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현정디자인기자
문제는 또 있었습니다. 지금의 업주를 피하려 다른 업소로 옮겼더니 마이킹 원금은 종전보다 두 배로 늘어나 버렸습니다. 일종의 인신매매처럼 종전 업주와 새로운 업주는 저의 몸값을 흥정했던 거죠. 이로 인해 저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2억원의 부채를 지게 됐습니다.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생각에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간신히 성매매 업소를 빠져나오게 됐지만, 현재는 공황장애 및 조울증으로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업주들은 깡패까지 고용해 2억원을 갚으라고 저를 협박해요.
삽화=이지혜 디자인 기자
마이킹은 성매매를 조건으로 하는 선불금이기 때문에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민법 제103조 등에 의해 변제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만, 이를 위해선 법원에 직접 입증을 해야 하는 난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파산제도를 이용하면 채권자들의 압박에서 좀 더 빨리 벗어날 수 있죠.
또 현재 선생님은 업주로부터 채권의 회수를 위한 압박을 받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 파산을 신청하는 동시에 보전처분의 일종인 금지명령, 중지명령 등을 신청해 불법적인 추심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에 앞서 '채무자 대리인 제도'도 이용해 보시길 권합니다. 채무 대리인인 법률사무소 측에서 채권자 측에 "앞으로는 채권자가 아닌 채무자의 대리인인 우리 변호사에게 추심을 하라"는 내용증명 등을 보내는 것인데요, 이렇게 되면 선생님은 곧바로 추심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개인파산의 경우 재산이 없거나, 가지고 있는 재산보다 채무가 더 많은 경우, 건강 또는 연령 등 특별한 사유로 소득 활동을 못 할 때 신청하는 것이므로 본인이 어떤 사유로 소득 활동을 못 하고 있는지 소명할 필요는 있습니다.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위와 같은 피해로 정신적 문제가 생겨 경제 활동을 할 수 없으시다면 진단서 등으로 소명이 가능합니다. 또한 민사 사건이 아닌 개인파산은 '신청 사건'이므로 엄격한 입증이 요구되지 않아 채권자와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심적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낮습니다.
파산과 면책은 한꺼번에 이뤄져야 합니다. 파산선고만 받은 후 면책 결정을 받지 못하면 금치산자(자기 재산의 관리나 처분 등이 금지되는 법률상의 무능력자)가 돼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면책까지 받아야 채무자의 권리가 온전히 회복되는 것입니다. 물론 면책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신용카드 등의 사용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선생님께서 겪고 계시는 과거의 아픔, 그리고 현재의 상처가 언젠가는 희미한 흉터처럼 남아 건강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수 : 법률사무소 로앤어스 최나리 변호사
최나리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