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펀드, 수익도 착하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정인지 기자 2020.07.06 05:48
글자크기

[2020 새로운 10년 ESG]<16>

편집자주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ESG 친화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은 30조 달러를 넘어섰고, 지원법을 도입하는 국가도 생겨났습니다. ESG는 성장정체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단이자 목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2020 새로운 10년 ESG’ 연중기획 기획을 통해 한국형 자본주의의 새 길을 모색합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코로나19(COVID-19)는 전통적 재무지표와 함께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성과를 함께 고려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전략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1일 JP모건 소속의 진 자비에르 헤커, 휴고 듀버그 ESG·지속가능성 리서치 부문 공동 책임자는 보고서 발간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팬데믹(대유행) 공포가 극에 달했던 1분기 동안 ESG 투자 펀드 수익률이 시장 평균 대비 우위에 있었던 점을 들어 이제 '착한 투자'와 '이익 극대화'가 더이상 상충되는 것이 아니란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패닉장에서 덜 내렸다…투자가치 입증한 지속가능 펀드
"착한 펀드, 수익도 착하다"


많은 글로벌 경제 매체들이 미국 펀드정보 제공업체 모닝스타가 내놓은 4월 초 보고서에 주목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동안 ESG에 초점을 맞춘 지속가능 주식형 ETF(상장지수펀드)의 수익률 평균이 시장 평균을 웃돌았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지속가능 주식형 ETF 1분기 수익률 평균은 -18.51%로 미국 S&5P500을 추종하는 대표 ETF인 'iShares Core S&P500 ETF'가 19.6% 내린 것 대비 선전했다.

올 1분기는 S&P500 지수가 20.0% 내리는 등 역사상 최악의 1분기 수익률을 기록한 때다. 2~4분기 모두 고려해도 S&P500 지수는 2008년 이후 12년 만에 최악의 분기 수익률을 기록했다.

모닝스타가 분석한 미국 ESG ETF 중 'IQ Candriam ESG US Equity ETF' 'iShares MSCI USA ESG Select ETF' 등은 각각 -16.04%, -17.79%의 수익률을 기록해 이 기간 수익률 상위 ETF에 포진했다.


미국 외 선진시장, 신흥시장 등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 외 선진시장에서 지속가능 주식형 ETF 1분기 수익률 평균은 -21.63%로 비교군 iShares Core MSCI EAFE ETF(-23.52%) 대비 높았다. 신흥시장에서 지속가능 주식형 ETF 1분기 수익률은 -22.82%로 비교군(iShares Core MSCI Em Mkts ETF) 수익률(-24.4%) 대비 높았다.

아울러 분석 대상 전체 지속가능 펀드의 70%가 전체 펀드 수익률 상위 50%안에 포진했다.

전통적으로 에너지주 덜 담고 기술주 더 담아…수익률 선전의 '비결'
지속가능 펀드 수익률이 좀 더 높았던 것은 이 펀드가 전통적으로 에너지, 항공주에 대한 노출이 적었던 이유가 크다. ESG 중에서도 환경(E) 요인을 고려한 영향이다.

모닝스타도 "예를 들어 미국 지속가능 인덱스 펀드의 경우 에너지에 대한 노출도가 1.9%라면 비교군은 2.6%였다"고 설명했다. 1분기 동안 유가가 급락하면서 에너지 기업 주가는 더 큰 폭으로 내렸는데 대표적으로 엑슨모빌은 45.6%가 내렸다.

포트폴리오에 에너지 기업은 덜 담은 대신 탄소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여겨지는 대형 기술기업들은 더 담은 것도 주효했다. 마이크로스프트(MS)가 대표적이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자산관리사 타이드만 콘스탄티아의 롭 위버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ESG 중심 전략 포트폴리오 선전 비결에 대해 "장거리 이동의 필요성을 줄여 탄소배출량을 낮추도록 하는 화상기업 '줌'과 같은 기업에 적극적으로 자산을 할당한 것이 (펀드 수익률을) 잘 버티도록 했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동안 MS는 결과적으로 주가 변동이 없었고 줌은 114.8% 올라 시장을 이겼다.

약세장서 테스트 거친 ESG 펀드…"'착한투자' 냉소적으로 바라보던 이들이 틀렸다"
/사진=AFP/사진=AFP
하락장에서 지속가능한 펀드들도 고전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시장의 의미부여는 컸다.

모닝스타는 "1분기 기존 펀드와 지속가능한 펀드 사이 수익률 차이는 미미해 보일 수 있다"면서도 "지속가능한 투자의 성장세는 대부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것도 최근 5년 사이에 일어났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즉 지속가능한 펀드 가운데 지금까지 약세장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쳤던 것이 거의 없단 뜻이고 이번 약세장에서 그들은 괜찮은 수익을 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회의론자들은 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면 투자자는 ESG 투자를 빠르게 포기할 것이란 냉소적 반응을 보였었다"며 영국계 자산관리사 스톤헤지 플레이밍의 모나 샤 이사를 인용해 "투자자들은 ESG와 이익 극대화가 상호배타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생존율 더 높았던 지속가능 펀드…"ESG는 비금융 요소 아닌 금융 요소"
시장의 높은 관심에 모닝스타는 지난 6월, 기간 측면에서 좀 더 광범위하게 분석한 보고서를 내놨다. 유럽 내 4900여 펀드를 조사한 결과 운용 기간 1, 3, 5, 10년된 지속가능 펀드들의 생존율과 수익률이 전통 펀드 대비 대체로 우수했단 점이 입증됐다.

글로벌 대형주 혼합 주식평 펀드의 경우, 운용된지 10년된 펀드를 비교했을 때 지속가능 펀드의 생존율은 52.2%, 전통 펀드는 45.9%로 나타났다. 수익률은 지속가능형이 6.9%, 비교군이 6.3%였다.

생존율과 수익률 측면에서 모두 우세한 것은 운용 기간 1,3,5년짜리를 비교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유럽 내 펀드만을 대상으로 했단 점에서 조사 한계점이 있긴 하나 ESG 펀드의 선전이 단순히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경우에만 해당된 것이 아니란 점을 뒷받침한 것이다.

미국 투자관리회사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해리엣 스틸 국제 비즈니스 사업 개발 책임자는 FT에 "투자자들이 한 때 ESG 펀드를 지지했던 이유가 도덕적 관점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이젠 그러한 펀드가 종종 더 나은 성과를 보인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ESG 리스크(위험)는 비금융 리스크가 아닌 금융 리스크란 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JP모건이 전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70% 이상이 "코로나19와 같은 예기치 못한 사건이 기후 위기와 같은 문제 해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 믿는다"고 답했고 50% 이상은 "팬데믹 경험이 향후 3년간 ESG 모멘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다.

한국서도 수익률 입증 중인 ESG 펀드…회복도 빨랐다
"착한 펀드, 수익도 착하다"
한편 국내에서도 최근 시장 대비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ESG 펀드로의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펀드평가가 현재 국내에서 운용중인 27개 공모 ESG 펀드를 분석한 결과, 연초대비 지난달 26일까지 66.7%(18개) 펀드의 수익률이 비교군이 된 유형펀드 평균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빠른 속도로 회복한 지난 3개월 간(지난달 26일 기준) 수익률만 놓고 봐도 55.6%(15개) ESG 펀드 수익률이 유형평균을 이겼다. 구체적으로 지난 3개월간 마이다스 책임투자펀드 수익률이 35.18%, 브이아이켄드리엄글로벌4차산업증권자투자신탁H(주식-재간접)A가 40.97%를 기록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ESG라는 새로운 투자 트렌드에서 경쟁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펀드 출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ESG 펀드 제공 운용사는 2010년 초 59개에서 지난해 165개로 증가했는데 딜로이트 전망에 따르면 미국 ESG 운용자산 규모는 2025년까지 연평균 16%씩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