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세균 "수소경제가 포스트코로나 열쇠"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박준식 기자, 세종=민동훈 기자 2020.07.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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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정세균 국무총리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수소 경제로 전환은 우리가 퍼스트무버(First mover, 개척 선도자)로 성공할 확실한 기회입니다. 대한민국은 선진국들이 먼저 간 길을 그대로 따라왔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자신감이 생겼고, 이제 경제 리더십을 보여줄 시기입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수소경제 육성은 한국을 선도형 경제로 바꿀 기회라고 강조했다. 방역에서 얻은 노하우와 리더십으로 포스트코로나 전략을 세워 에너지 변혁 시대를 앞당겨야 한다는 강한 지론을 꺼내놓았다.

당초 예정됐던 시기보다 반년을 앞당겨 수소경제위원회를 발족시킨 정 총리는 수소경제 이행으로 운송과 에너지 분야에서 다양한 미래 신산업이 창출될 것이라 예상했다. 포스트코로나 전략으로 수소경제를 실현하면 침체된 경제를 반전시키면서 동시에 반도체와 함께 한국을 먹여 살릴 새 성장동력이자 반전의 열쇠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 총리는 2조 달러에 달하는 세계자동차 시장 중 10%만 화석연료에서 수소차로 전환해도 반도체 시장 규모 절반에 달하는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비전을 내놓았다. 특히 물에서 추출하는 그린수소 기술이 상용화해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에 집중된 세계 에너지 시장 판도를 한꺼번에 뒤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앞으로 '수소생산-저장-유통-판매'에 이르는 전주기 공급 인프라를 조성하고 히든 챔피언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소경제가 한국 미래산업구조와 경제에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는가.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선진국들이 먼저 간 길을 것을 그대로 빨리 쫓아가는 전략으로 성공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국민들의 역량과 신뢰로 뭉쳐진 곳이란 대내외 평가를 얻었다. 세계 방역을 선도하는 모습은 국민에게도 자신감을 불어넣은 것이다.

방역을 선도한 우리는 이제 경제회복에서도 리더십을 가질 기회를 맞았다. 이런 맥락에서 수소경제로 전환은 우리가 퍼스트무버가 될 확실한 기회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친환경 탈탄소 산업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소경제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창출 등이 우리 경제·산업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게 분명하다.

특히 우리는 세계적 수준의 수소차·연료전지 기술력, 석유화학·플랜트·철강 등 수소 활용산업의 풍부한 경험이 있다. 여기에 발달된 LNG(액화천연가스) 공급망을 활용한 전국 단위 수소공급 가능성 등 강점이 있다. 글로벌 수소경제 선도국가가 될 밑바탕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수소경제 이행으로 차량 등 수송 분야와 전기 등 에너지 분야까지 다양한 미래 신산업 창출이 가능하다. 예컨대 2조 달러에 달하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10%만 수소차로 전환해도 반도체 시장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만큼 거대한 시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수소산업 생태계는 수소생산에서 다양한 활용 분야까지 기술력이 높은 중소‧중견기업이 성장할 공간이 많고,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에서 수소경제 육성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재생에너지와 함께 그린뉴딜의 핵심을 이루는 수소분야는 향후 세계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핵심적인 분야다. 수소경제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적지인 '그린수소'가 상용화되면, 탄소로부터 자유로운 친환경에너지로의 대전환이 이뤄지는 문명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린수소는 현재 수소생산 주류인 부생수소 방식이 아닌 재생에너지로 물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수전해-Water Electrolysis- 방식으로 생산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수소의 활용이 가장 앞선 자동차 분야는 물론 조선과 항공까지도 활용범위를 넓히면서 수송산업에서도 대변혁이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가 이러한 수소 활용산업의 주도권을 갖도록 한다는데 수소산업 육성의 의미가 있다. 우리 주력산업인 철강 제조과정에서도 코크스(압축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고, 석유화학 공정에서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열원으로 사용하는 등 수소활용은 기존 제조업의 친환경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수소경제 육성은 동 분야 약 3만개 기업, 50만명 종사자에게 직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울러 수소 공급분야에는 특수한 전문기술을 갖춘 히든 챔피언들이 많다. 수소산업 육성을 기회로 우리경제가 허리가 튼튼한 항아리 경제로 갈 수 있도록 중견기업을 키울 수 있다.

-수소 모빌리티 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가.

▶지난해 내수와 수출을 합쳐 최초로 수소차 글로벌 판매 1위를 달성하는 성과가 났다. 하지만 수소차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가격으로 손쉽게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대도심 수소충전소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기존 충전소를 증설하는 등 연말까지 전국에 수소충전소 100기를 구축·운영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신속한 충전소 구축을 위해 설치부지 확보, 인허가 관련 규제개선 등에도 나설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 수급과 가격을 위해 액체수소 운송기술을 개발하고, 해외생산 수소를 도입하는 등 '수소생산-저장-유통-판매'에 이르는 전주기를 고려한 공급 인프라를 조성할 예정이다.

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차종확대, 이용자 편의 향상이 필요하다. 수소차 충전은 승용차 기준으로 5분에 불과하다. 전기차보다 충전시간이 훨씬 빠르기 때문에 특히 대형화와 장거리 운행에 적합하다. 이런 강점을 살려서 버스나 트럭, 특장차 등 상용차 부문 개발과 보급확산에 주력해야 한다.

지난해 말 경찰 수소버스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달 군에도 수소버스 및 수소 드론을 도입했다. 올해 말에는 창원지역에 수소청소트럭을 들일 예정이다. 충전소 운영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차량서비스 센터를 확충해 국민들이 편하게 수소경제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게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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