇츠 레이닝'을 준비할 때 영오가 '무대에 올라갈 수 있죠?'라고 물어보면서, 헤어와 메이크업 스태프들도 다 같이 올라갈 거라고 말했다. 알았다고 하고 경연 당일 아침에 리허설을 하러 갔는데, 영오와 나 둘만 무대에 오른 거다. 안 할 수도 없지 않나. 속아서 하게 됐다.
-'잇츠 레이닝'으로 드디어 꿈에 그리던 1등에 등극했다. 정말 뿌듯했겠다.
▶(효진) 무대를 할 땐 즐거웠는데 순위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3차 경연에서 두 개의 무대를 준비했는데, 안무를 못 외우면서 부담감이 커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또 '잇츠 레이닝'이 타 경연곡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온 지 오래된 노래라 어린 친구들은 모를 수도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 그래서 1등을 기대조차 안 했는데 무대를 본 분들이 너무 좋아해 주시는 거다. 이후 1등을 했을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행복했다.
▶(와이엇) 우리 이름 앞에 '1'이라는 숫자를 붙일 수 있을까 싶었는데… 감동이었다. 정말 온앤오프를 잘되게 하기 위해 노력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고마워서 눈물이 나더라.
▶(황현) 다른 팀들이 블록버스터 같은 무대를 해서 1등을 할 거라고는 예상 못했다. 다만 무대를 모니터 하면서 지금까지 한 무대 중 멤버들의 표정이 제일 좋았다고 생각했다. 댄서 분들도 정말 열심히 하는 게 느껴지더라. 사실 '잇츠 레이닝'은 편곡이 제일 쉬웠던 곡이다. '심플 이즈 더 베스트'라는 말이 있지 않나. 너무 많은 장치가 들어가면 듣는 사람들이 힘들 수 있어서, 너무 욕심을 안 부리고 들려줄 거만 들려주려고 했다. 이후 1위를 하고 무대를 본 분들이 '편곡이 좋았다'는 댓글을 달아주셔서 내가 틀린 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WM엔터테인먼트 © 뉴스1
▶(황현) '신세계'를 만들면서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 나도 1차, 2차, 3차 경연을 하면서 지친 상태였는데 그 와중에 신곡을 만들어야 했으니까. '잇츠 레이닝'으로 1등을 한 뒤엔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신곡이 막상 안 좋으면 안 되지 않나. 그래서 온앤오프 멤버들과 경연곡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고 '어쨌든 우리 감성을 지키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경연이니까 사람들이 한 번 들었을 때 꽂히는 음악에, 온앤오프의 세계관을 녹이려고 했다.
▶(와이엇) 완성된 '신세계'를 들었을 때 너무 좋았다. 애니메이션 주제곡 느낌도 나서 어린 친구들도 좋아할 것 같더라.
▶(효진) '신세계' 음원으로 '차트 인'을 했다. 음원이 발매됐을 때 자고 있었는데 밖에서 난리가 난 거다. 차트를 보고 '잠이 덜 깼나', '꿈인가' 싶었다. 그만큼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다.
-파이널 경연에서 탈락을 해 많은 이들이 아쉬워했다.
▶(효진) 물론 '킹덤'을 갔다면 더 좋았겠지만, 탈락을 해도 우리 그룹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게 좋았다. 아쉬움이 컸지만, 얻은 게 많아서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온앤오프 인스타그램 © 뉴스1
▶(와이엇)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로드 투 킹덤'으로 '믿고 듣는 그룹'이라는 평을 얻어서 기쁘다. 지금부터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이 형은 너무 잘하시니까 우리만 잘하면 된다.(웃음)
▶(황현) 대중이 '온앤오프'라는 그룹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돼서 기쁘다. 편곡에 대한 칭찬도 감사하다. 보통 작곡가의 이름이 언급되는 일은 없는데, 온앤오프 덕에 함께 칭찬을 받아서 고마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 얘기가 나오는 건 아직 온앤오프가 덜 올라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앤오프는 더 올라가야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효진) 현이 형의 곡이 좋은 건 알고 있었는데, 편곡으로 형에게 감동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괜히 많은 분들이 '황현'을 언급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고, 형의 소중함을 느꼈다. 앞으로도 쭉 함께하고 싶다.(웃음) 우리를 위해 다들 고생해주셨지만, 현이 형과 영오쌤이 없었으면 이만큼은 안 됐을 거다. 너무 감사하다.
▶(와이엇) 이번에 느낀 건 우리끼리만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거다.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지금 우리가 있다. 현이 형, 영오쌤, 매니저 형 모두 도움을 주셨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또 우리 온앤오프 친구들에게도 고맙다. 마음고생도 많았을 텐데 끝까지 멋진 모습을 보여줘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N딥:풀이】④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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