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들의 전쟁’ 된 비정규직 제로화…정치권이 문제다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2020.07.0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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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장기호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 위원장이 25일 청와대 인근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직접고용전환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후 호소문을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공사가 지난 2월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2년 반에 걸쳐 합의한 정규직 전환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정규직화(직고용) 추진을 발표했다'며 불공정한 전환과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사진=뉴스1장기호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 위원장이 25일 청와대 인근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직접고용전환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후 호소문을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공사가 지난 2월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2년 반에 걸쳐 합의한 정규직 전환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정규직화(직고용) 추진을 발표했다'며 불공정한 전환과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사진=뉴스1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보안요원 등의 정규직 전환 등을 놓고 정치권의 '네 탓' 입씨름이 격화된다. 민주당은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며 자칫 을(乙)들의 전쟁으로 비출 여지를 경계했다. 미래통합당은 조국 전 법무장관 문제에서 비롯된 '공정'의 약한 고리를 맹공격 한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zero)' 시대를 선언하고 3년이 흘렀지만 국회의 시간은 그대로다. 비정규직 문제를 말하면서 문제 해결 방식을 꺼내드는 이는 드물다. 통합당은 '로또취업' 등의 표현을 쓰며 강공격 하고 있지만 정작 정규직화 논의를 촉발시킨 비정규직 처우 개선 문제에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 여당은 지난 대선과 총선 공약에서 노동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대 대선에서 △사용사유 제한 제도 △비정규직 고용 부담금제 등을 비정규직 분야 대표 공약으로 꼽았다.



그러나 정작 문제 해결을 위한 입법 과제는 숙제로 남았다. 2017년 문 정부의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에서 공공부문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민간은 비정규직을 쓸 수 있는 사유를 제한하는 정책을 골자로 제시했다.

문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 공약으로 제시한 '사용사유 제한 제도'는 20대 국회에서 정부 여당의 발의가 없었다. 그대신 이정미 전 정의당 의원이 '비정규직 사용제한 4법'인 근로기준법·기간제법·직업안정법·파견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소위 상정과 토론도 거치지 못하고 20대 국회에서 계류하다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 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들에는 무분별한 단시간 근로자 사용을 줄이기 위해 출산·육아·휴직으로 발생한 결원이나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 업무 완성기간을 정한 경우 등에 한해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명시됐다.


일정 규모 이상의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기업에게 비정규직 고용 상한비율을 제시하고, 이를 초과하는 대기업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 등을 담은 '비정규직 고용 부담금제' 논의 역시 정지 상태다.

어기구 민주당 의원이 20대 국회 때 고용정책 기본법·부담금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부담금을 재원으로 비정규 근로자를 위한 사회보험료 지원에 사용해 비정규근로자의 양산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당시 전문위원 검토 보고서에는 '노동시장 경직' '고용효과 현실화' 등을 논의가 필요한 사안들이 지적돼 있지만 이 역시 별다른 진전 없이 폐기됐다.

'을들의 싸움'으로 번지는 과정에서 정치의 조정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정치권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정쟁으로 본질을 가리고 있다. 어느 당도 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부동산, 취업과 같은 청년 세대의 '공정'에 대한 열망을 21대 국회에서 진정성 있게 반영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되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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