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급' 신입사원? HMM의 특별한 명명식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2020.07.0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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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HMM함부르크호 명명식 행사에서 HMM의 2020년 신입사원 김민지씨(24·사진 오른쪽 세번째)가 "이 배를 HMM 함부르크호로 명명 합니다"라며 밧줄을 끊고 있다. /사진제공=HMM1일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HMM함부르크호 명명식 행사에서 HMM의 2020년 신입사원 김민지씨(24·사진 오른쪽 세번째)가 "이 배를 HMM 함부르크호로 명명 합니다"라며 밧줄을 끊고 있다. /사진제공=HMM


"이 배를 HMM함부르크호로 명명합니다. 이 배와 항해하는 승무원 모두의 안전한 항해를 기원합니다"

2020년의 하반기 첫날, 장마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날씨가 화창한 가운데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HMM(옛 현대상선)의 2만4000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분)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7호선 'HMM함부르크호'(이하 함부르크호)의 명명식이 열렸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과 김양수 해양수산부 차관, 배재훈 HMM 사장, 권우석 수출입은행 부행장 등 '높은 분'들이 모인 자리. 선박의 이름을 부여하는 식순이 다가오자 높은 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20대 여성이 앞으로 나섰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7호선의 대모(代母)인 김민지 HMM 컨테이너서아주영업관리팀 사원이다. 김씨는 이날 함부르크호에 이름을 부여하고 금도끼로 명명줄을 끊었다. 샴페인을 배 선체에 깨트려 배의 무사항해를 기원하는 일 역시 그의 몫이었다.

김민지 사원은 올해 HMM에 입사한 새내기로 중동지역 노선의 서비스 지원부서에서 일한다. 이날까지 HMM 초대형 컨테이너선 명명식은 총 3차례. 1호선의 대모가 영부인 김정숙 여사였고, 6호선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부인이 맡았다. 앞선 두 대모에 견줘보면 '대모 김민지 사원'은 조금 낯설어 보인다.



해수부의 설명을 정리하면 선박에 이름을 부여하는 명명식 풍습은 10세기 전후 바이킹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배의 안전을 기원하며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제물을 바치던 풍습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 들어 '대모'가 명명줄을 도끼로 절단하며 선박이름을 최초로 부르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부모가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듯이 배의 어머니가 처음으로 이름을 부는 행사다. 이 영광스러운 특징 탓에 선박명명식은 비공개로 치르는 일이 일반적이고 선주(船主)의 부인이 대모 역할을 주로 맡는다고 한다. 일부는 선박 명명식을 유력자에 대한 은밀한 접대 기회로 삼기도 했다.

해수부와 HMM은 올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명명식을 공개적으로 치르는 한편, 7호선 대모의 영광을 입사 1년차 신입사원에게 돌렸다. HMM과 한국 해운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새내기'에 방점을 찍었다는 설명이다. 선주 역할에 '정부-정책금융기관-HMM 노사'구도를 완성한 것. 더불어 해운재건과 경영정상화 과정에서의 HMM 노사의 주도적 역할을 정부의 역할 못지않게 강조한 셈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정부와 산업은행 HMM 등 관계자를 대모로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며 "김씨의 대모 선정은 2020년 신입사원으로서 올해 인도받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과 함께 HMM과 한국해운 미래를 책임지는 인재라는 점에 의미를 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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