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투자, 대형주 위주 포트폴리오 벗어나야"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김성은 기자 2020.07.0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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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새로운 10년 ESG]<16>

편집자주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ESG 친화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은 30조 달러를 넘어섰고, 지원법을 도입하는 국가도 생겨났습니다. ESG는 성장정체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단이자 목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2020 새로운 10년 ESG’ 연중기획 기획을 통해 한국형 자본주의의 새 길을 모색합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재 ESG 펀드가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다. ESG 평가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아, '가장 좋은 기업'을 고르기보다는 '나쁜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보니 대기업 위주로 종목이 구성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RBC 캐피탈 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액티브 ESG 펀드들은 대부분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500지수에 편입된 대형주를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담은 펀드가 전체 ESG 액티브 펀드 중 55%에 이르렀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47%, 비자는 42%, 애플은 35%였다. 수자원 관리 기술 회사인 자일렘은 34%였다. 이 외에도 시스코, 에코랩, 마스터카드, 어도비, 머크앤컴퍼니 등이 상위에 자리매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 최대 풍력·태양열 운영자인 넥스트에라 에너지는 ESG 펀드에 주로 편입된 주식 목록에 없었다"며 "반면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대기업들이 들어있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대기업 위주로 ESG 펀드가 구성되고 있는 이유는, 대기업들이 관련 내부 체제를 만들 여력이 되기 때문이다. ESG는 3가지 요소를 한꺼번에 평가하기 때문에 한 분야의 점수가 낮더라도, 나머지 두 분야에서 기준치를 만족하면 투자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는 MS에 AAA 등급을 부여했다. 개인 정보 보호, 데이터 보안, 기업 지배구조, 부패 및 불안정 요소 없음, 클린 기술 혁신 역량 등이 강점으로 꼽혔다. MSCI는 페이스북과 아마존에 대해, 개인 정보 보호와 노동 관리가 미흡하다며 낮은 점수를 줬지만, 두 기업은 다른 영역에서 기준을 충족시켜 많은 펀드에서 투자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종목이 구성되면 다른 주식형 펀드와 차별화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COVID-19) 사태에 ESG펀드들은 항공·정유 기업들에 투자하지 않고 있었던 덕분에 시장 대비 좋은 성과를 냈지만, 좋은 기업을 선별해 담기 보다는 나쁜 기업을 투자대상에서 제외한 덕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에는 ESG 이슈를 더 세분화한 펀드들이 나오고 있다. 인베스코 솔라 ETF(상장지수펀드)는 태양광업체에 주로 투자하고, 양성 평등을 지행하는 SPDR 젠더 다이버시티 인덱스 ETF는 이사회나 CEO(최고경영자) 자리에 최소 한명의 여성이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 다만 아직까지는 이러한 펀드들에 유입되는 자금은 S&P500과 유사한 ESG 펀드 대비 적은 상황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SG에 대한 기준은 국내외 모두 개선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ESG 투자 문화가 확대되면 운용사마다 각자의 철학을 담은 ESG 투자도 다양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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