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꿀서 세계 최초로 보툴리눔 균 확보…글로벌 시장 공략"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2020.07.0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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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에프바이오, 60여종 벌꿀에서 보툴리눔 균 식별..자체 균주 스크리닝 기술 개발

"1년간의 연구 끝에 세계 최초로 벌꿀에서 보툴리눔 균을 식별해 독자 균주를 확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지난 6월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만난 알에프바이오의 진봉석 연구소장은 "전 세계에서 60여종의 벌꿀을 입수해 분석, 독자 균주를 확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알에프텍 (3,855원 ▲30 +0.78%)과 알에프바이오는 지난 15일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입수한 벌꿀에서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 타입 A1의 신규 균주 2종을 분리·동정(식별)하는 데 성공했고, 질병관리본부 신고 절차를 마치고 국가관리번호를 부여받았다.



알에프바이오는 보톡스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해 4월 보튤리눔 균주를 도입해 검증을 시작했지만 상업화가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자칫 사업 자체를 포기해야할 수도 있는 위기의 상황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연구팀이 자연계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한 사례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며 "지난해 12월 벌꿀에서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을 발견했다는 논문 2건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알에프바이오 소속 한 연구원이 균주 배양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알에프바이오알에프바이오 소속 한 연구원이 균주 배양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알에프바이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벌꿀을 보툴리눔 중독증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해 영유아의 벌꿀 섭취를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즉시 전 세계 각지의 벌꿀을 입수할 계획을 세웠다.



연구팀은 북미, 남미, 중앙아시아에서 온라인으로 벌꿀을 사모았다. 온라인 구매가 불가능한 지역은 직접 출장을 다니면서 발품을 팔았고, 전 세계에서 60여종의 벌꿀을 입수했다.

하지만 문제는 수집한 벌꿀에서 보툴리눔 균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 균을 다시 분리하는 작업이었다. 벌꿀 샘플을 배양해 보툴리눔 균과 패턴이 비슷한 것을 찾아내야 했지만, 자연 상태의 벌꿀에는 수많은 균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연구팀은 독자적인 균주 스크리닝 기술인 '클로스크린'(CloScreen)을 개발했다"며 " 벌꿀 샘플을 배양하여 PCR(중합효소연쇄반응) 검사를 진행한 결과 10여 종의 보툴리눔 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클로스크린 기술을 적용해 보툴리눔 톡신 A1 타입 균주 2종을 분리, 동정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알에프바이오는 독자기술로 벌꿀로부터 보툴리눔 균을 확보하는데 성공하면서 경쟁업체들에서 불거진 균주 출처 논란에서 자유롭게 됐다. 회사는 남아있는 벌꿀 샘플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추가적인 분리·동정을 시도할 계획이다.

또 회사는 보툴리눔의 상업화에 속도을 낼 계획이다. 2019년 기준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49억 달러로 2021년까지 59억 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현재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약 1000억원으로, 허가 받은 8개 업체와 개발 중인 첩체까지 합하면 총 15곳이 경쟁을 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균주 출처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알에프바이오는 독자 균주를 확보한 만큼 상업화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한다. 선발업체들과 다른 독자적인 공정을 개발하고,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 및 임상시험을 거칠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이 관계자는 "보톡스 대비 동등 이상의 효력이 있는 프리미엄급 제제를 개발해 경쟁력있는 가격에 공급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상업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신경독소 기반 의약품 분야에서 전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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