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축구' 뛰던 일반인, 25살에 스페인 리그 뛴 사연[머투맨]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김지성 기자, 김소영 기자 2020.07.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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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터뷰│동네 축구→스페인 리그… 축구 성장기 담은 유튜브 '동네축구 고수'

편집자주 유튜브, 정보는 많은데 찾기가 힘들다. 이리 저리 치인 이들을 위해 8년차 기자 '머투맨'이 나섰다. 머투맨이 취재로 확인한 알짜배기 채널, 카테고리별로 쏙쏙 집어가세요!







'동네축구' 뛰던 일반인, 25살에 스페인 리그 뛴 사연[머투맨]


"산티아고! 산티아고 뮤네즈!"



벌써 10년도 넘은 2005년 개봉한 영화 '골'은 축구 팬들에게는 질리지 않는 교과서다. 남다른 재능을 가진 일반인이 우연한 기회에 최고의 클럽·무대에서 뛰게 된다는 '스포츠형 신데렐라' 스토리지만 언제 봐도 축구에 대한 열정을 끓어오르게 만든다.

이렇게 상상으로만 가능할 만한 일에 실제로 도전하는 한국인이 있다. 13만3000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동네축구 고수'(동고·본명 구성은·27)다. 킥, 드리블 등 축구를 알려주던 유튜버는 어느날 스페인으로 홀연히 날아갔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로 대변되는 '축구의 나라' 스페인.



약 7개월의 시간 동안 동고는 스페인 하부리그(5~6부) 입단에 도전한다. 20대 중반까지 제대로 된 축구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튼튼한 두 다리와 도전 정신이 있었다. 물론 일반인이 축구 선수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스페인 구단 입단테스트에 5번 떨어지고 6번 시도 끝에 6부리그에 속한 '라 아반사다'(La Avanzada)에 입단하게 된다.

코로나19(COVID-19) 때문에 잠시 귀국해 한국에 머물던 동고는 감독 교체 등을 이유로 갑작스레 팀에서 퇴출됐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더 좋은 팀에 도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런 과정은 모두 유튜브에 담겼다. 브이로그(Vlog)를 넘어선 '풋볼로그'가 아닐까. 축구와 유튜브 모두 게임처럼 레벨을 착착 쌓아가는 동고를 '유튜브가이드 머투맨'이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만났다.

동네에서 축구하다 25살에 축구선수 발돋움
/사진=유튜브 '동네축구 고수' 캡처/사진=유튜브 '동네축구 고수' 캡처
-일반인에서 축구선수로, 유튜브로 도전한 계기가 궁금하다.


▶축구를 한 번도 안 배웠는데, 25살에 처음 시작했다. 스페인 하부리그 축구팀이 새로 생겨 입단테스트를 하는데 경력을 안 봤다. 테스트 지원을 했는데 운 좋게 통과해서 스페인에 가서 (축구를) 배웠다. 처음 (선수로서) 배우면서 느낀 게 한국에 안 알려진 것들이 많았다. 그 팀에서 뛰면서 배운 걸 알려드리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많이 좋아해 주셨다.

-아무리 축구를 좋아해도 일반인이 선수가 된다는 것이 가능한가?

▶우선 스페인 프로리그나 세미프로가 아닌 하부리그다. 제가 축구를 너무 좋아했고, 어릴 때부터 축구선수가 꿈이긴 했다. 진짜 동네축구, 방과 후 축구교실이나 점심시간에 축구를 했다. 일반인 축에서는 잘하는 정도고, 체대를 나왔는데 그러다 보니 체대 입시 운동한 게 도움이 됐다.

-스페인에 가본 경험은 있던 건가? 가족들이 말리지는 않던가.

▶해외 나가본 경험도 없고, 학생에 돈도 없었다. 팀에서 숙박과 숙식을 해결해줘서 가게 된 거다. 가기 직전까지 실감 안 나고 믿지도 않았다. 부모님께서는 어릴 때부터 반대를 많이 하셨다. 선수 생명도 짧고, 다치기도 쉬운 (이유로) 반대를 많이 하셨다. 그래서 아들이 축구를 좋아하는 건 아는데 '스페인 갈 수도 있다'는 얘기는 흘려 들으신 것 같았다.

선수 생활로 알게 된 정보 유튜브에 공유… 구독자 10만↑
/사진=유튜브 '동네축구 고수' 캡처/사진=유튜브 '동네축구 고수' 캡처
-왜 스페인에서 다시 국내로 돌아와 유튜브를 하게 됐나.

▶아무래도 처음 생긴 팀이라 모두가 미숙했다. 저도 선수가 아닌데 선수들이랑 뛰다 보니 많이 힘들더라. 다 처음이고 강도 높은 훈련을 하다 보니 '선수의 벽은 너무 높구나'라고 깨달았다. 당시 대학 휴학상태라 졸업하고 취직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스포츠 구단 같은 곳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돌아와서 유튜브를 하게 됐다.

-어느새 구독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처음부터 잘 될 거라 생각했나.

▶사실 이렇게 잘 될 줄 몰랐다. (축구에 대한) 좋은 정보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유튜브로 알려드리는 게 재밌어서 시작했는데 생각이 비슷한 분들이 많았다. 선수 입장에선 당연한데 일반인에게 신기한 것들이 특히 호응이 좋았다. 대표적으로 (선수와 일반인 간) 차이가 심한 부분은 체력과 기본기다.

-다시 스페인 무대에 도전했다. 어떤 마음이 들었던 건가.

▶이전 팀에서 뛰다가 한국에 돌아올 때 아쉬운 마음이 계속 있었다. 그래서 기회 되면 스페인 돌아가서 제대로 뛰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침 유튜브 운영이 잘 되고 여러 여건이 맞아 다시 계획해 스페인에 도전했다.

'일반인→선수' 특이한 이력에 악플도
/사진=유튜브 '동네축구 고수' 캡처/사진=유튜브 '동네축구 고수' 캡처
-혼자서 유튜브를 하는 건가? 평소 일과는 어떤지 궁금하다.

▶촬영과 편집은 다 혼자하고, 경기 영상을 찍을 때만 친구가 도와준다. 축구 유튜버니까 대부분 운동하는 모습 위주로 촬영한다. 일주일에 3~4일은 운동하면서 촬영과 편집을 한다. 거의 하루의 반은 편집하는 것 같다.

-축구선수로서, 유튜버로서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스페인은 4부 리그 밑으로는 돈이 거의 안 나온다. 제가 뛰는 5~6부도 급여가 거의 없다. 유튜브 수익이 있어서 크게 상관은 없는데, 거기서 활동하는 다른 한국인 축구선수나 일본인, 중국인들도 많다. 그런 선수들은 더 높은 리그로 가기 위해 돈을 못 받아도 열심히 뛴다. 유튜브 수익의 경우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한데 (스페인에서) 혼자 지내기에 충분한 정도다.

-유튜버로서 힘든 점은 없나? 악플도 많이 달릴 것 같은데.

▶저는 일반인이었다가 선수를 하는 특이한 케이스다. 그러다 보니 악플이 좀 달리는 편이다. 처음에 (축구 기술 등) 정보를 알려줄 때는 '선수도 아닌데 뭘 알려주냐'는 식으로 달리다가, 스페인 입단테스트 할 때는 '6부리그 테스트를 보냐', '포기하고 공장 가서 일해라' 이런 식으로 댓글이 많이 달렸다. 예전에는 상처가 많이 돼서 잠도 잘 못 잤다.

"아마추어 축구 활성화하는 콘텐츠 만들 것"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진행된 '동네축구 고수' 인터뷰 현장. /사진=김지성 기자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진행된 '동네축구 고수' 인터뷰 현장. /사진=김지성 기자
-한국과 유럽에서 경험한 축구 문화의 차이가 있을까.
▶스페인에서는 감독이랑 선수랑 친구처럼 지낸다. 훈련하다가 마음에 안 들면 훈련이 이상한 것 같다고 감독이랑 소리 지르며 싸운다. 그런데 다음날 웃으면서 또 악수한다. 문화 충격을 받았다. 제 경우 감독님이랑 얘기할 때는 무조건 순종적이었는데, 지금은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어필하고 궁금한 건 물어본다.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나. 선수로서 경력도 계속 살려가나.
▶다음 달쯤 스페인에 가려고 계획을 하고 있는데 그때까지는 운동에 집중하려고 한다. 제가 한국에 와 있는 동안 감독이 두 번 바뀌면서 일방적으로 팀에서 방출돼 황당하지만, 이 기회에 더 괜찮은 팀으로 도전해보려고 한다. 아마추어 축구를 좀 더 활성화할 수 있게 하는 콘텐츠를 생각하고 있다.

-계속 열심히 하다 보면 국가대표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
▶스페인에 떠난 것이 불과 2년 전이다.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정말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 상상은 해봤다.

-머니투데이 독자와 '머투맨' 구독자를 위해 즐겨 보는 채널을 추천해달라.
▶옛날 스페인에서 같이 생활했던 개그 유튜버 '코미꼬COMICO'를 추천한다. 좀 자극적이고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보고 있다. 항상 즐겨보는 채널로는 '워크맨'이 있다. 또 개그 채널이긴 하지만 '피식대학'을 추천한다. 유머가 있는 재미있는 채널을 즐겨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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