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마리 중 1마리만 가입…"주인님, 펫보험 왜 안드시개?"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20.07.0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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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4조 펫시장' 외면받는 펫보험 (上)

편집자주 국내 반려동물이 1000만 마리를 넘어서면서 반려동물시장이 4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반려동물호텔과 유치원은 물론 전용 피트니스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처럼 반려동물에 대한 지출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건강 문제와 맞닿은 보험은 가입률이 미미하다. 보험사들도 마케팅을 꺼린다. 왜 그런 것일까.

"펫보험 팔수록 손해"…동물병원 치료비, 보험사도 두렵다
4000마리 중 1마리만 가입…"주인님, 펫보험 왜 안드시개?"


국내 보험업계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던 반려동물보험(이하 펫보험)은 2018년 부활했다. 10여년만이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반려동물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 지원을 약속한 게 기폭제가 돼 보험사들이 상품 판매를 재개한 것이다. 하지만 펫보험은 여전히 소비자들의 관심 밖이다. 게다가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어 또다시 조용히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빅3’를 포함해 총 10개 손해보험사가 펫보험을 판매 중이다. 지난해 펫보험 신계약 건수는 2만2000여건으로 2년 전과 비교해 10배 가량 급증했다. 같은 기간 원수보험료도 112억5000만원으로 9억8000만원에 그쳤던 2년 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올 들어서도 지난 5월 기준 신계약 건수가 7000건을 넘어섰다.



4000마리 중 1마리만 가입…"주인님, 펫보험 왜 안드시개?"
하지만 국내 반려동물이 1000만 마리 이상으로 추산되는 점을 고려할 때 펫보험 가입률은 전체의 0.25%대에 머문다. 4000마리 중 1마리 꼴로 겨우 보험에 가입했다는 의미다.



국내 손해보험사들은 2007년 말 처음으로 펫보험을 출시했지만 받은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 비율인 손해율이 나빠지면서 대부분 판매를 중단했다. 2014년 동물 등록제가 의무화되자 상품을 재출시하기 시작했으나 2017년의 경우 삼성화재 등 3개사만 겨우 제품을 파는 정도였다. 총 보유계약 건수도 3000건이 안 됐다. 펫보험 시장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하는 미국이나 2조원대인 영국 등과 비교하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2018년 정부의 지원 속에 펫보험 신상품이 다시 쏟아지자 국내에서도 펫보험이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손해율이 높아 판매에 소극적이다. 다시 판매가 중단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슬개골(무릎뼈) 탈구와 같은 고액 치료비 청구가 증가하는 추세라 이대로 가면 조만간 손해율이 10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려동물이 다른 반려동물이나 사람, 타인 소유 물건에 발생시킨 손해를 보상하는 ‘배상책임보장’은 손해율은 이미 200% 수준”이라고 말했다. 손해율이 200%라는 얘기는 보험료로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200원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2010년 보험사들이 애견보험 판매를 중단한 것은 동물병원마다 진료비가 제각각인 상황에서 손해율이 200%를 넘어서 상품 판매를 지속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펫보험 시장이 커지지 않는 상태에서 손해율까지 계속 오른다면 언제든 판매중단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혜영 기자

"애견 호텔도 보내면서 보험은 왜 안들어요?"
4000마리 중 1마리만 가입…"주인님, 펫보험 왜 안드시개?"
#신혼부부인 김정욱씨(가명)와 이미진씨(가명)는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운다. 매월 반려견에게 드는 비용은 100만원 가량이다. 맞벌이라 평일에 혼자 있는 강아지가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애견 유치원에 월 40만~50만원을 지출한다. 사료와 미용 비용만도 한달에 약 10만원이 나간다. 주말에 애견카페라도 다녀오면 5만~6만원은 기본이다. 가끔 부부가 여행을 가거나 출장을 갈 때 애견 호텔을 이용하는 비용이 하룻밤에 3만원이다. 정기적인 예방접종을 비롯해 어디 아프기라도 해 3~4일간 입원하면 병원비가 50만원은 가뿐하게 나온다. “아이 하나 키우는 것 만큼 돈이 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반려견이 주는 기쁨이 크기 때문에 기꺼이 감수한다.

반려동물시장은 최근 몇 년 새 3조~4조원대까지 커졌다. 2027년에는 6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렵던 반려동물 호텔과 유치원, 전용 피트니스 클럽은 물론 반려동물이 심심하지 않게 놀아주는 AI(인공지능) 로봇까지 등장했다.

◇펫보험 왜 안드냐고? "몰라서"

반려동물을 말 그대로 가족이라고 생각해 경제적인 지출을 아까워하지 않는 추세라 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 3만~4만원을 내는 반려동물보험(펫보험) 가입률은 여전히 저조하다.

반려동물이 아플 때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보험에는 돈을 쓰기 꺼려 하는 이유는 몇년전까지는 국내에 펫보험에 자체가 없다는 것이었다. 2017년만 해도 국내에 펫보험을 판매 중인 보험사는 3개사 뿐이었다. 하지만 이후 정부가 동물병원 표준진료제 등 정책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상품개발을 독려해 현재 10개 보험사가 펫보험을 팔고 있다.

슬개구(무릎뼈) 탈골 등 기존에는 안 해주던 실질적인 보장도 늘어났고, ‘반려동물원스톱진료청구시스템(POS)’ 등을 만들어 보험금 청구도 간편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입률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보험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낮아서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보험 시장 초기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아까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비슷하게 아직은 펫보험이 있다는 사실도 잘 모르고, 보험료를 없어지고 마는 비용이라고 여기는 소유주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험 가입하려 동물등록? "귀찮아"

보험에 가입하려면 반려동물 등록을 해야 하는데 아직 등록제가 활성화하지 않았다는 점도 원인이다. 반려동물 등록제는 유기견을 막기 위해 반려동물을 의무적으로 해당 시·군·구에 등록하도록 하는 제도다. 올해로 시행 12년째다. 전체의 약 30%가량만 등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등록하지 않으면 과태료로 최대 100만원이 부과되지만 현실적으로 1000만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을 전수조사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들이 고육지책으로 등록 안 한 동물도 비문인식 등을 통해 펫보험에 가입시켜 주고 있지만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등 부작용 우려도 크다”며 “반려동물 등록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보험 관리가 어렵고 보험 가입자의 모럴해저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결국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료가 올라가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율 두려운 보험사, 상품 만들고도 '쉬쉬'

4000마리 중 1마리만 가입…"주인님, 펫보험 왜 안드시개?"
보험사도 기껏 상품을 만들어 놓고도 손해율 악화 등을 걱정해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안 한다. 동물병원 진료항목 표준화 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손해율 악화로 이어지는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동물병원 진료의 경우 소위 보험사기가 의심돼도 현재로선 경찰 조사 등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다. 모럴해저드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수의업계의 한 관계자는 “펫보험 가입자가 거의 없긴 하지만 일부 동물병원에서는 가끔 보험에 들었다고 하는 소유주가 오면 5~6종이면 되는 검사를 20종까지 하고, 안 찍어도 되는 MRI(자기공명영상법)을 찍기도 한다는 얘기도 돈다”며 “수술을 한다면 보험에 가입하고 오라고 역선택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1마리 가입했을 때랑 10만 마리 가입했을 때는 손해율에 따른 영향이 다르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도 적극적인 홍보가 조심스러울 것”이라며 “펫보험은 재물보험이라 의료비 예측이 중요하기 때문에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화 와 등록제 활성화 등의 정책적 지원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전혜영 기자

"반려동물 키우면 당연히" 해외선 일상화된 펫보험
4000마리 중 1마리만 가입…"주인님, 펫보험 왜 안드시개?"
해외에서도 동물병원 진료비는 저렴하지 않다. 하지만 해외 주요국은 국내와 달리 반려동물보험(이하 펫보험)이 보편화 돼 있다. 미국, 영국 등은 진료비 고지나 공시제가 대부분 자리 잡아 비용 예측이 가능하고, 반려동물 소유주들은 보험을 통해 진료비 부담을 상당 부분 덜고 있다.

펫보험이 처음 탄생한 유럽은 가장 활성화된 시장이기도 하다. 펫보험은 1924년 스웨덴에서 세계 최초로 판매됐다. 스웨덴은 현재 펫보험 가입률이 40% 이상이다. 상품도 다양하다. 2016년 기준으로 80개 손보사 중 16개사가 펫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반려견의 90%, 반려묘의 50%가 펫보험에 가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도 펫보험 가입률이 25%에 달한다. 펫보험 시장 규모는 2015년 9억7600만 파운드(1조5000억원)에서 2022년에는 16억 파운드(2조4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손보사들은 펫보험 개별 브랜드를 마련해 판매하고 있으며, 영국 내에만 약 80개 브랜드가 있다.

미국도 펫보험 시장이 성장세다. 미국의 펫보험 시장 규모는 10억3000억 달러(한화 1조1000억원)대다. 가입률도 10%대로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미국은 동물병원협회가 격년으로 동물병원의 수가 동향을 조사해 통계집을 발간하고 수의사와 소비자에게 가격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도 펫보험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일본은 펫보험 가입률이 9.1%대로 조만간 두자릿수에 진입할 전망이다. 시장 규모는 약 667억엔(7100억원) 수준이다. 일본에서는 애니콤, 아이펫 등 펫보험만 취급하는 손해보험사가 전체 시장의 약 78%를 차지한다. 이들 보험사가 제휴된 동물병원의 진료비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있다.

중국은 펫보험 가입률 통계가 공식적으로 집계된 적은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펫보험 가입률은 낮은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중국 손보사들이 최근 펫보험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선 상태"라며 "빠른 시간 내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2004년 처음 펫보험 배상책임보험 담보가 출시됐고, 의료비용을 보장하는 종합보험은 2013년부터 판매 중이다.

전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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