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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곪았던 상처가 터졌다는 반응이다. 유료방송 시장의 다소 후진적인 계약 관행과 콘텐츠 가치에 대한 저평가가 지속되며 결국 사달이 났다는 것. 글로벌 미디어 시장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콘텐츠 한류가 반짝인기로 끝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한 마디에 터진 수수료 갈등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 ENM과 딜라이브가 프로그램사용 수수료 인상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CJ ENM이 지난 3월 유료방송 사업자들에 15~30% 가량의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는 내용의 '2020년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안' 공문을 보내면서다. 현재 유료방송사 75% 가량은 수수료 인상 합의를 마쳤거나 세부적인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3위 케이블TV 사업자인 딜라이브가 강하게 대립각을 세우며 잡음이 커졌다.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수수료 동결을 통보하고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나섰다. 케이블방송 수요 감소로 업계 전반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하고 무리한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언뜻 보면 대기업 갑질인데…
이면엔 "정당한 콘텐츠 제 값 달라"
/사진=각 사
자칫 소비자를 볼모로 대기업이 '갑질'을 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리스크를 떠안으면서도 CJ ENM이 '블랙아웃' 카드를 꺼낸 데에는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값을 쳐달라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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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콘텐츠 시장이 OTT를 중심으로 통합되고 구독형 서비스가 확산하며 IP(지식재산권) 경쟁력이 화두로 떠올랐는데, 현재 콘텐츠 제작 수익구조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단 것이다. PP들이 유료방송 플랫폼으로부터 받는 대가가 제작원가에도 미치지 못해서다. '2018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PP는 콘텐츠 제작에 1조7611억원을 투자하지만 플랫폼 사업자의 사용료는 5700억원(32.45%)에 불과하다.
콘텐츠 질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는데 정작 투자금 회수도 어려운 것이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 받지 못하게 되며 크게는 과감한 콘텐츠 제작부터 작게는 스태프 처우 등 제작환경 전반의 개선도 어려워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CJ ENM 관계자는 "딜라이브의 경우 정율제로 사용료를 지급해 실적에 따라 사용료가 달라진다"며 "제작 협력사들에게 정해진 금액을 줘야 하는 PP 부담만 커질 수밖에 없는 불공정 계약"이라고 말했다.
뒤바뀐 갑과 을·어려워진 사업환경
불공정 관행과 힘겨루기 멈춰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갑의 위치였던 플랫폼사가 미디어트렌드 변화로 위축되고, 반대로 콘텐츠를 유통하는 PP의 영향력이 커지며 생존을 위한 힘겨루기가 본격화했단 것이다. 콘텐츠 사용료가 아닌 광고·협찬 등 부가가치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비상식적 수익구조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녹록지 않은 사업환경에 플랫폼이 이를 쉽사리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다. 지난해 케이블TV 방송매출은 2조227억원으로 전년 대비 671억원 가량 감소했다.
뿌리 깊은 불공정 계약 관행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국내 유료방송 업체들은 한 해 콘텐츠 사용료 계약을 다음해에 체결한다. 실제 지난해 방송프로그램 공급계약도 올해가 돼서야 협상 테이블이 열렸다. '채널편성권'을 갖고 있는 플랫폼사의 협상력이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제작비용이 지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빚 지고 콘텐츠를 제작해 유통하고 나서야 정산 받는 시스템을 견딜 수 없단 불만이 PP 사이에서 높아지는 이유다.
이에 일각에선 CJ ENM이 올해 초 매년 지연되는 계약 정상화를 위해 관행과 달리 조기계약 진행을 요청하면서 플랫폼사의 반발을 샀다는 분석도 나온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기존 방송 미디어 시장의 사업환경이 악화되고 글로벌 미디어 시장이 통합되기 시작하며 콘텐츠를 제공하는 PP와 이를 유통하는 플랫폼사의 갈등은 예견된 일이었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기 시작한 국내 콘텐츠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방송시장 갈등이 봉합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