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도 주부도 청소년도…어느새 마약에 빠져들어 있었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이태성 기자 2020.07.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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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마약 거래, 중독된 한국]②

#김모씨(26)는 지난해 2월 서울 마포구의 한 노래방에서 신모씨(36)가 구한 대마를 함께 피웠다. 호기심에 시작했지만 이후 더 강력한 마약을 찾게 됐다. 김씨는 같은해 6월 합성대마와 각성제인 메틸페니데이트를 투약했고 이후 죄책감에 자수했다. 법원은 둘 다 초범이고 자수한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마약청정국이라 자부하던 한국이 소리없이 중독되고 있다. 매일 44명의 마약사범이 검거되는 현실에서 연예인이나 유학생만이 마약을 취급하던 시대는 끝났다.

추적이 어려운 인터넷·SNS를 통해 비교적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일반 회사원, 가정 주부, 심지어 청소년들도 마약을 거래하다 적발된다.



회사원, 학생, 청소년까지…"하루 44명꼴"
회사원도 주부도 청소년도…어느새 마약에 빠져들어 있었다


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만6044명의 마약류사범이 검거됐다. 전년대비 27.2% 증가한 수치다. 하루 44명이 마약류 투약·소지·거래 등의 혐의로 검거됐다는 의미다.

2011~2014년만 해도 1만명 선을 넘지 못했지만 2015년 1만1916명을 시작으로 매년 1만명 이상이 잡힌다. 올해 5월까지만 해도 5045명이 검거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6956명)에 비해 줄었지만 코로나19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마약은 우리 사회의 일상으로 침투하고 있다. 직업별로 보면 마약류사범 중 흔히 알려진 예술·연예 직업 종사자는 0.3%에 불과했다. 오히려 무직(31%)의 비중이 제일 컸고, 그 뒤를 회사원(4.5%)이 쫓았다. 이외에도 가사(1.1%), 학생(1.5%) 등도 검거되는 등 일상에서 마약이 유통되고 있다.


특히 김씨와 신씨처럼 젊은층의 마약류 범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의 절반(47.6%)에 가까운 7647명이 20~30대였다. 청소년 마약사범의 경우 매년 100선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전년대비 67.1% 증가한 239명을 기록하며 200선을 깼다.

마약을 왜?…"궁금해서"
이들이 마약류를 취급하게 되는 최대 원인은 '중독'(25.3%)이다. 이미 마약을 수차례 복용후 중독돼 계속 찾다가 적발되는 경우다.

문제는 김씨와 같은 호기심에 손을 댄 이들이다. 전체의 15.4%에 이른다. 주위의 권유 및 유혹을 받아 시작한 사례도 12.7%로 나타났다.

인터넷·SNS 등을 통해 누구나 비교적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전문적으로 마약을 거래하는 이들이 아닌 일반인의 사례도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마약을 투약하다 검거된 사범은 지난해 8210명으로 전년대비 32.9% 올랐다. 마약 소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공급책 등이 포함된 전체 마약류사범의 51.2%에 이르는 수치다.

수요 늘자 공급도 늘었다
마약에 대한 수요가 늘고 구매가 쉬워지면서 공급책 역시 늘고 있다. 지난해 밀조·밀수·밀매 등 공급사범은 전년대비 28.3% 증가한 4225명을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 마약류 공급·소비가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국제 마약범죄조직이 한국을 마약세탁의 중간경유지로 활용하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두바이와 우리나라를 경유하여 일본으로 필로폰 1kg 밀수출을 시도한 한국 국적자가 잡히기도 했다.

한국에서 직접 마약을 제조해 판매하는 사례도 매년 적발된다. 인터넷을 통해 제작법을 알게 된 이들이 호텔 객실, 자택, 공장, 실험실 등 일상에서 만들다가 덜미를 잡히는 경우다.

지난해에는 서울 소재 호텔 객실에서 필로폰 3.6㎏를 만든 중국인 일당 3명이 검거됐다. 인구 12만명, 즉 웬만한 소도시 전체가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전문가들은 공급책 단속도 중요하지만 수요자 처벌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기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이가 41%에 달하는 등 처벌이 약해 재범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법무법인 효성의 김원용 변호사는 "초범의 경우 마약을 팔지만 않으면 집행유예를 받는다"면서 "결국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라오기에 수요 규제를 통해 공급을 줄이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마약류 투약자 특별자수 기간을 7월 31일까지 운영한다. 자수방법은 경찰관서에 본인이 직접 출석하거나 전화·서면 등을 이용한 신고도 가능하다. 가족·보호자·의사·소속 학교 교사 등이 신고해도 본인의 자수에 준하여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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