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2조5000억 달러 증가한 광의통화(M2)
그런데도 미국 주식시장은 왜 이렇게 오르는 걸까. 그 답은 미 연준에 있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이 이끄는 미 연준은 코로나19가 확산되자 1.50~1.75%에 달하던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인 0~0.25%로 낮췄다.
미 연준은 지난 3월 15일 재무부 채권 50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2000억 달러를 각각 매입한다고 발표한 후 무제한적인 유동성 공급을 시작했다. 지난 4월 9일에는 지방 정부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2조3000억 달러를 투입해 상업용 주택저당증권(CMBS),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사상 초유의 유동성 공급조치다.
그 결과가 바로 3개월만에 약 2조5000억 달러(약 3000조원)에 달하는 유동성 증가로 나타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의 유동성 증가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2008년 11월 약 8조 달러였던 M2가 2조5000억 달러 증가하는 데는 무려 4년이 걸렸다.
이렇게 시중 유동성이 급증하니 주가가 오르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지난 3월 말부터 미국 M2와 S&P500 지수를 비교한 그래프를 보면, M2가 급증하면서 급락했던 S&P500 지수가 강하게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향후 경기전망에 대해 낙관적인 트럼프 행정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최우선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을 억지하는 일이다. 그러나 코로나19 2차 유행이 진행 중인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3월 중순 시행했던 봉쇄령 조치를 다시 내리길 꺼리는 분위기이며 경기 전망도 상당히 낙관적이다.
지난 6월 30일 미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했던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의장의 태도도 상반된다. 청문회에서 발언하는 동안 마스크를 벗어버렸던 므누신 재무장관과 달리 파월 의장은 발언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하반기에 경제 반등을 기대한다면서 낙관적인 전망을 피력한 반면, 파월의장은 예상보다 일찍 경기반등이 시작된 점을 인정하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파월 의장은 5월 실업률(13.3%)과 소비지출(8.2% 증가)이 경기 반등을 나타내지만, 향후 경기 회복에는 코로나19의 확산여부와 정부의 부양의지 모두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코로나19 확산을 억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12일 올린 트윗에서도 “미 연준이 자주 틀린다”고 말하면서 3·4분기 경기 반등을 낙관했고 “2021년은 최고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윗 마지막에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곧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트럼프는 경제 봉쇄보다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유동성과 경기부양책으로 경제를 지탱하면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언제 개발될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미국 증시는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4만~5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규모가 큰 2조5000억 달러의 유동성 덕분으로 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유동성을 늘리기는 쉽지만, 줄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경제 주체들의 극심한 고통을 수반한다. 2022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한 미 연준도 향후 출구전략을 두고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