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선 올려라, 한쪽에선 안된다" 유통업계, 임금인상 '시끌시끌'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0.07.0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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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등 마트 노조 "임금 올려야" 주장…사측 "창사 이래 최악 실적, 같이 살자"

"임금 인상하라" vs "같이 살자! 최저임금 삭감!"

임금 인상을 놓고 유통업계가 시끄럽다. 노동자측에서는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 예고까지 하고 나섰고, 경영주는 "같이 살자"며 내년 최저임금을 삭감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勞 "임금 인상해야"
홈플러스 강서 본사 /사진제공=홈플러스홈플러스 강서 본사 /사진제공=홈플러스


2일 유통업계에서는 노·사가 임금인상을 두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내년 최저임금을 1만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비혼 단신 노동자 실태생계비는 218만원인데 현 최저임금은 이에 80% 수준에 불과하다"며 "회사 사내유보금을 사회환원해 최저임금을 인상하라"고 강조했다.



대형마트 중 가장 큰 진통을 겪고 있는 곳은 홈플러스다.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노동조합원 5000여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 홈플러스 민주노조연대는 이날 오후 개표를 마무리하고, 결과에 따라 파업까지 예고했다.

노사는 지난 4월 23일부터 1차 본교섭을 시작으로 총 9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임금 18.5% 인상을 요구했고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홈플러스 노조는 "18.5%를 전부 인상해야 최저시급 1만원 수준인 월 기본급 209만원이 된다"면서도 "회사 사정을 감안해 수정안을 준비했지만, 사측이 임금협상을 거부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찬반 투표 결과에 따라 오는 4일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투쟁승리 결의대회'를 시작한다. 이르면 이달말부터 약 5000여명 가량이 참가하는 총파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使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우리도 같이 살자"
경영난을 겪는 오프라인 유통업체 입장에선 노조의 요구가 버겁게 느껴진다. 홈플러스의 경우 지난해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38.39% 감소한 1602억원, 당기순손실은 5322억원으로 창사 이래 가장 큰 규모 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처음으로 임원 임금 자진 삭감까지 나선 홈플러스는 노조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에 따른 실적악화까지 고려하면, 노조측 요구를 다 들어줄 경우 1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임금 인상 문제는 대기업뿐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임금을 줘야하는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최저임금을 삭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주들의 모임인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이날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며 삭감을 요구했다.

편의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가맹점 연평균 매출은 5억8000만원이다. 여기에 점포 운영비, 가맹본부 로열티 등을 제외하고 남는 월 수익은 최저임금(월급으로 환산 약 180만원)의 절반 수준인 99만원에 불과하다.

최종열 CU가맹점주협의회장은 "벼랑 끝내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반영하고 모든 경제 주체가 위기를 함께 극복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삭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주들의 모임인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2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을 줄 수 있는 지불 능력이 없다"며 최저임금 삭감을 요구했다. /사진제공=한국편의점주협의회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주들의 모임인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2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을 줄 수 있는 지불 능력이 없다"며 최저임금 삭감을 요구했다. /사진제공=한국편의점주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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