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상장' 바이오팜 보는 SK 직원들 "31억원이 장난은 아니죠"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주명호 기자 2020.07.0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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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오전 내내 SK바이오팜 (83,300원 ▼1,700 -2.00%) 주가만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

SK그룹 계열사 A팀장은 오랜 만에 주식 시세를 찾아봤다고 했다. 올해 IPO(기업공개) 중 '최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이 2일 상장하자마자 상한가로 직행했기 때문이다.



SK그룹 직원들 사이에서 SK바이오팜이 단연 화제다. 특히 우리사주를 배정받은 SK바이오팜 직원들을 향해 그룹 계열사 직원들은 "고생한 결실을 보게 됐다"며 부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이날 공모가 4만9000원의 2배인 9만8000원에 시초가가 형성됐고, 곧바로 상한가인 12만7000원까지 주가가 치솟았다. '시초가 상한가+개장 후 상한가'는 2015년 상장한 SK디앤디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SK바이오팜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보면 우리사주 배정물량은 244만6931주. 금액으로는 1199억원어치다. SK바이오팜 임직원 숫자가 207명이니 1인당 5억8000만원 정도를 우리사주로 배정 받은 셈이다. 직급별로 배정 물량이 다르지만 대략 팀장급은 2만주 이상, 금액으로는 12억원 상당을 배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계산으로 상장 첫날 지분 가치가 12억원에서 31억2000만원으로 치솟은 셈이다.

또 다른 SK 계열사 B팀장은 "SK바이오팜 멤버들이 그동안 마음 고생을 많이 한 것으로 아는데 이런 결실을 보게 돼 같은 구성원으로 기쁘다"며 "하지만 또 한편으로 주식 대박을 보면서 마음이 쓰린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K바이오팜 내부에서도 직원들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증권신고서 제출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후 입사자의 경우에는 우리사주를 배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SK바이오팜에도 실권주가 있다는 사실. 당초 우리사주엔 392만여주가 배정됐는데 244만주 정도만 주인을 찾았고, 직원 배정 우리사주 물량 중 40%는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채 실권됐다.

바이오팜 상한가 직행을 마냥 부러워 할 일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또 다른 SK 계열사 C팀장은 "우리사주를 받은 바이오팜 동료들이 부럽긴 하지만 지난 20년간 신약 사업을 하면서 급여 외에 인센티브 한번 제대로 못받은 것으로 안다"며 "고생한 조강지처들이 보답을 받은 셈이고, 모두 충분히 보상 받을 자격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주식의 보호예수 기간은 1년이다. 퇴사 후 차익실현이라는 초강수를 두는 경우도 있지만 회사는 이에 대한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눈앞의 상한가보다는 보호예수가 풀리는 시점의 주가가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일단 SK바이오팜의 출발이 좋다는 것은 SK그룹 입장에선 고무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SK 직원들은 "이 정도로 주가가 강한 상승을 보일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또 다른 계열사 D팀장은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받고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뭔가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주가가 단기 급등할 것으로 예상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의 대박으로 그룹 내 다른 상장 예정 계열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SK그룹은 내년 배터리 분리막 계열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 상장을 준비 중이다. D팀장은 "벌써부터 SK아이이티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는 직원들이 많다"며 "또 다른 상장 예정사인 SK실트론도 '긁지 않은 복권'이라고 직원들끼리 얘기한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 상한가 직행을 본 E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엄청 부럽습니다. 아마 제 인생에는 저런 대박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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